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㉔사격 양지인

'비밀병기'서 '여왕'으로…양지인, 왕관의 무게 뚫고 과녁 조준

훈련 나선 양지인
(진천=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사격 국가대표 양지인이 10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미디어데이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6.8.10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년 전 파리 올림픽에서는 감춰둔 '비밀병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사격계의 모든 총구가 그를 향한다.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 양지인(23·우리은행)이 이번에는 아시아 정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양지인은 20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대표팀의 금메달 카드다.

사격은 한국이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8개를 수확한 전통의 효자 종목이지만, 2010년 광저우 대회(금 13·은 8·동 7) 이후 내림세를 겪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금 3·은 4·동 5), 2022 항저우(금 2·은 4·동 8)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사격 강국의 자존심을 되살려야 하는 중책이 올림픽 챔피언 양지인의 어깨에 걸렸다.

양지인의 아시안게임 출전은 항저우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훈련 나선 양지인
(진천=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사격 국가대표 양지인이 10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미디어데이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6.8.10 ksm7976@yna.co.kr

당시 한국체대 재학생 신분이었던 양지인은 25m 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각각 동메달 2개를 목에 걸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깜짝 금메달을 명중하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서 단숨에 월드 스타로 도약했다.

양지인의 최대 강점은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다.

25m 권총 결선은 10.2점 이상을 쏴야 1점을 얻는 '히트-미스'(Hit or Miss) 방식으로 치러진다.

찰나의 순간에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속사 위주의 승부라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정신력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양지인은 특유의 대범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표적지만 응시한다. 앞선 격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계처럼 일정한 템포로 총구를 들어 올리는 침착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사격 미디어데이 참석한 양지인
(진천=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사격 국가대표 양지인이 1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10 ksm7976@yna.co.kr

최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양지인은 "파리 올림픽 전에는 연맹에서도 나를 숨기려고 '쉬쉬'했었다는데, 이제는 이미 다 드러났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따른 무게감과 부담감이 생긴 건 사실"이라면서도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훈련하고 있다"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세계랭킹 2위인 양지인은 중국과 인도의 거센 견제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경쟁국들의 엔트리 교체에 대해 그는 "중국은 선수가 워낙 많아 자주 바뀌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자기 자리를 확실히 지키지 못해 바뀐 것 아니겠느냐"며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더 위에 있다. 상대가 누구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당찬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양지인
[촬영 이대호]

여자 권총 25m 세계랭킹 1위 에샤 싱(인도)은 양지인과 금메달 경쟁을 벌일 후보다.

2005년생 '천재 선수'로 13세 때부터 대표로 뽑혔던 싱은 항저우 대회 이 종목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싱은 양지인(41점), 김예지(42점)가 차례대로 보유했던 25m 권총 결선 세계 기록을 올해 뮌헨 월드컵에서 43점으로 경신하기도 했다.

또 파리 올림픽에서 함께 금빛 총성을 울렸던 오예진(IBK기업은행)도 양지인과 함께 시상대에 올라갈 이름으로 거론된다.

양지인은 사격장 밖에서는 동료들을 위해 과자를 굽는 따뜻한 면모도 지녔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양지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에는 취미인 제과 실력을 발휘해 휘낭시에와 마들렌, 케이크까지 구워 대표팀 선수들과 나눠 먹었다.

양지인은 "(오)예진이가 '언니 너무 맛있다'고 격하게 반응해 줘서 만들어 줄 맛이 난다"며 미소를 지었다.

양지인의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다. 올림픽과 달리 아시안게임에는 단체전이 걸려 있다.

양지인은 맏언니 봉서린, 파리 올림픽 공기권총 금메달리스트 오예진과 함께 출격한다.

양지인은 "가장 큰 목표는 단체전이다. 단체전에서 좋은 감을 잡으면 개인전 결선과 메달 획득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맏언니 서린 언니가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나와 예진이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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