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수비와 실리축구, 그리고 '심장' 라이스…아스널 우승 비결
아스널의 심장 라이스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아스널이 22년 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철벽 수비'가 첫손에 꼽힌다.

2025-2026시즌 EPL이 37라운드까지 마친 20일 기준으로 아스널은 단 26골만 내줬다.

18개 팀 중 유일하게 20점대 실점을 기록했다. 추격해오던 2위 맨체스터 시티와 격차는 7골이나 된다. 치른 경기의 절반 이상인 19경기에서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상대를 질식시켰다.

그 중심엔 세계 최고의 중앙수비 콤비로 불리는 윌리엄 살리바,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가 있다.

마갈량이스(왼쪽)와 살리바(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살리바가 임대에서 돌아온 2022-2023시즌부터 합을 맞추기 시작한 이들은 지금까지 무려 공식전 157경기에서 함께 아스널의 최후방을 사수했다.

이들이 동반 출격한 경기에서 아스널은 326골을 넣고 139골을 내줬다.

공격에서는 '실리 축구'로 효과를 봤다. 코너킥으로만 전체 69골 중 18골을 넣었다. 리그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리킥 등으로 만든 득점까지 더하면 세트피스로 24골을 기록했다. 2012-2013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세운 최다 세트피스 득점 기록도 경신했다.

니콜라스 조베르 세트피스 전문 코치의 공이 크다. 그는 상대 수비 움직임을 '현미경 수준'으로 분석해 아스널의 장신 선수들이 헤더 골을 노릴 기회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하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아르테타 감독과 포옹하는 조베르 코치
[EPA=연합뉴스]

아스널이 세트피스로 재미를 보는 것을 두고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는 '추한 축구로 우승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 출신의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나도 아름다운 축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축구를 보고 싶다면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 EPL에서는 지난 2∼3시즌 동안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받아쳤다.

2019년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아르테타 감독은 직전 세 시즌 연속으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아르테타 감독
[EPA=연합뉴스]

아스널은 EPL에서 가장 아기자기한 축구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구단이다. 정교한 패스와 창의적인 연계 플레이로 무패 우승을 일군 2003-2004시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아르테타 감독은 아스널이 다시 왕좌를 되찾으려면 기존 축구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조베르 코치를 통해 '덜 아름답지만, 훨씬 결정적인' 세트피스 공격을 완성해냈다.

그는 전술뿐 아니라 선수 심리 관리에도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줬다.

홈구장 라커룸에서 그라운드로 향하는 터널 덮개를 제거해 관중 응원 소리가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도록 했다. 훈련장 벽에는 '함께 역사를 만든다'는 문구를 설치했다. 거듭된 우승 실패의 관성을 그렇게 지워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건 '1억 파운드의 심장' 데클런 라이스였다.

라이스
[로이터=연합뉴스]

활동량에 정교한 킥까지 보유한 미드필더 라이스는 리더십까지 뽐내며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맨시티와 맞대결 패배 뒤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외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팬들에게 짙은 감동을 줬다.

아스널로서는 2023년 여름 라이스를 웨스트햄에서 데려오면서 쓴 잉글랜드 역대 최고 이적료 1억500만 파운드(약 2천120억원)가 아깝지 않을 터다.

ahs@yna.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