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했던 물과 화해한 안세현…8년 만에 나서는 아시안게임

한때 한국 수영 '미래'로 기대…슬럼프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

"스스로 만족할 수영 한다면 내후년 올림픽 도전할 용기 얻을 것"

활짝 미소를 보인 수영 안세현
[촬영 이대호]

(진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때 수영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던 선수가, 8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출발대에 선다.

안세현(30·제주시청)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통해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은 통산 세 번째 아시안게임이자, 이번 대회 여자 경영 대표팀 최고령이다.

출전 종목은 접영 50m와 100m, 혼계영 400m에 혼성혼계영 400m까지 4개나 된다.

안세현은 25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영장만 생각해도 너무 무섭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스스로 약한 존재로 느껴져서 자존감도,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며 "평생 업으로 삼아 해왔지만 '이러기 위해서 수영을 했나' 싶을 정도로 수영이 밉기도 하고 싫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창 전성기를 보내던 2017년 전국체전서 우승한 안세현
[촬영 이대호]

안세현은 한국 여자 수영의 간판이었다.

2017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 여자 접영 200m에서 2분6초67의 한국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이 성적은 지금도 한국 여자 수영의 세계선수권 최고 순위로 남아 있다.

그러나 정점 이후 긴 내리막이 찾아왔다.

201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적 부진으로 세계선수권 출전이 좌절됐고, 이후 오랫동안 부침을 겪었다.

원인으로는 부상도 거론됐지만, 정작 본인이 가장 힘들었다고 꼽은 것은 마음이었다.

안세현은 "그때 제가 느끼기로는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지금 '황금 세대' 선수들처럼 훈련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힘들어도 나 혼자 힘든 게 아니라 같이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이 놓여 있는데, 당시 저는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돌아봤다.

기록을 확인하는 안세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무척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지만, 힘들었을 때 마음을 나눌 수 없었던 부분들이 아쉬웠다"며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해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물에서 멀어질 생각도 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며 강아지 옷을 만드는 미싱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를 돌려세운 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안세현은 "시간이 약이었던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겹치면서 3년 정도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가 그래도 수영을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고, 수영을 했기에 수영선수 안세현, 그리고 명예로운 세계선수권 4위까지 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을 겪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세현의 역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대로 그냥 잊히기보다는, 수영선수 안세현으로서 후회 없이, 당장 내일 그만둬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수영은 애증의 관계지만, '애'를 좀 더 담아서 물과 친해지려고 했다."

결과는 지난 3월 경영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나왔다.

안세현은 여자 접영 50m 결승에서 26초67로 1위에 올라 2019년 이후 7년 만에 선발대회 우승을 맛봤고, 접영 100m에서도 58초73으로 정상에 서며 2관왕에 올랐다.

안세현은 "힘든 시기를 겪고 나서 수영과 멀어질까도 생각했고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해봤지만, 수영으로 마무리는 잘하고 싶었다"며 "감독님이 잘 챙겨주시고 주변에서도 '한 번 더 후회 없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다시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전성기 기량과의 격차는 여전히 숙제다. 그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체력적인 부분, 기술적인 부분, 훈련 환경도 그때와 다르다"며 "그때를 쫓아가기보다는 이 상황에서 나만의 것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었던 2018년 대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목표도 달라졌다. 예전엔 금메달뿐이었지만, 이번엔 스스로 만족하는 게 먼저다.

안세현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정말 좋았으면 좋겠다"며 "발차기를 어떻게 차고 있는지, 킥과 풀 타이밍이 맞는지를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잘 치르면 내년 세계선수권과 내후년 올림픽까지 도전할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며 "개인전에서는 최대한 제 기록에 가까운 기록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의 '1995년생 큰언니'이기도 하다.

안세현은 "예전에는 '나는 무조건 1등을 해야 해'라는 생각이었다면, 이번에는 다른 친구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이런 부탁도 남겼다.

"'힘든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라'라고 하는데 애들이 '언니 너무 무섭다'고 한다. 어려워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언니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다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러니 제발 물어봐 달라."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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