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전쟁 상대국서 무패로 선전하고 탈락한 이란…"FIFA 공정했나?"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무승부…조 3위 팀 가운데 9위로 32강행 실패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이번 월드컵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습니다."

지난 27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이집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G조 3차전 최종전을 0-0으로 끝낸 이란 축구 대표팀의 '캡틴' 메흐디 타레미(올림피아코스)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타레미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미국 정부 규제로 발생한 우리 대표팀의 이동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라며 "재앙 같은 월드컵이었다. FIFA가 이곳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불행히도 시작부터 해결하지 못했다"라고 맹비난했다.

이란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G조에서 뉴질랜드(2-2무), 벨기에(0-0무), 이집트(1-1무)와 모두 비겨 3무(승점 3)를 거두면서 조 3위로 마무리했다.

조별리그 3위 팀 가운데 9번째로 높은 성적을 거둔 이란은 상위 8개 팀에 주는 32강 티켓을 아깝게 놓쳤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을 치르며 FIFA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이란은 월드컵 참가를 결정하면서부터 고행의 길이 예고됐다.

이란 대표팀은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베이스 캠프를 차릴 예정이었지만, 악화한 전쟁 상황과 비자 발급 문제로 베이스캠프를 멕시코 티후아나로 전격 바꿔야만 했다.

이란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
[로이터=연합뉴스]

비자 발급 역시 순탄치 않았다.

미국은 이란축구협회 사무총장과 대표팀 단장, 미디어 담당관 등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며 사실상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의무 스태프 등 핵심 구성원에만 비자를 내줬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정부나 경찰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상의 '왕'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달라. 우리는 스포츠 단체다"라며 한 발 빼는 모습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비자와 베이스 캠프로만 끝날 것 같던 불공정한 대접은 경기장 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는 이란 대표팀에 대해 경기 24시간 이내에만 미국 입국을 허용하고, 경기가 끝나는 즉시 멕시코 티후아나의 베이스 캠프로 복귀하도록 하는 이동 제한을 적용해왔다.

멕시코와 미국을 오가는 힘든 이동에 화가 난 이란 대표팀은 FIFA에 공식 항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미국 정부는 미국 시애틀에서 치러진 조별리그 최종전만 이틀 전 입국을 허용했다.

선수들을 돌봐줄 지원 스태프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란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를 무패로 이끄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기대했던 32강 진출에는 이르지 못했다.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란 대표팀 선수들
[AFP=연합뉴스]

'캡틴' 타레미는 결국 이집트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언론을 향해 날을 세웠다.

타레미는 "우리는 애걸해야 하는 처지였다. 대회 시작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라며 "FIFA가 이게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판단일 뿐이다. 절대 공정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탈락하길 바란다면, 탈락하겠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은 너무 불공정하다"라며 "우리는 이동 때문에 휴식도 보장받지 못했고, 현장에서 우리를 도울 스태프도 부족했다.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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