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임차인에 월세 3배올려 계약무산…대법 "권리금 회수방해 따져야"

월세 600만원→2천만원 제시…'약국 22억원 권리금' 계약도 깨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기존 월세의 3배 수준을 제시해 임대차 계약이 결렬되고 임차인 간 권리금 계약도 해제됐다면 임대인이 '현저히 고액의 차임'을 요구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임대인 A씨와 임차인 B씨 간 건물 인도 및 손해배상(반소)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원심판결의 반소 손해배상 부분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임대인 A씨 소유 상가에서 임차인 B씨는 보증금 1억원, 월 차임 6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약국을 운영해왔다.

A씨는 2023년 월 차임을 2천4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B씨에게 갱신 거절을 통지했다.

B씨는 신규 임차를 희망한 C씨와 권리금 22억원에 권리금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임대인 A씨가 C씨에게 보증금 5억원, 월 차임 2천만원을 제시하면서 임대차 계약은 결렬됐고, B씨와 C씨 간 권리금 계약도 해제됐다.

이후 A씨는 임대차 종료를 이유로 B씨를 상대로 건물 인도 청구 소송을 냈고, B씨는 A씨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쟁점은 A씨의 월 차임 요구가 상가임대차법상 '현저한 고액의 차임을 요구'한 것으로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였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는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 행위 중 하나로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춰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상가 임대차분쟁
[연합뉴스TV 제공]

1·2심은 약국이 이른바 '문전약국'에 해당하고 월평균 조제료 수입이 1억원(2023년 기준)에 이르는 점에 비춰 임대인이 요구한 차임을 현저히 고액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상 '현저히 고액' 여부를 판단할 때는 법 규정에서 정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외에도 "기존 임차인과의 차임 및 보증금과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요구하는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 상가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거래관행과 경제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어 "임대인이 요구하는 차임이 기존 차임에 비춰 현저히 고액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적정 차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임차인의 청구를 배척할 게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요구액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게 요구한 차임은 기존 차임의 약 333%에 달하고, 환산보증금은 357%에 달한다며 "이 정도의 차임 및 보증금 차이는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임대인은 별다른 협상의 여지도 두지 않아 이를 통해 B씨나 C씨에게 계약 체결을 단념하도록 했다"며 "이는 임차인이 영업을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적정 차임 및 보증금을 심리한 다음 손해배상 청구권 발생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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