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향한 노경은의 위로 "내 실패처럼, 너희도 단단해질 것"

이재명 대통령 축전에는 "가문의 영광을 뛰어넘는 일…예상도 못 해"

SSG 랜더스 노경은
[촬영 이대호]

(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류지현 감독이 꼽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인 노경은(42·SSG 랜더스)은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잠시 집을 들렀다가 곧바로 인천 SSG랜더스필드로 출근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돌아온 전세기에서 내내 잤다고는 해도, 여독을 풀 생각도 하지 않고 야구장으로 향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 덕분에 그는 이번 WBC에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17일에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출근해 훈련을 소화한 노경은은 "이게 강박일 수도 있는데, 훈련 안 하고 쉬면 오히려 불편하다. 스케줄을 다 소화하고 쉬어야 진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이번 WBC에서 3⅔이닝을 던져 2실점, 평균자책점 4.91을 남겼다.

귀국하는 노경은
(영종도=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WBC 8강 경기를 마친 한국 야구대표팀 노경은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6.3.16 ksm7976@yna.co.kr

단순하게 숫자만 나열하면 평범해 보이지만, 17년 만의 조별리그 통과를 이룬 호주전에서는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선발 손주영(LG 트윈스)이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으로 1회만 던지고 내려왔고, 노경은은 몸이 빨리 풀린다며 등판을 자청했다.

그리고 2이닝 무실점으로 호주 타선을 봉쇄했다.

역대 한국 야구대표팀 최고령 투수의 이러한 역투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대회가 끝난 뒤 따로 그의 투혼을 언급할 정도였다.

노경은은 이 대통령의 축전에 "가문의 영광을 뛰어넘는 일"이라며 "정말 예상도 못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노경은을 칭찬한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이번 대회를 "정말 마지막 국가대표"라고 여겼던 노경은은 마운드 안팎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는 "어리면 다시 도전해서 유니폼을 입으면 되지만, 마지막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더 입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태극마크에 애틋함을 드러냈다.

2013 WBC 대표팀 시절에는 자기 투구에만 집중하기 바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코치진의 지도 방식과 어린 선수들의 준비 과정을 눈여겨보며 베테랑으로서 시야를 넓혔다.

특히 큰 무대의 중압감에 고전했던 까마득한 후배 투수들에게는 자신의 뼈아픈 '실패 경험'을 기꺼이 공유했다.

추가 실점 막은 노경은
(마이애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추가 실점을 막으며 2회말을 마무리한 한국 노경은이 손뼉을 치고 있다. 2026.3.14 mon@yna.co.kr

호주전 실점 후 크게 자책하던 김택연(두산 베어스)을 향해 노경은은 "나이가 어린 선수라 씩씩하게 잘 던지고 내려왔다고 생각했고,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며 "나 역시 2013년 WBC에서 제 공을 못 던지고 왔던 게 아쉬웠다. 그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 잘 버틸 수 있었다. 결과가 안 좋았던 후배들도 이를 발판 삼아 다음 대표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정규시즌 준비도 순조롭다.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에 접어드는 그 정도 느낌으로 밸런스가 괜찮다"고 자신감을 보인 노경은은 해외 체류 기간 '야식 치킨'을 먹지 못해 체중이 4㎏가량 빠졌다고 한다.

대신 더 건강한 몸으로 정규시즌 개막을 기다린다.

마침 일본에 있는 동안 가족이 김포에서 인천 송도로 이사하면서 야구장 출퇴근 거리도 대폭 단축돼 체력 관리에도 한층 여유가 생겼다.

역투하는 노경은
(마이애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2회말 교체된 한국 노경은이 역투하고 있다. 2026.3.14 yatoya@yna.co.kr

노경은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각종 최고령 기록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항상 그런 기록은 일단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올해가 끝나면 내년을 생각하듯 하루하루에 집중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경은에게 이번 WBC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제 베테랑의 시선은 마운드 앞을 향해 있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니 너무 심취하지 않겠다"고 WBC를 돌아본 그는 "다시 팀에서 치를 시즌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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