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임의선발 의혹 체육회장 무혐의 이유는 "사회통념상…"

경찰, 유승민 경기력향상위 결정 반려에 '회장의 정당한 권한' 판단

'정몽규,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의혹'에도 같은 기준 적용될지 주목

유승민-정몽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출석
(서울=연합뉴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왼쪽)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 인사하고 있다. 2026.7.30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탁구협회장 시절 국가대표 임의 선발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협회장 지위에 대한 '사회 통념'을 고려해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유 회장 고발 사건 불송치를 결정하면서 탁구협회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유 회장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탁구협회의 경기력향상위원회가 A 선수를 국가대표로 추천하자, 성적·세계랭킹 등을 고려해 B 선수를 선발하도록 위원회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사실상 위원회 결정을 반려한 것이다.

이에 B 선수가 실제 선발돼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 같은 행보가 '위력'으로 위원회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고발인 측 주장이나,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체 최고직으로서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수사 결과 통지서에서 "일부 위원 의견에 반하는 내용을 검토하라 요청했더라도 (협회장으로서) 정당한 권한"이라며 "경기력향상위원장을 통해 의견을 전해 반려나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사팀은 유 회장이 지위를 이용해 억압적 방식으로 위원들에게 '위력'을 발휘한 정황도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속임수나 위력 등이 전제돼야 성립한다.

특정 종목을 총괄하는 체육단체 회장이라면 국가대표 선수 선발을 결정하는 독립 기구인 경기력향상위원회 결정에 일정 부분 관여하는 '재량'을 발휘해도 형법상 문제는 없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협회장이 위원회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준 방식이 법조문에 구체적으로 규정된 위력이나 위계 등이 아니라면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질의 답하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서울=연합뉴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왼쪽)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 회장 오른쪽은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2026.7.30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유 회장 고발 사건의 결론이 이렇게 나오면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어떤 처분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정 전 회장도 유 회장처럼 협회 산하 독립기구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도 2024년 정해성 전 위원장으로 대표된 전력강화위의 결정을 사실상 반려한 바 있다.

홍명보 전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적임자라는 보고를 받고 정 전 회장이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고 반응하자, 정 전 위원장이 돌연 사퇴해 협회 행정 난맥상으로 이어졌다.

유 회장 사례에 비춰보면 정 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전력강화위에 관여한 정황이 있더라도 회장으로서 재량 영역인지가 수사상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유 회장에 대한 처분처럼 정 전 회장에게도 '협회장에게 어느 정도 재량과 권한이 허용된다'는 사회 통념이 고려될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경찰에 앞서 이 사안을 조사한 스포츠윤리센터는 유 회장과 정 전 회장 모두 비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리센터는 지난해 4월 유 회장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규정상 선수 변경 사유가 생기면 회장이 정할 게 아니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윤리센터는 정 전 회장에 대해서는 2024년 11월 '직무 태만'에 따른 징계를 요구했다. 이는 협회장으로서 임직원이 규정대로 일하는지 관리·감독할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는 취지로, 전력강화위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입증하지 못했다.

질문에 답하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유승민 대한체육회 회장이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6 대한체육회 임시대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7.16 jjaeck9@yna.co.kr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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