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한국 투포환에 '토르' 박시훈 등장…아시아 넘어 세계로!

19세 박시훈, 초·중·고 한국기록 이어 U-20 아시아 기록까지 경신

공부도 1등…일반전형으로 부산대 입학 "체육계서 좋은 일 하고파"

포즈 취하는 투포환 국가대표 박시훈
(구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투포환 국가대표 박시훈이 20일 훈련장소인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8.21 cycle@yna.co.kr

(구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불모지'로 불리는 한국 육상 투포환에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와 세계무대를 정조준하는 선수가 있다.

천둥의 신 '토르'가 별명인 박시훈(19·울산광역시청)이다.

그는 한국 남자 포환던지기의 현재이자 미래다.

그가 걷는 길은 한국 투포환의 역사가 되고 있고, 나아가 아시아 투포환의 역사가 되고 있다.

박시훈은 초등부부터 중등부, 고등부까지 부별 한국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또한 이달 초 20세 이하(U-20) 아시아 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U-20 아시아 신기록(20m65·포환 무게 6㎏)을 세우더니 최근 세계육상연맹(WA) U-20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은메달을 땄다.

한국 투포환 선수가 이 대회에서 입상한 건 역대 처음이었다.

박시훈은 20.31m를 던져 한국 육상 선수 최초 금메달에 다가섰으나 1위 선수와 불과 4㎝ 차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U-20 남자 투포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박시훈
[박시훈 소셜미디어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2007년 2월생으로 아직 만 20세도 되지 않은 박시훈은 다음 달에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까지 바라본다.

20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박시훈은 "아직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는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성인 한국 기록(19m49·포환 무게 7.26㎏)을 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는 성인 국제종합대회 데뷔전인 만큼 큰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라면서 "보통 투포환 선수들의 전성기는 20대 후반인 만큼, 무럭무럭 성장해 올림픽 등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투포환 든 박시훈
(구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투포환 국가대표 박시훈이 20일 훈련장소인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8.21 cycle@yna.co.kr

◇재미 삼아 시작한 투포환

박시훈은 한국 육상에 혜성처럼 등장한 '보물'이다.

장미란(역도), 김연아(피겨스케이팅), 박태환(수영)처럼 우연한 계기로 비인기 종목에 발을 들였고, 뛰어난 기량을 앞세워 단숨에 최고 기대주로 성장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아버지와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시훈은 스포츠와 큰 접점이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투포환 대회에 출전한 것이 계기였다.

신장 191㎝, 체중 120㎏의 장골인 박시훈은 어렸을 때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었고, 그의 신체 조건을 눈여겨본 체육 교사의 권유로 포환을 들었다.

'재미 삼아' 출전한 첫 대회에서 박시훈은 2위를 차지했고, 이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휩쓸었다.

박시훈은 "좋은 성적이 나오니 재미있더라"며 "5학년 때 현재 지도자인 김현우 코치님을 만나 전문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고 돌아봤다.

중학교에 진학해 키가 190㎝를 넘어선 박시훈은 야구, 핸드볼, 배구 등 여러 종목 지도자로부터 영입을 제안받았다.

주변에선 투포환보다는 부와 명예를 얻기 쉬운 프로스포츠로 진로를 바꾸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조언도 나왔다.

그러나 박시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투포환은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종목이라 매력 있었다. 그리고 당시 내가 투포환에 강하게 '꽂혀있는' 상태였다"며 신세대답게 말했다.

밝은 표정의 박시훈
(구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투포환 국가대표 박시훈이 20일 훈련장소인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8.21 cycle@yna.co.kr

◇ 운동도 공부도 '최고'를 향해

박시훈은 자기 말처럼 어느 것 하나에 '꽂히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다.

무엇이든 하나를 시작하면 지기 싫어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한다.

운동뿐만 아니라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운동을 한다고 공부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뒤처지는 것이 싫었다"며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오중 재학 기간 내내 반 1등을 놓고 경쟁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전교학생회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가 졸업한 금오고는 전교 6등으로 입학했다.

그는 "오전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절대 졸지 않았다"며 "오후 운동을 마친 뒤 8시쯤 학원에 간 뒤 이후 1∼2시간 자습했는데 난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서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고교 입학 후엔 학업을 따라가는 것이 벅찼으나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전국체전 등 많은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공부를 놓지 않아 일반전형으로 부산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했다.

부산대에 진학한 박시훈은 "앞으로 내 미래를 열어두고 싶어서 자유전공학부를 택했다"며 "일단은 휴학했는데, 투포환 선수 생활과 학업을 모두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미래는 투포환 선수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는 박시훈은 "일단은 투포환 선수로 하나씩 목표를 이루고 싶다"며 "나중에는 한국 체육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박시훈은 다음 달 일본 나고야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힘찬 첫걸음을 내디딘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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