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눈물 닦고 '금빛 트릭' 17세 강준이 "엄마 보며 마음 다잡아"

스케이트보드 정식 종목 도입 후 한국 첫 금메달…"다음 목표는 LA 올림픽 1등"

트릭 2연속 실패 후 눈물 쏟았지만…3차 시기 같은 기술로 승부수 띄워 '대역전극'

강준이, 정상으로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강준이가 런 시도에서 기술을 펼치고 있다. 강준이는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17살의 나이에 생애 첫 주요 국제 종합대회에 나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고등학교 3학년 강준이(17·서울영등포고)는 모든 것이 얼떨떨한 듯했다.

눈앞에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에 시선을 어디에 둘 줄 몰라 당황하던 그는 조심스레 시상대 정상에 올라서더니, 고개를 떨구고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느라 금메달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도 못한 그는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연신 "정말 꿈같고 믿을 수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국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강준이는 27일 일본 아이치현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 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최종 합계 180.85점을 받아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번 금메달은 세계적인 강세를 자랑하는 종주국 일본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압도적인 트릭 연기로 심판진의 높은 점수를 끌어낸 쾌거다.

금메달 든 강준이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강준이가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이틀 뒤면 생일을 맞아 만 18세가 되는 강준이는 "친구들한테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에 따라 '웃는 생일'이 될지 '우는 생일'이 될지 모른다고 했는데, 다행히 웃는 생일이 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첫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데다, 한국 스케이트보드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대로 스케이트보드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도입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한국 선수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는 계단, 난간, 벤치 등 길거리 구조물을 본뜬 경기장에서 자유롭게 기술을 구사하는 종목이다.

강준이 '고난이도 기술'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강준이가 기술을 펼치고 있다. 강준이는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45초 동안 코스를 누비는 '런'(Run)과 단일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는 '트릭'(Trick) 점수를 각각 100점 만점으로 매긴 뒤, 합산한 총점 200점 만점으로 순위를 가린다.

강준이는 이날 런 1차 시기에서 라이벌 일본 선수들이 잇따른 실수로 흔들리는 사이 깔끔한 연기로 기선을 제압했고, 3차 시기에서는 본인조차 놀랄 만큼 완벽한 주행을 펼치며 88.45점이라는 고득점을 기록했다.

강준이 '금메달이 보여!'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강준이가 런 세 번째 시도를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강준이는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하지만 이어진 트릭 세션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야심 차게 준비한 고난도 기술인 '널리 270 힐플립 립슬라이드'를 시도했으나 1차 시기에 이어 2차 시기에서도 연달아 넘어지며 0.00점에 그쳤다.

두 번째 시도마저 실패하자 강준이는 곧바로 눈물을 보이며 좌절했고, 입고 있던 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슬렀다.

그러나 포기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강준이는 마지막 기회인 3차 시기에서 앞서 두 번이나 실패했던 같은 기술에 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울먹이는 17세 금메달리스트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강준이가 울먹이고 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강준이는 보드 앞쪽을 힘차게 차올라 도약한 뒤, 공중에서 발뒤꿈치로 보드를 회전시킴과 동시에 몸을 270도 비틀었다.

이어 보드 중앙을 난간에 안정적으로 걸친 채 미끄러져 내려가며 기어코 고난도 복합 기술을 완성해 냈다.

착지를 마치자마자 우승을 예감한 듯 포효한 그는 이번에도 눈물을 흘렸지만, 앞선 아쉬움과는 완전히 다른 환희의 눈물이었다.

강준이는 "2차 트릭마저 넘어지고 나서 '내가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이렇게 끝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관중석에서 절 응원해 주시는 분들과 어머니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 도전에 나섰는데 성공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관중석에 엄마를 보고, 항상 저를 믿어주신 만큼 이번에야말로 진짜 보답해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강준이 '정상을 향해'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강준이가 기술을 펼치고 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8살 때 처음 보드에 입문해 과거 TV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서 스케이트보드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강준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꿈을 키워온 과거를 떠올리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경상남도 양산에서 자라 처음 보드를 타기 시작했을 때는 맨땅에서 연습했고, 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무렵에도 마땅한 훈련장이 없었다"며 "금요일마다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공원에서 연습한 뒤, 주말 가장 늦은 버스로 다시 양산으로 내려가는 생활을 수년간 이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훈련할 때부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꿈에 그리던 순간을 현실로 이루게 되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종합 국제대회에서는 첫 출전 만에 금메달을 땄지만, 사실 강준이는 이미 국제 무대에서 한국 스케이트보드의 새 역사를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중이다.

강준이 '부드러운 라이딩'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강준이가 런 시도에서 기술을 펼치고 있다. 강준이는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2024년 11월 세계적인 아마추어 대회 '탬파암'(Tampa Am)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초에는 전 세계 프로 스케이트보더들이 선망하는 최대 상금(약 5만 달러)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스트리트 리그 스케이트보딩'(SLS) 데뷔 무대마저 제패했다.

아시아 무대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한 17세 소년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강준이는 "지금 가장 큰 목표는 LA 올림픽에서 1등을 하는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금메달리스트의 깍듯한 인사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강준이가 인사를 하고 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coup@yna.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