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세는 것보다 낫다…5분 안에 잠든다는 '인지 셔플링' 사용법
잠이 안 오는 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은 눈을 질끈 감고 버티거나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구권 SNS와 틱톡에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퍼지고 있다. 뭔가를 참거나 끄는 게 아니라, 오히려 뇌에 특정 신호를 적극적으로 집어넣는 방식이다. \'인지 셔플링(Cognitive Shuffling)\'이라 불리는 이 기법은 사용법이 워낙 단순해 처음 들으면 반신반의하게 되지만, 배경을 알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이 기법이 SNS에서 폭발적으로 퍼진 계기는 미국의 응급의학과 의사 조 휘팅턴의 영상이었다. 팔로워 30

잠이 안 오는 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은 눈을 질끈 감고 버티거나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구권 SNS와 틱톡에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퍼지고 있다. 뭔가를 참거나 끄는 게 아니라, 오히려 뇌에 특정 신호를 적극적으로 집어넣는 방식이다. '인지 셔플링(Cognitive Shuffling)'이라 불리는 이 기법은 사용법이 워낙 단순해 처음 들으면 반신반의하게 되지만, 배경을 알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기법이 SNS에서 폭발적으로 퍼진 계기는 미국의 응급의학과 의사 조 휘팅턴의 영상이었다. 팔로워 300만 명을 보유한 그는 교대 근무 중 얻은 불면증을 심호흡, 명상, 멜라토닌까지 동원해도 해결하지 못하다가 인지 셔플링으로 효과를 봤다고 공개했다. 의사가 직접 실패담과 함께 소개한 방법이라는 점이 신뢰도를 높였고, 영상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 기법 자체는 사실 10년도 더 된 연구에서 나왔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인지과학 교수 뤽 보두앵이 본인의 극심한 불면증을 해결하려고 직접 개발한 방법이다.

잠이 안 오는 진짜 이유부터 짚어야 한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된 패턴이 있다. 눈을 감는 순간부터 내일 해야 할 일, 낮에 있었던 대화, 걱정되는 일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뇌가 문제 해결 모드를 종료하지 못한 상태다. 이 상태에서는 신체가 아무리 피곤해도 뇌가 각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잠들기 어렵다. 멜라토닌이나 수면제가 신체의 긴장을 낮춰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인지 셔플링은 방향이 다르다.

뇌가 각성 모드를 스스로 놓아버리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보두앵 교수가 주목한 것은 잠들기 직전 뇌가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상태였다. 의식이 흐려지면서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들이 파편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이다. 인지 셔플링은 그 상태를 의도적으로, 미리 만들어내는 것이다. 뇌 입장에서는 그 신호를 꿈의 전조로 받아들이거나 잠들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해석하게 된다.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다

먼저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단어를 하나 고른다. '건강, '공책', '가지'처럼 특별히 기분을 자극하지 않는 단어면 된다. 그 단어의 첫 자음, 예를 들어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예를 들면 '기차', '고래', '구름', '거울', '거위', '고래', '가방', '고민', '구두' 등이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단어를 머릿속에서 읊는 게 아니라, 각 단어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실제로 그려보는 것이다. 기차라면 철길 위를 달리는 모습이나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처럼 구체적인 장면으로 시각화해야 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스토리나 논리적 연결을 만드는 순간 뇌는 다시 생각하는 모드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미지는 반드시 서로 무관한 채로 두어야 한다.

해당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으면 다음 자음 'ㄴ'으로 넘어가 '노래', '낙타', '노을', '농구'를 같은 방식으로 이어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번째 자음을 넘어가기 전에 잠에 든다고 보고한다. 실제로 이 방법을 시도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경험이 있다.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이미지가 통제되지 않고 꿈처럼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그게 잠들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보두앵 교수 연구팀은 2016년 15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인지 셔플링의 효과를 직접 검증했다. 잠들기 전 걱정거리를 종이에 써내려가는 '건설적 걱정' 방식과 비교했을 때, 인지 셔플링 그룹은 유사한 수준의 수면 유도 효과를 보였다. 두 방법이 비슷한 효과를 냈다면 별 차이 없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만, 참가자들의 평가가 달랐다.

종이에 걱정을 쓰는 방식보다 인지 셔플링이 훨씬 쉽고 편하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별도의 준비 없이 침대에서 바로 할 수 있다는 점, 오히려 걱정을 꺼내어 직시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는 점이 이유였다. 이 연구는 같은 해 미국수면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고, 포브스 등 주요 매체가 주목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만 의학계 전반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처럼 대규모 임상 데이터로 검증된 치료법과 동등한 수준으로 보기에는 아직 연구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표준 치료법이 아닌 보조 요법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불면증이 만성화된 상태거나 일상이 무너질 만큼 심각하다면 의사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기법을 시도해볼 만한 이유는 명확하다.

비용이 없고, 도구가 필요 없고, 부작용 보고도 없다. 수면제나 멜라토닌처럼 신체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방향만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가장 먼저 꺼내 써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단어를 연상하다 보면 어느새 이미지가 제멋대로 흘러가고, 그 순간 이미 반쯤 잠에 들어있을 수 있다.

※오늘 밤 바로 시도할 수 있는 인지 셔플링 3단계

1. 감정이 붙지 않는 중립적인 단어 하나를 정한다. 직장, 가족, 돈처럼 생각을 자극하는 단어는 피한다.

2. 첫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떠올리되, 각 단어를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시각화한다. 단어들 사이에 어떤 연결도 만들지 않는다.

3. 해당 자음의 단어가 고갈되면 다음 자음으로 넘어가 반복한다. 자음을 몇 개 넘기기 전에 잠든다면 성공이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