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컴파운드 최강 인도, 리커브도 한국 턱밑까지…'1만 궁사'의 힘
인도에 져 은메달 차지한 여자 양궁 단체
(오카자키[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강채영, 이윤지, 오예진이 시상대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오른쪽은 금메달을 차지한 인도 대표팀. 2026.10.2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컴파운드 양궁 아시아 최강으로 올라선 인도가 전통의 올림픽 종목인 리커브에서 한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2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 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인도는 한국을 5-3으로 꺾었다.

인도가 이 종목 결승에 오른 것도, 금메달을 딴 것도 처음이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늘 이 종목 정상을 지킨 한국의 8연패는 무산됐다.

2023년 항저우 대회부터 아시아 컴파운드 최강국으로 떠오른 인도가 이번엔 리커브에서 태극 궁사들이 쌓아온 '철옹성'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게 한 동력으로는 대한양궁협회 회장사 현대자동차의 전폭적인 지원, 투명한 행정과 함께 압도적으로 많은 직업 궁사의 존재가 꼽힌다.

인도 여자 양궁 대표팀
[로이터=연합뉴스]

양궁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문체육 일반부 등록 선수는 193명이다. 이 중 상당수가 기업,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안정적인 생계를 보장받으며 훈련에만 집중할 환경을 누린다.

해외 양궁인들은 이런 두꺼운 저변을 '최강 태극 궁사'를 만든 결정적 요인으로 본다.

미국의 일인자 브레이디 엘리슨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에게 패해 은메달을 따낸 뒤 "한국은 양궁이 직업인 선수가 많다. 미국에서는 내가 활쏘기로 밥벌이하는 유일한 궁수"라면서 "그렇기에 한국 양궁이 훨씬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한국의 방식을 인도 양궁이 '더 압도적인 양'으로 따라 하고 있다.

인도의 양궁 등록 선수는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 등록 선수(2천666명)의 4배를 넘는다.

인도는 군과 철도청, 주 정부, 공기업이 스포츠 특기자 채용으로 궁사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한국의 실업팀과 비슷하다.

이번 대회 남자 리커브 에이스 디라즈 봄마데바라는 인도 육군 소속이다. 2021년 입대해 육군스포츠연구소(ASI)에서 훈련한다.

인도 여자양궁 모호드 쿰쿰 아닐
[로이터=연합뉴스]

여자 컴파운드 간판 조티 수레카 벤남은 안드라프라데시주 정부 고위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인도 철도청은 정기적으로 양궁 특기자를 뽑고, 거대 철강회사 타타스틸은 1996년 세운 타타 양궁 아카데미에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고, 직원으로도 채용했다.

한국 양궁에 현대차가 있는 것처럼, 인도 양궁도 든든한 후원사들이 있다.

국영 전력회사 NTPC는 2018년부터 인도양궁협회를 후원해왔고, 2023년부터 5년간 11억5천만루피(약 162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인도 양궁의 넓은 저변은 '인디언 라운드'라 불리는 대나무 활 종목에서 나온다.

1980년대 인도는 양궁 장비를 미국이나 한국에서 수입해야 했는데,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비쌌다. 이에 1989년 전통 대나무 활을 현대식으로 개량한 종목이 고안됐고, 1997년 전국선수권대회에 처음 도입됐다.

세계양궁연맹(WA)에 따르면 현대식 활 세트는 1천500달러가 넘지만, 대나무 활은 12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당기는 힘도 선수용 리커브 활의 절반 수준이어서 입문자가 기본기를 익히기에 좋다.

인도 궁사 대부분이 이 대나무 활로 양궁을 시작한다. 인도양궁협회가 내건 목표는 '집집마다 양궁, 마을마다 양궁'이다.

이렇게 모인 선수들은 피라미드식 체계 속에서 경쟁하며 성장한다. 인도양궁협회에 따르면 취미로 활을 쏘는 동호인부터 엘리트 선수까지 10단계로 나뉘고, 전국 4개 권역 거점센터가 등급을 관리한다.

디라즈 봄마데바라
[로이터=연합뉴스]

인도는 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프로리그까지 얹었다.

지난해 세계 최초의 프로 양궁 리그인 아처리 프리미어리그(APL)를 출범시켰다.

오는 8일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 이번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12명이 모두 출전한다.

산지바 쿠마르 싱 당시 인도양궁협회 기술위원장은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 연합뉴스에 "컴파운드에서 이번에 많은 메달을 따냈지만, 올림픽 종목인 리커브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제 인도 양궁은 한국의 턱밑까지 왔다"고 큰소리쳤다.

3년 뒤 인도 양궁은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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