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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982년 개장한 잠실구장서 개구리 번트로 세계선수권 우승…감독 마지막도 잠실에서
"젊은 팬들, 날 DTD로 기억해줘…후배들은 새로운 잠실서 많은 이야기 만들어주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달 11일 서울 잠실구장. 2026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초청 인사로 참석한 김재박 전 감독은 관중석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잠실구장을 바라보며 지난 40여년간 함께한 수많은 추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김재박 전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잠실구장 철거를 앞둔 소회를 묻자 "내 청춘과 땀과 눈물, 애환이 모두 녹아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개구리 번트'와 'X-존', '최초의 한국시리즈 9차전 우중 혈투' 등 잠실구장에서 겪은 많은 추억을 떠올리며 잠실구장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6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개막경기 LG와 기아의 경기에 앞서 열린 식전행사에서 LG 트윈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재박 감독이 관중에게 사인볼을 던지고 있다. / 2007.4.6 / hkmpooh@yna.co.kr
◇ 개구리 번트로 잠실의 문을 활짝 연 김재박…"사실 사인은 없었다"
김재박 전 감독과 잠실구장의 인연은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잠실구장은 세계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건립됐으며, 1982년 7월 준공돼 같은 해 9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의 주 무대로 사용됐다.
야구대표팀 주전 내야수였던 김재박 전 감독은 "당시 잠실구장은 국내 다른 야구장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시설을 자랑했다"며 "드디어 우리나라도 최고의 야구장을 갖게 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재박 전 감독은 이 대회에서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장면을 연출했다.
일본과 결승 1-2로 뒤진 8회말 1사 3루에서 상대 투수는 스퀴즈 번트를 의식해 공을 바깥쪽 높은 곳으로 뺐다.
그러자 김재박 전 감독은 마치 개구리처럼 뛰어올라 번트를 댔다.
타구는 3루로 흘러갔고,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2-2 동점이 됐다.
그리고 한대화 전 감독의 역전 3점 홈런이 터지면서 한국은 5-2로 승리해 우승했다.
역전 우승의 물꼬를 튼 '개구리 스퀴즈 번트'는 김재박 전 감독이 어우홍 당시 대표팀 감독의 사인을 잘못 읽어서 댄 것으로 알려졌다.
왼손으로 낸 가짜 사인을 진짜 사인으로 받아들여 번트를 댔다가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관해 김재박 전 감독은 "스퀴즈 번트 사인은 나지 않았고, 나 스스로 기습 번트를 대려고 했던 것 "이라며 "상대 투수가 공을 빼면서 나도 모르게 점프해서 번트를 댔다. 3루수가 뒤로 빠져 있던 틈을 타 그쪽으로 공을 보내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어찌 됐든 김 전 감독은 이 대회로 '전국구 스타'가 됐고, 대회 직후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MBC 청룡에 입단했다.
잠실에서 전 국민을 전율케 한 김 전 감독은 이후 잠실을 주 무대로 자신의 야구 인생을 펼쳐나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청룡 거쳐 LG 첫 우승…감독 복귀까지 '잠실벌 화양연화'
김재박 전 감독은 잠실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1989년까지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MBC 청룡에서 주전 내야수로 맹활약했고, 1990년부터 1991년까지는 MBC 청룡을 인수한 LG 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1990년 LG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KS) 우승 때도 주역으로 함께 했다.
당시 김재박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와 KS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상대 전적 4-0 우승에 힘을 보탰다.
태평양 돌핀스에서 현역 생활을 마친 김재박 전 감독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수원을 연고로 한 현대 유니콘스 감독을 지냈다. 이때에도 잠실과 끈끈한 인연은 이어갔다.
특히 2004년 KS가 그랬다. 당시 현대는 삼성과 KS에서 9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4승 3패 2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11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9차전은 역대 가장 치열했던 명승부로 꼽힌다.
당시엔 KS 일부 경기가 중립 경기로 잠실구장에서 열렸고, 김재박 감독이 이끌던 현대는 사상 유례없는 진흙탕 우천 경기 속에 9-8로 승리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김재박 전 감독은 "그때 6회부터 비가 쏟아졌다"며 "KS 우승이 걸린 큰 경기였고, 9차전까지 이어지면서 누구도 경기 중단을 외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경기는 내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며 "마침 잠실에서 열려 더욱 의미가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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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존과 DTD…"후배들이 더 많은 이야기 만들어주길"
김재박 전 감독은 2007년 잠실로 돌아왔다.
현대 왕조를 이끌었던 김 전 감독은 역대 최고 대우로 친정팀 LG 감독으로 복귀했고, 이후 잠실구장에서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 장을 썼다.
김재박 전 감독이 이끌던 2000년대 후반 LG는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X-존'(X-Zone)이다.
LG 감독으로 부임한 김재박 전 감독은 대형 투수 친화 구장인 잠실구장이 팀 타선 장타력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간이 펜스인 일명 X-존을 설치해 LG 홈 경기 때만 좌·우중간 펜스를 4m씩 앞당겼다.
팬들은 X-존을 '김재박 존' 또는 '재박 존'이라 부르기도 했다.
잠실구장은 홈 플레이트부터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10개 구단 홈구장 중 가장 길어서 홈런이 쉽게 나오지 않기로 유명하다.
X-존 설치는 잠실구장이 대중적으로 대형 구장이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김재박 전 감독은 2009년 LG 감독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과 규칙위원, 경기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이제는 평범한 야구팬으로 한발 물러서 후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현장을 떠난 뒤에도 김재박 전 감독이 남긴 에피소드와 이야기는 여전히 프로야구계에서 회자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DTD 이론'이다.
2005년 현대 감독 재임 당시 이전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 상위권을 유지하자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고 말한 것이 큰 화제를 모았다.
아직도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선 활발하게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되고 있다.
김재박 전 감독은 "젊은 야구팬들은 날 DTD로 기억하더라"라며 "내가 남긴 말이 세대를 관통하는 어록이 된 것 같아 유쾌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새로운 잠실구장에서 뛸 후배들도 많은 사람에게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과 이야기를 남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김재박 전 LG 트윈스 감독이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경기에서 시구를 마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2025.10.26 mon@yna.co.kr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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