'K-방산' 한화, 미국 육군 뚫었다…K9 자주포 첫 수출(종합)

美육군 "한화, 최대 18문 자주포 제공…1천417억원 규모"

자동화 포탑 적용…김승연·김동관 2대 뚝심 '결실'

K9 차륜형 자주포(K9MH)
(서울=연합뉴스)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사격시험을 하고 있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장하나 기자 = 한화가 국산 무기체계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 자주포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성과를 토대로 K-방산이 그간 우려됐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시장 진입장벽을 넘어 세계화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화 K9 차륜형 자주포 단독 선정

미국 육군은 18일(현지시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인 한화디펜스USA와 '기동 전술포'(Mobile Tactical Cannon·MTC) 프로그램의 시제품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자주포를 도입하기 위한 미국 육군의 자주포 현대화 사업 시제품 개발 단계에서 한화의 K9 차륜형 자주포가 단독 선정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궤도형에 이어 차륜형 자주포 글로벌 시장 진입에도 성공했다.

미 육군은 "경쟁 입찰을 통해 체결한 이 계약을 통해 약 4년의 이행 기간에 신속한 시제품 제작, 시험 및 병사 실전 실험을 위해 육군에 최대 18문의 자주포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금액은 1억30만2천961달러(약 1천417억원) 규모이며, 누적 액면가(cumulative face value)는 2억6천290만3천274달러(약 3천715억원)라고 미 육군은 전했다.

이번 계약은 6문의 MTC 시제품 시스템에 대한 신속한 납품을 규정하고 있으며, 추가로 12문을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는 게 미 육군의 설명이다.

향후 양산 규모는 약 500문, 사업비는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국방부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계약을 맺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MH는 자동화 포탑을 적용한 모델이다.

미 육군은 차기 자주포 도입을 목표로 올해 초부터 주요 글로벌 방산업체에 신형 자주포 시제품 제작을 의뢰했다.

이번 입찰에 뛰어든 업체들은 미 방산스타트업 안두릴과 오시코시디펜스 등이 참여한 엘빗 아메리카,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 시스템즈 등이다.

미 육군은 "이번 계약은 미국 및 해외에서 진행된 다수의 공급업체 시연 행사를 포함해 집중적 시장 조사와 광범위한 업계 참여 과정을 거친 끝에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미 장병들은 일련의 작전 실험에서 기동 전술포 플랫폼을 사용해 실제 전투 조건에서의 성능, 신뢰성, 유지보수성을 평가하게 된다.

통상 미군은 이 같은 맞춤 조정(customizing)을 거친 후 특별한 결함이나 결격사유가 없으면 최종 양산 계약을 체결한다.

미 육군은 "이러한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와 통찰력은 향후 배치에 대한 고위 지휘부 결정에 직접적 근거가 될 것"이라며 "배치 승인이 이뤄지면 MTC는 일부 부대에서 M777 견인포 시스템을 대체해 현대적이고 투명성이 높은 전장에서 해당 부대의 살상력, 기동성, 신뢰성, 생존성을 크게 향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용 드러낸 K9자주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부와 '원팀' 협력 성과…김승연·김동관 '방산 뚝심' 결실

이번 수주는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이끌어낸 민관 협력의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은 사업 초기부터 최종 수주까지 주요 현안 등을 수시로 공유하고 긴밀히 공동 대응했다. 특히 수주를 앞둔 마지막 단계까지 신속한 협의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어갔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K9MH의 안정적인 공급뿐 아니라 미국 방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방사청 등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계약 체결은 한화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2017년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미 최대 규모 지상 방산전시회(AUSA)에 참여한 이래 9년 만의 결실이다.

2024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찾은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여기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업보국' 철학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치밀한 전략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김승연 회장은 그간 "방산은 국가 기간산업이며 내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방산 기술 확보를 주문해왔다.

김동관 수석부회장도 이를 이어받아 방산 사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치밀한 사업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당초 미 육군은 2020년대 초부터 신형 58구경장 화포를 탑재한 궤도형 자주포 개발 사업(ERCA)을 추진해 왔으나, 국제정세 악화 등으로 병력의 장거리 전개 수요가 늘면서 기동성이 높은 차륜형 자주포를 확보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미군의 새 자주포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지시, 2024년 3월 미 육군이 발표한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관련 사업이 포함된 점을 포착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곧바로 K9MH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자주포 공급망에도 투자해 미국 전투차량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미국 육군의 장기 전력 현대화 파트너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에 진입한 의미 있는 성과이자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미국을 지키는, 한미동맹의 새 역사를 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min22@yna.co.kr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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