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몰래 눈물 닦은 장세윤 "銀은 패배해서 받는 메달…분해요"

준결승서 3전 전패 日 천적 꺾고도 고배…"패배가 올림픽 자극제 될 것"

'1992 바르셀로나 출전' 모친 유희준 씨 나고야 찾아 응원…"다음엔 꼭 금메달"

유도 장세윤, 여자 52㎏ 은메달 획득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 시타 카담보예바에게 패해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장세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6.9.30 image@yna.co.kr

(나고야=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금메달을 눈앞에 뒀다가 아쉽게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여자 유도 장세윤(KH필룩스)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온 뒤 뒤돌아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취재진 앞에 그는 "저 자신한테 만족스럽지 못해서,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이미 벌어진 결과는 다시 수습할 수 없으니 다음 경기에서 잘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장세윤은 3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에서 연장 골든스코어 끝에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했다.

한국 유도 대표팀에 안긴 대회 첫 메달이자 값진 은메달이었지만, 장세윤의 표정에는 아쉬움과 분함이 가득했다.

은빛 매치 펼치는 장세윤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 한국 장세윤과 우즈베키스탄 시타 카담보예바 경기. 장세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9.30 image@yna.co.kr

기쁨보다는 자책이 앞선 이유가 있었다. 장세윤은 준결승에서 통산 3전 전패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강력한 우승 후보 후지시로 고코로(일본)를 연장 혈투 끝에 잡았다.

반면 결승 상대인 시타 카담보예바(우즈베키스탄)는 이전까지 세 차례 맞붙어 모두 이겼던 선수였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상대편이었다. 장세윤은 "안일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딴 선수라 힘이 워낙 좋아 나름대로 잡기 싸움부터 힘을 쓰고 들어갔는데, 막상 맞부딪히니 상대 힘이 너무 세서 기술이 통하지 않았다"며 "내가 이겼던 이전 경기들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잡기나 기술을 더 연구해왔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장세윤 '있는 힘껏!'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 한국 장세윤과 우즈베키스탄 시타 카담보예바 경기. 장세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9.30 image@yna.co.kr

경기 중반 지도 2개를 먼저 받았던 상황에 대해서는 "갑자기 지도가 2개 쌓여 심리적인 불안감도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거기서 밀려나면 약점을 보이는 꼴이 되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기술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정확성이 떨어졌다"고 패인을 짚었다.

준결승에서 천적 후지시로를 넘어섰기에 결승 패배는 더 쓰라렸다.

장세윤은 "후지시로에게 예전에 졌을 때는 매번 상대의 밭다리 자세에 당했다. 이번에는 그 포지션을 아예 주지 않으려고 연구를 정말 많이 했고, 밭다리 공격을 허용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첫 국제 종합대회 은메달이라는 값진 성과에도 그는 끝내 웃지 못했다.

장세윤 '신중한 탐색전'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 한국 장세윤과 우즈베키스탄 시타 카담보예바 경기. 장세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9.30 image@yna.co.kr

장세윤은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도에서 은메달은 금·은·동메달 중에 진 사람만 받는 메달이지 않으냐"며 "동메달보다 한 단계 높은 메달이라 해도 결국 마지막에 패배한 선수에게 주는 메달이라 지금 당장은 기분이 많이 분하고 속상하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보여준 당찬 자신감의 배경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경기 펼치는 장세윤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 한국 장세윤과 우즈베키스탄 시타 카담보예바 경기. 장세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9.30 image@yna.co.kr

장세윤은 "내가 얼마나 아팠고,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오직 나 자신만이 가장 잘 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아무도 나를 믿어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오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를 꺾기도 했지만, 반대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상대에게 무릎을 꿇었다"며 "단 몇 초 만에 승부가 뒤바뀌는 게 유도다. 오늘의 분한 패배가 내게는 가장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더 많이 노력하고 훈련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장세윤 '결승갑니다'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준결승 한국 장세윤과 일본 후지시로 고코로 경기. 장세윤이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6.9.30 image@yna.co.kr

장세윤에게는 누구보다 든든한 멘토이자 '유도 선배'인 어머니가 있다.

그의 어머니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유도 여자 48㎏급에 출전했던 전 국가대표 유희준 씨다.

이날 어머니 유 씨는 직접 나고야 경기장을 찾아 딸의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장세윤은 "준결승이 끝나고 결승까지 쉬는 시간이 몇 시간 있었는데, 경기장 앞 편의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어머니를 잠깐 만났다"며 "엄마도 일본 선수와의 경기가 가장 큰 고비일 거라 생각하셨는데, 그걸 이겨내서 정말 기뻐하셨다. 그런데 결승에서 졌으니 다시 만나면 또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어머니를 향해 장세윤은 "여기 나고야까지 멀리 와서 응원해 줘서 정말 고맙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며 "다음에는 꼭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약속하고 싶다. 2년 뒤 LA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굳은 다짐을 전했다.

유도 52㎏급 장세윤 '최선 다해'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준결승 한국 장세윤과 일본 후지시로 고코로 경기. 장세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9.30 image@yna.co.kr

어머니와의 일화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유도 기술에 대해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셨는데, 집에 가도 선생님이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싫었다"며 "'집에서도 엄마가 선생님이냐'고 따졌더니 그 뒤로는 전혀 기술 이야기를 안 하신다. 지금은 집에 가면 정말 친구처럼 편하게 지낸다"고 미소를 지었다.

비록 시상대 맨 위에 서지는 못했지만, 장세윤은 이번 대회 유도 대표팀의 문을 은빛으로 활짝 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뒤이어 경기를 치를 대표팀 동료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장세윤은 "새 매트라 코팅이 덜 벗겨져서 그런지 경기장이 미끄럽다. 뒤이어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도 잘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남겼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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