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간 바둑 둔 프로기사, 일반인보다 뇌 기능 젊고 건강하다

우측 중간 전두회 17% 더 크고 뇌 전체가 효율적으로 작동

고령이라도 지적 자극 통해 뇌의 물리적 노화 극복 가능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한국기원 협력 연구 결과 국제학술지 발표

시니어 바둑대회에 참가한 프로기사들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평생 바둑을 둔 프로기사의 뇌 기능이 일반인보다 젊고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원은 8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시니어 프로기사 29명(평균 66세)과 일반 고령 남성 50명(평균 63세)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세계적 국제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평균 54.6년 동안 바둑을 둔 시니어 프로기사의 '우측 중간 전두회'(Right Middle Frontal Gyrus) 부피가 일반인보다 약 17%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전두회가 포함된 우측 전두엽은 직관과 냉철한 계산 사이의 균형을 잡고 복잡한 판세를 시뮬레이션하는 전략적 지휘소 역할을 하는 핵심 부위다.

또한 5천회에 달하는 정밀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프로기사 그룹은 주요 뇌 네트워크 전반에서 좌우뇌를 잇는 연결 구조(구조적 공분산)가 매우 탄탄하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특정 부위의 발달을 넘어 뇌 전체가 초고속 정보 고속도로처럼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니어 프로기사의 뇌가 일반인보다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지 기능 검사에서도 프로기사가 단기 기억 및 집중력의 핵심인 '작업 기억력'(Working Memory)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우수했으며 정보 처리 속도 역시 유의미하게 빠르고 정확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프로기사 그룹은 일반인보다 정규 교육 기간이 평균 3.5년 짧았지만, 평생에 걸친 바둑 훈련만으로 뇌 구조적 발달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지적 자극을 통해 뇌의 물리적 노화를 극복하는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연구진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뇌 가소성(Neuroplasticity) 원리에 따라 고령층이라도 어떤 인지 활동을 지속하느냐에 따라 뇌의 구조와 기능이 긍정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노년기 인지 건강 유지를 위한 두뇌 자극 활동으로서 바둑의 가치를 재조명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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