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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어데일리
요즘 진료실에서 부쩍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생님, 건강해지려고 걷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무릎이 아파요.”
안녕하세요. 우리 몸의 통증, 진짜 원인을 찾아 설명해드리는 통증 요정 김학조원장입니다.
하루 만 보 걷기가 유행하고, 주말이면 공원과 한강변에는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중년이 되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 걷기를 시작하는 분들도 많고, 살을 빼기 위해 큰마음 먹고 러닝화를 장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분명 시작은 건강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열심히 운동한 다음 날부터 무릎이 아픕니다. 평지를 걸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이 찌릿합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도 무릎이 불편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벌써 무릎 관절이 닳았나?”
특히 40~50대가 되면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퇴행성관절염부터 걱정합니다.
하지만 통증이 무릎 바깥쪽에 유독 몰려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무릎 관절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무릎 바깥을 길게 지나가는 ‘장경인대’와 그 주변 조직을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릎이 아픈데, 왜 허벅지를 봐야 할까요?
장경인대라는 이름은 조금 어렵습니다.
아주 쉽게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 허벅지 바깥쪽에는 골반 근처에서 시작해 무릎 바깥쪽까지 길게 이어지는 아주 질긴 띠 같은 조직이 있습니다. 바지를 입었을 때 바지의 바깥쪽 재봉선을 떠올려보세요. 골반 옆에서 무릎까지 길게 내려오는 선입니다.
그 주변에는 엉덩이와 허벅지의 여러 근육도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들이 서로 힘을 나누면서 우리가 걷고, 뛰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문제는 갑자기 너무 많이 사용할 때입니다.
평소 하루 3천 보를 걷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만 보, 2만 보를 걷습니다. 몇 년 동안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던 사람이 건강을 위해 갑자기 5km 러닝을 시작합니다.
몸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데 갑자기 야근이 쏟아진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 며칠은 버팁니다. 하지만 같은 움직임이 수천 번 반복되면서 엉덩이와 허벅지 주변 근육이 지치고 움직임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릎 바깥쪽 장경인대 주변에 반복적인 압박과 자극이 생기면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장경인대 증후군입니다.
특히 ‘내려갈 때’ 아프다면 눈여겨보세요
장경인대 증후군을 겪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통증 요정 - 운동하고 나서 무릎이 아프세요? 무릎만 보지 말고 바로 여기 주머니 옆의 "주머니 근육(장경인대)"를 보세요. 뜻밖에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아파요.”
“뛰기 시작할 때는 괜찮은데 조금 지나면 무릎 바깥쪽이 아파요.”
“처음에는 뻐근했는데 이제는 찌르는 것처럼 아픕니다.”
장경인대 주변 통증은 무릎을 반복해서 굽혔다 펴는 동작에서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달리기를 오래 하거나 내리막길을 달릴 때, 계단을 반복해서 오르내릴 때 증상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픈 곳이 항상 문제의 시작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릎이 아프면 무릎만 주무릅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부품 하나씩 따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닙니다.
골반이 움직이고, 엉덩이가 힘을 쓰고, 허벅지가 따라가고, 무릎과 발목이 함께 움직여야 한 걸음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엉덩이 근육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거나, 갑자기 운동량이 늘거나, 같은 동작을 너무 오래 반복하면 그 부담이 무릎 주변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경인대 증후군을 단순히 “무릎이 안 좋아졌다”라고만 생각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건강하려고 시작한 운동이 왜 나를 아프게 할까요?
여기에는 조금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습니다.
건강하려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운동 때문에 아픕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운동 자체보다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보다 갑자기 많이 움직였다는 것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에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운동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매일 만 보를 걷는 것,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쉬는 날 없이 계속 뛰는 것, 평지만 걷던 사람이 등산을 시작하면서 긴 내리막길을 걷는 것.
이런 변화는 마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몸에는 꽤 큰 사건입니다.
우리 몸의 근육과 힘줄, 인대 주변 조직은 사용하면 조금씩 강해집니다. 하지만 강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화분에 물을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물을 주면 식물이 잘 자랍니다. 그렇다고 하루에 한 달 치 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더 잘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도 같습니다.
좋은 운동도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어가면 통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릎 바깥쪽이 아프다고 무조건 운동을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통증을 만들어낸 운동량을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매일 1시간씩 달리기 시작한 뒤 통증이 생겼다면 며칠 동안 같은 강도로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운동하다 보면 풀리겠지.”
이 생각으로 통증을 참고 계속 뛰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문자메시지와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힘든데?”라고 보내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무시하면 다음에는 “이제 정말 쉬어야 해”라고 더 큰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통증이 생겼을 때는 먼저 운동량과 강도를 낮추고 몸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때 집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엉덩이와 허벅지 바깥쪽 주변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입니다.
무릎만 주무르지 말고 조금 위를 보세요
제가 환자분들에게 자주 말씀드리는 것이 있습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무릎만 괴롭히지 마세요.”
장경인대는 매우 질긴 조직이기 때문에 손으로 세게 문지른다고 고무줄처럼 쭉 늘어나는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아프게 누르고 문지르면 예민해진 조직을 더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핵심은 ‘장경인대를 세게 마사지한다’기보다 그 주변의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옆으로 누워 손이나 마사지볼을 이용해 엉덩이 옆쪽과 허벅지 바깥쪽 근육을 천천히 눌러봅니다. 아픈 곳을 찾아 이를 악물고 세게 누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통증 요정 - 집에 있는 수건 한장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무릎 바깥쪽이 아프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아, 여기가 조금 뻐근하구나.”
그 정도의 압력으로 천천히 풀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특히 무릎 바로 바깥쪽의 가장 아픈 지점을 강하게 문지르기보다는 그보다 위쪽의 허벅지와 엉덩이 주변을 부드럽게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칭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다리를 교차한 상태에서 몸을 천천히 옆으로 기울이면 엉덩이 옆과 허벅지 바깥쪽이 당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시원하게 당기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통증을 참으면서 더 깊이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몸은 혼내야 말을 듣는 아이가 아닙니다.
부드럽게 움직여도 충분히 변합니다.
마사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합니다.
마사지하고 스트레칭해서 좋아졌는데 다시 뛰기 시작하자 또 아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는 단순히 ‘굳어서 아픈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왜 같은 곳에 계속 부담이 몰리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운동량이 너무 빠르게 늘지는 않았는지, 엉덩이 근육이 충분히 힘을 쓰고 있는지, 달릴 때 한쪽 다리에 유독 체중이 몰리지는 않는지, 내리막길이나 계단 운동을 지나치게 반복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마사지와 스트레칭이 지금 생긴 긴장을 풀어주는 일이라면, 적절한 근력운동과 운동량 조절은 다시 아프지 않게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불이 났을 때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자꾸 같은 곳에서 불이 나는지도 찾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운동을 그만두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무릎 통증을 겪은 뒤 걷기나 달리기를 아예 포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역시 나이가 드니까 운동하면 안 되나 봐요.”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중년 이후에는 근육과 관절을 위해서라도 적절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20대의 몸과 50대의 몸은 준비 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마음먹으면 바로 뛰어도 괜찮았다면 이제는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고, 운동 뒤에는 몸이 회복할 시간을 주고,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도 함께 관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은 약과 비슷합니다.
적당한 양은 몸을 건강하게 하지만 내 몸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갑자기 늘리면 오히려 통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건강하려고 시작한 운동 때문에 무릎 바깥쪽이 아프기 시작했다면 무조건 “관절이 닳았다”고 겁부터 먹지는 마세요.
며칠간 운동량을 조절해보고, 엉덩이와 허벅지 주변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통증이 가라앉으면 천천히 운동량을 다시 늘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통증이 심하거나 붓기와 열감이 생긴 경우, 무릎에 힘이 빠지거나 잠기는 느낌이 있는 경우, 다친 뒤 통증이 시작된 경우, 또는 운동량을 줄여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장경인대 증후군이라고 스스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반월상연골이나 인대, 관절 등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하므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무릎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배신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열심히 걷고 뛰어온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운동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지금은 조금 너무 많이 했다는 뜻이야.”
통증을 없애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통증이 왜 생겼는지 몸의 이야기를 알아듣는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래도록 건강을 지켜주는 습관이 되려면, 더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먼저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움직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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