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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경기장 안팎 기존 스폰서 흔적 완벽 제거…미국 전 대통령 초상도 예외 없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으로 쓰이는 미국 링컨 파이낸셜 필드는 이름을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으로 바꾸고, 경기장 전면에 걸린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을 FIFA 로고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으로 덮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질레트 스타디움은 보스턴에서 약 48㎞나 떨어져 있음에도 '보스턴 스타디움'이라는 간판을 달아야 했고, 6만5천석 모든 좌석에 부착된 브랜드 마크를 일일이 테이프로 가리는 대대적인 수작업을 벌여야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내내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벽증에 가까운 '상표 지우기'가 단골 화젯거리다.
FIFA는 이른바 '클린 스타디움(Clean Stadium)' 정책을 통해 공식 스폰서의 브랜드 노출 독점권을 보장하고자, 비후원사의 모든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경기장 안팎에서 완전히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 16개 경기장 모두가 원래의 기업명 대신 지역명을 기반으로 한 중립적인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경기장 외관은 물론 내부의 모든 방과 복도, 임시 및 상설 주차 시설에 이르기까지 기존 타이틀 스폰서와 구장 후원사들의 흔적을 물리적으로 완벽히 지워내야 한다.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FIFA의 정책은 상상 이상으로 엄격했다.
태극전사들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의 경우, 우선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보안 요원들이 관중이 소지한 물병의 상표 라벨을 모두 떼어내도록 조치했다.
대회 공식 스폰서인 코카콜라(Coca-Cola)와 생수 브랜드 씨엘(Ciel) 제품이 아니면 브랜드를 노출한 채 반입할 수 없다는 취지다.
[촬영 오명언]
매점 한쪽에 비치된 핫도그용 케첩과 머스터드 등 소스 통 역시 예외 없이 모든 브랜드 로고가 철저하게 가려져 있었다.
복도 곳곳에 걸려있는 모든 좌석 안내판에도 경기장을 뜻하는 '에스타디오'(Estadio) 뒤에는 어김없이 하얀 스티커가 붙어있어 아크론을 가렸다.
경기장 외관도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구장들은 기존 이름이 적힌 대형 간판을 가리거나, 구조물을 아예 철거하기도 했다.
특히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기존 스폰서인 에너지 기업 '아크론(Akron)'의 간판을 내리고, 그 자리에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Estadio Guadalajara)'라고 적힌 흰색과 분홍색 배색의 새 간판을 설치했다.
FIFA의 지원 없이,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CD 과달라하라 구단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작업이다.
[AFP=연합뉴스]
구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온전히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FIFA 규정에 맞춰 복도 안내판 하나하나까지 빼놓지 않고 가려야 했기에 대회 준비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FIFA의 이런 깐깐한 통제가 비공식 브랜드들의 '역발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오히려 규제가 무색해지기도 했다.
의류 브랜드 리바이스는 경기장 외관 간판을 흰 천으로 덮었지만 특유의 박쥐 날개(배트윙) 모양 로고 실루엣이 뚜렷하게 드러나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모았고, 식품 브랜드 하인즈는 상표가 검은색 테이프로 꽁꽁 가려진 자사 케첩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며 특별판까지 출시하는 등 규제를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하인즈 공식 SNS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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