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KIA 감독 "연습경기 대충? 시범경기부터 뺀다"

대표팀과 연습경기 3-6 패배 후 이례적 그라운드 미팅

대표팀과 연습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질책하는 KIA 이범호 감독
[촬영 이대호]

(긴[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난 24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과 평가전이 끝난 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동그랗게 모였다.

이른바 '그라운드 미팅'을 소집한 건 이범호 KIA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3-6으로 경기에서 패한 뒤 굳은 얼굴로 선수들을 질책했다.

심지어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한 'WBC 참관단' 야구팬들이 그라운드에서 WBC 대표팀 선수들과 사진을 촬영하는 행사가 한창임에도 이 감독의 미팅은 계속됐다.

단순히 경기에서 패배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 규슈 남쪽의 작은 섬 아마미오시마에서 1차 캠프를 치른 KIA는 2차 캠프지 오키나와현에 건너온 뒤 처음 벌인 연습경기에서 정신 무장이 필요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절실함'을 볼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KIA의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긴의 긴 구장에서 만난 그는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래서 더 간절하게 야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하는 선수는 시범경기까지 가겠지만, 그런 플레이를 못 하면 뺄 거다. 젊은 선수들은 지금 오키나와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이 가장 아쉬워한 대목은 1군 진입을 노리는 백업 선수들의 안일한 태도다.

홈에서 아웃되는 문현빈
(가데나[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4일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의 가데나 구장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야구대표팀과 KIA 타이거즈 연습경기. 3회말 1사 2, 3루에서 3루 주자 문현빈이 신민재의 내야 타구로 홈으로 들어왔으나 아웃되고 있다. 2026.2.24 cityboy@yna.co.kr

확고한 주전이 아닌 만큼 연습경기부터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정작 그라운드 위에서는 절실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더 야구를 잘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볼카운트가 몰리면 짧게 스윙하며 간절하게 임한다"면서 "그런데 1군 엔트리 경쟁을 해야 할 우리 선수들에게선 그런 모습이 안 보였다. 연습경기니까 대충 하고 본 게임에서 잘하겠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꼬집었다.

또 "백업 선수들이 유념해야 할 마인드다. 준비 과정부터 최선을 다해야 본 경기에서도 기량을 발휘할까 말까"라고 덧붙였다.

마운드에 오른 젊은 투수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쫓기듯 투구하거나 타자와 적극적으로 경쟁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 감독은 전날 등판했던 김태형을 향해 "항상 '안타를 맞아야 너를 쓴다'고 강조한다. 볼넷을 내주기보다 투구 수를 아끼며 공격적으로 던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황동하에게도 '생각하는 피칭'을 주문하며 "선발 자리에 욕심이 난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완벽한 투구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던져야 코치진에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팀의 긍정적인 변화는 벤치의 지시가 아닌 선수들의 자발적인 투지에서 나온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전날의 이례적인 그라운드 미팅을 끝으로 이 감독은 당분간 '침묵의 관찰자'로 돌아간다.

선수들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실력으로 증명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이 감독은 "앞으로 남은 연습경기 후에는 더 이상 미팅을 하지 않고 지켜만 볼 것"이라며 "강한 메시지를 준 만큼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 혼자 말해봐야 선수들이 플레이하지 않으면 이뤄지는 게 없다. 제대로 못 하는 선수는 시범경기부터 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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