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단숨에 '최강'으로…프로농구 삼성 대반전의 비결은

개막 9연승 KBL 새 역사…김상식 감독 "우리 핵심은 크리스"

11월 1일 SK 이기면 역대 최소경기 전 구단 상대 승리 진기록

개막 9연승 자축하는 프로농구 서울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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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스포츠는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지만, 만년 꼴찌 팀이 단 한 시즌 만에 압도적인 리그 최강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웬만한 드라마보다도 극적이다.

그 믿기 힘든 극본을 올 시즌 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현실에서 쓰고 있다.

삼성의 기세는 식을 줄을 모른다. 2021-2022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문 삼성이 초반 개막 연승을 기록할 때만 해도 주위의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파죽의 개막 9연승을 일궈낸 지금, 삼성이 올 시즌 KBL의 '최강팀'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상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삼성은 1라운드 전승이자 개막 9연승을 질주하며 KBL의 새 역사를 썼다.

2011-2012시즌 원주 동부(현 DB)와 2014-2015시즌 고양 오리온이 세웠던 기존 개막 최다 8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똘똘 뭉친 프로농구 서울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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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새 사령탑 선임이 늦어지면서 삼성은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부족했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꼬였다. 1옵션으로 영입했던 데릭 윌리엄스의 합류가 불발되면서 기존 2옵션이던 케렘 칸터가 메인으로 나섰고, 대체 선수로 크리스 맥컬러가 급하게 합류했다.

여기에 주축 이원석이 상무에 입대하며 국내 선수단 전력에는 오히려 누수가 생겼다.

그러나 코트 위 경기력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평균 83.3점을 내주며 최다 실점 2위였던 삼성은 한층 끈끈해진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최소 실점 2위(평균 78.3점)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5위(43.8%)였던 야투 성공률은 50.9%로 치솟아 리그 전체 1위를 달린다.

여기에 경기당 리바운드 전체 2위(36.9개), 어시스트 2위(20.7개)에 오르며 '골 밑 장악력'과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모두 갖춘 강팀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서울 삼성 '튀르키예 특급' 케렘 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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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밑을 든든하게 지키는 칸터를 중심으로 코트 위 선수 전원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어내는 농구를 펼친다.

경기당 평균 26.8점으로 득점 1위를 달리는 칸터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팀 선전의 비결로 화려하지 않은 곳에서 궂은일을 도맡는 맥컬러의 헌신에 더 주목했다.

김 감독은 31일 "우리 팀 선전의 뼈대에는 물론 칸터가 있지만, 핵심은 크리스(맥컬러)라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선수 둘이 득점에만 욕심을 내면 국내 선수들은 할 게 없다. 2∼3쿼터 겉돌고 리바운드만 챙기게 된다. 그런데 맥컬러가 득점 욕심을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헌신적인 역할을 해주면서 전체적인 팀의 질서가 잡혔다"고 짚었다.

김상식 감독의 단단한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김상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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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시즌 안양 KGC(현 정관장) 부임 첫해 통합우승과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제패를 이끌었던 그는 삼성 지휘봉을 잡은 뒤 '기본'과 '원칙'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선수단은 물론 코칭스태프에게도 예외 없이 원칙을 적용하며 원팀으로 묶었다.

베테랑 가드 이관희는 "선수단 구성이라는 재료는 그대로인데 주방장이 달라졌다"며 "기존의 우리 팀이 '양식'이었다면, 김 감독님은 규율과 원칙을 중시하는 '정통 한식파'다.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철학이 우리 재료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귀띔했다.

농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의 잠재력이 마침내 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프로농구 구단 지도자는 "지난 시즌부터 삼성은 3점 슛이라는 무기가 확실해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었다. 꼴찌 전력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팀에 헌신하는 외국인 선수가 주축이 되면서 공수 밸런스가 잡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식 감독이 꼽은 삼성의 '핵심' 크리스 맥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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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 달성에는 약간의 운도 따랐다. 상대 팀 외국인 선수들의 연이은 결장 호재가 있었다.

안양 정관장전에서는 라숀 토마스가, 창원 LG전에서는 아셈 마레이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대기록의 제물이 된 고양 소노 역시 1쿼터 시작 5분 만에 핵심 외국인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허리 부상으로 벤치로 물러나 고전했다.

기세를 탄 삼성은 다음 달 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올 시즌부터 경기장을 함께 사용하는 '라이벌' 서울 SK와 맞대결을 펼친다.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챔피언스리그(BCL 아시아) 참가 여파로 뒤늦게 정규시즌을 시작한 SK의 일정 탓에 양 팀의 첫 맞대결이 미뤄졌다.

만약 삼성이 이 경기마저 잡고 10연승 고지를 밟는다면, 프로농구 역대 최소인 '10경기 만에 전 구단 상대 승리'라는 진기록을 작성한다.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겨냥한 삼성의 거침없는 질주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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