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밥상 단골이었다가 귀해진 1등 '국민 생선' 뭐길래
마트 생선 코너에서 고등어나 갈치를 고르다 보면, 한쪽에 작은 생선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은빛 배와 짙은 등을 가진 정어리다. 이 작은 생선은 오래전부터 어부들 사이에서 \'바다의 산삼\'이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다. 크기에 비해 영양 밀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정어리는 사실 한국인에게 낯선 생선이 아니다. 1970~80년대에는 명태와 함께 대표 서민 생선으로 꼽혔고, 고등어나 꽁치보다 저렴하게 유통됐다. 정어리 김치찌개를 내놓는 대중식당도 흔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내륙 지방 마트에서

마트 생선 코너에서 고등어나 갈치를 고르다 보면, 한쪽에 작은 생선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은빛 배와 짙은 등을 가진 정어리다. 이 작은 생선은 오래전부터 어부들 사이에서 '바다의 산삼'이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다. 크기에 비해 영양 밀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어리는 사실 한국인에게 낯선 생선이 아니다. 1970~80년대에는 명태와 함께 대표 서민 생선으로 꼽혔고, 고등어나 꽁치보다 저렴하게 유통됐다. 정어리 김치찌개를 내놓는 대중식당도 흔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내륙 지방 마트에서 정어리를 찾기가 쉽지 않고, 유통되는 물량 상당수는 애완동물 생식용이거나 통조림 형태다. 현재 국내에서 잡히는 정어리 대다수는 양식장 사료로 소비된다.

단백질·오메가-3·칼슘 모두 들어 있는 '정어리'

정어리는 청어목에 속하는 물고기로,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한다. 등은 어두운 파란색이고, 옆구리와 배는 은빛을 띤 백색이다. 성체 기준으로는 청어보다 약간 작으며, 가슴지느러미 아래에 일렬로 배열된 검은 점 7개와 쉽게 떨어지는 둥근비늘이 청어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영양 면에서 정어리는 100g 기준 단백질 약 20g, 오메가-3 지방산(EPA+DHA) 약 1~2g을 포함한다. 참치나 고등어 같은 대형 어종과 비교해도 밀도가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오메가-3 중 EPA는 혈류 개선에, DHA는 뇌와 신경 기능 유지에 각각 관여한다.

정어리가 대형 어종보다 유리한 점 중 하나는 먹이사슬 위치다. 정어리는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수은 등 중금속이 체내에 축적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몸집이 클수록, 먹이사슬 상위에 위치할수록 중금속 농도가 높아지는 생물농축 현상과는 반대 방향에 있는 셈이다.

또한 정어리는 뼈째 먹을 수 있어 칼슘 흡수에도 유리하다. 칼슘은 뼈를 구성하는 것 외에도 근육 수축과 신경 전달에 필요한 필수 미네랄이다. 정어리처럼 뼈까지 함께 섭취하면, 일반 생선보다 흡수율이 높은 형태로 칼슘을 취할 수 있다.

정어리, 조리법에 따라 영양 달라져

정어리의 제철은 봄에서 초여름 사이다. 이 시기에 지방 함량이 높아지면서 영양 밀도도 올라간다. 몸집이 큰 정어리는 가시와 껍질을 제거하면, 흰 지방층이 드러날 만큼 지방이 오른다.

다만, 조리 방식에 따라 실제 섭취하는 영양이 달라진다. 고온에서 튀기면 오메가-3 산화가 발생할 수 있고, 소금을 많이 쓰는 조리 방식은 나트륨 섭취를 늘린다. 구이나 조림 형태가 영양 손실을 줄이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레몬이나 채소를 곁들이면, 산화를 늦추고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정어리의 조리 범위는 넓다. 구이, 조림, 찌개, 튀김, 절임, 초밥 재료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초밥집에서는 정어리 초절임을 재료로 내놓기도 한다.

정어리와 대멸 혼용… 남해안 방언에서 비롯돼

정어리 하면 흔히 거론되는 요리 중 하나가 정어리 쌈밥이다. 매콤하게 조린 생선을 상추 등에 싸서 먹는 방식으로, 여수·순천 등 전남 남해안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 음식에 들어가는 생선이 실제로 정어리인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는 대멸, 즉 큰 멸치가 재료로 쓰인다.

이 혼용은 남도 방언에서 비롯됐다. 전남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정어리와 대멸을 합쳐 '징어리'라고 부른다. 이 명칭이 정착되면서 대멸을 정어리라고 부르는 관행이 생겼고, 결국 두 어종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만화 '식객'도 이 주제를 에피소드로 다뤘는데, 정어리 쌈의 실제 주재료는 멸치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반면 경상도 남해안 일부 지역, 남해·통영 등에서는 정어리와 대멸을 구별해 부르는 경우가 많아 식당 메뉴에 멸치 쌈밥으로 표기하는 곳도 있다.

정어리는 조선시대 문헌인 와 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에는 '증울(蒸鬱)' 또는 '대추(大鯫)'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백성들의 주요 식량이었다. 다만 보관 기술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많이 잡히면 오히려 식중독 증세가 나타났다는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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