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뭄 1년] ① "경남, 남 일 같지 않아"…제한급수 고통 아직도 생생

생활용수·농업용수 부족에 생계 타격…농가 경제적 피해 이어져

"설거지한 물 받아뒀다가 허드렛물로 활용"…물 절약 습관 자리 잡아

[※ 편집자 주 = 자연재해로는 사상 처음 강원 강릉에 선포돼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 가뭄 재난 사태가 오는 30일로 1주년을 맞습니다. 올해 기록적 폭염으로 거듭된 경남 가뭄으로도 알 수 있듯, 가뭄 재난은 전국에 안정적인 수원 확보와 물그릇 마련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남겼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가뭄을 겪은 주민들의 달라진 물 사용 습관, 지하수 저류댐 등 지난해 제시된 치수 계획의 추진 상황, 전문가 진단 등 3편을 일괄 송고합니다.]

강릉 가뭄 1년…옛 모습 되찾은 오봉저수지
(강릉=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강원 강릉시에 닥친 사상 초유의 가뭄 재난 사태가 닷새 뒤면 선포 1주년을 맞는다. 올해 기록적 폭염으로 거듭된 경남 가뭄으로도 알 수 있듯, 가뭄 재난은 전국에 안정적인 수원 확보와 물그릇 마련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남겼다. 사진은 25일 넉넉한 수량으로 평년 모습을 회복한 강릉 오봉저수지(왼쪽 사진)와 1년 전 가뭄 재난 사태 때의 가물어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지난해 여름 극심한 가뭄을 겪은 강원 강릉시민들에게 올해 경남지역 가뭄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수위가 바닥을 드러내고 제한 급수까지 시행됐던 당시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언제 물이 끊길까 걱정해 대야에 받아두는 등 한 방울 한 방울이 귀중했던 시민들은 가뭄이 끝난 뒤에도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에서 가뭄이 심각하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면 지난해 강릉의 상황을 떠올리며 "우리도 겪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게 시민들의 이야기다.

2025년 9월 강릉 아파트에 붙어 있는 급수제한 안내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 "수돗물도 마음 놓고 못 쓸까"…지난해 오봉저수지 저수율 역대 최저 11.5% 기록

지난해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강릉은 장기간 이어진 폭염과 강수 부족으로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로 유입되는 물이 줄면서 저수율이 크게 떨어졌고, 지난해 9월 중순에는 11.5%까지 내려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강릉시는 제한 급수를 시행하는 한편 대체수원 확보와 운반급수에 나섰다.

물 사용량이 많은 아파트와 숙박시설 등 대수용가에는 사용량을 줄여달라는 요청도 했다.

시민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평소처럼 수도꼭지를 틀어도 되는지 걱정해야 했고, 혹시 모를 단수에 대비해 생수를 사두거나 물을 받아두는 가정도 있었다.

아파트 게시판과 엘리베이터에는 절수 안내문이 붙었다.

주부 오모(48) 씨는 "그때는 정말 물이 부족해서 수도가 안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집에서도 물을 틀어놓고 쓰지 말라고 가족들에게 계속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뭄이 끝난 뒤에도 물을 예전처럼 많이 쓰지는 않게 됐다"며 "요즘 경남에서 가뭄이 심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지난해 강릉 생각이 난다"고 했다.

농민들에게 가뭄은 생활의 불편을 넘어 생계의 문제였다.

생활용수뿐 아니라 농업용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해야 했다.

24년간 닫혀 있던 평창 도암댐 수문을 다시 활용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

2025년 9월 중순 이후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저수율도 조금씩 회복됐다.

하지만 물이 다시 차오른다고 해서 농민들이 겪은 피해까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김봉래 강릉시농민회장은 "가뭄 때문에 생활용수까지 부족해 농사를 포기한 농민들이 있었다"며 "지난해 농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생긴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9월 맨바닥 드러낸 강릉시 상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물 한 방울도 다시 보게 된 시민들

가뭄을 직접 겪은 뒤 강릉에서는 물을 사용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농민들은 필요한 물을 미리 확보하고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 신경 쓰고 있다.

물이 언제든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한 뒤 저수시설 등을 마련해 필요한 물을 저장해두는 농가도 생겼다.

김봉래 회장은 "지난해 가뭄을 겪으면서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며 "필요한 만큼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저수시설을 준비하고 물을 저장해두었다가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에게도 지난해 가뭄은 쉽게 잊기 어려운 경험이다.

음식점은 물 사용량이 많은 업종인 만큼 물 부족은 곧 영업과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이상무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화재나 홍수, 태풍 같은 재난은 겪어봤지만, 가뭄이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지난해 처음 체감했다"며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돌아가면서 휴업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가뭄이 끝난 뒤에도 그의 가게에서는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이 남았다.

수전의 수압을 낮춰 필요한 만큼만 물을 사용하고, 설거지한 물은 받아뒀다가 허드렛물로 다시 활용한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물을 세게 틀어놓고 사용했는데 지금은 필요한 만큼만 틀어놓는다"며 "설거지물도 그냥 버리지 않고 받아뒀다가 허드렛물로 쓰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메마른 오봉저수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남 가뭄에 "얼마나 힘들지 알 것 같아"

1년이 지난 지금 강릉시민들은 경남의 가뭄 소식에 지난해 여름을 떠올린다.

오봉저수지의 수위가 계속 낮아지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던 만큼 다른 지역에서 물 부족 소식이 들리면 당시 불안했던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김봉래 회장은 "경남에서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도 겪어봤기 때문에 그분들이 얼마나 힘들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난해 겪었던 경험과 시행착오가 다른 지역에서 가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도 경남 가뭄 소식을 접하면서 지난해 강릉을 떠올렸다.

특히 가뭄을 겪고 나서야 가뭄 역시 다른 재난처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상무 회장은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우리도 겪었던 일인데 저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뭄이 실제 재난으로 닥쳤는데 당시에는 가뭄에 대한 대응책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물이 부족해진 뒤에 찾기보다는 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강릉에서는 오히려 잦은 비 때문에 농작물 피해와 병충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지금은 가뭄이 아니라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농작물이 망가지는 상황"이라며 "병충해까지 발생하고 있어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가뭄은 강릉시민들의 일상을 바꿔놨다.

물을 조금 덜 쓰고, 한 번 쓴 물을 다시 활용하고, 필요한 물을 미리 받아두는 등 생활 속 습관도 달라졌다.

경남에서 가뭄이 이어진다는 소식에 강릉시민들이 "남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강릉 가뭄 1년…옛 모습 되찾은 오봉저수지
(강릉=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강원 강릉시에 닥친 사상 초유의 가뭄 재난 사태가 닷새 뒤면 선포 1주년을 맞는다. 올해 기록적 폭염으로 거듭된 경남 가뭄으로도 알 수 있듯, 가뭄 재난은 전국에 안정적인 수원 확보와 물그릇 마련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남겼다. 사진은 25일 넉넉한 수량으로 평년 모습을 회복한 강릉 오봉저수지(위 사진)와 1년 전 가뭄 재난 사태 때의 가물어진 모습. 2026.8.25 [연합뉴스 자료사진]

r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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