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축구선수 인생은 21살에 끝났지만…테크볼로 다시 선 이준석

K4리그에서 뛰다 족구 선수 거쳐 테크볼 입문…AG 금메달 꿈 위해 직장 사직

결승서 우승 후보 2-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감격의 무대

'테크볼 금메달' 태극기 든 이준석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라크 알리 자릴 메제르 알엘라야위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한 이준석이 울먹이며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9.20 image@yna.co.kr

(나고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테크볼 대표팀 주장 이준석(27)은 초등학교 재학 시절 축구를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무대에 서는 꿈을 꿨다.

하지만 이준석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그는 21살 때 성인 4부리그 격인 K4리그 선수를 끝으로 축구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태극마크에 관한 갈증을 풀지 못한 이준석은 족구 선수로 전향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찮았다.

그때 신생 종목 테크볼이 눈에 들어왔다.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된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에서 축구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로 주로 축구 선수들이 훈련 목적으로 즐기면서 관심을 끌었고, 2017년 국제테크볼연맹이 창설되면서 전문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준석은 생업과 테크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다가 올해 2월 테크볼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뒤늦게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엔 계약직 생산직원으로 일하던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훈련에 전념했다.

가자 초대 챔피언을 향해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 한국 이준석과 이라크 알리 자릴 메제르 알엘라야위 경기. 한국 이준석이 1세트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2026.9.20 image@yna.co.kr

테크볼 대표팀은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진천선수촌에 입촌하지도 못한 채 열악한 환경 속에 대회를 준비했지만, 메달을 향한 이준석의 꿈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준석의 무대는 축구 경기장의 약 1천400분의 1 크기인 테크볼 테이블로 옮겨졌지만, 메달을 향한 간절함만큼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는 "처음 테크볼을 시작했을 때 어머니가 없는 살림에도 200만원의 거금을 들여 테크볼 테이블을 사주셨다"며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고,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집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이준석은 대회를 앞두고 사비를 들여 헝가리로 향한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헝가리 선수들에게 무작정 연락해 과외받기도 했다.

이준석은 간절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테크볼이라는 종목을 널리 알릴 수 있고, 나처럼 생업을 포기하고 뛰어든 동료들이 걱정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집중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 한국 이준석과 이라크 알리 자릴 메제르 알엘라야위 경기. 한국 이준석이 머리로 공을 넘기고 있다. 2026.9.20 image@yna.co.kr

이준석은 조별리그를 무실세트 전승으로 통과했고, 19일에 열린 준결승에선 상대 선수 자이드 에이단(쿠웨이트)이 경기 중 왼쪽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결승 티켓을 확보했다.

이준석은 꿈의 무대에 섰다.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라크의 강호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와 맞붙었다.

그는 1세트 초반 3연속 실점하며 밀리는 듯했으나 집중력을 되찾고 완벽한 경기 운용으로 세트 점수 2-0으로 승리했다.

간절히 바라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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