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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초미 관심사는 ‘북런던 형제’의 엇갈린 희비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스널은 ‘사고초려’ 끝에 숙원을 풀었고 토트넘은 나락에 빠질 뻔할 위기에서 가까스로 돌아왔다.
25일(한국시간) 2025-2026 PL 최종 라운드가 모두 마무리됐다. 올 시즌 PL의 대흥행을 이끈 ‘북런던더비’ 아스널과 토트넘도 상반되는 과정으로 각자 만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두 팀은 말 그대로 PL 가장 높은 순위와 가장 낮은 순위에서 ‘꿀잼’을 보장했다.
아스널은 22년 만에 숙원을 풀었다. 지난 2003-2004시즌 그 유명한 무패 신화로 대변되는 우승을 끝으로 아스널은 리그 우승과 연이 멀었다. 2006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무리한 건설로 재정난까지 시달리면서 우승 후보 아스널은 점차 4위권을 간당간당하는 팀으로 쇠락했다. 2010년대에는 매 시즌 리그 4위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탈락만 반복한다는 의미의 사실상 멸칭에 가까운 별명을 갖기도 했다.
그러던 2020년대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아스널의 반등이 시작됐다.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성장한 아스널은 지난 3시즌 연속 PL 준우승을 거두면서 우승 후보 복귀를 알렸다. 준우승 과정에서 연달아 후반기 들어 리그 선두를 내주는 과정으로 ‘잘해도 우승은 못하는’ 이미지를 쌓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탄탄해지는 전력을 볼 때 분명한 성장의 과정이었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2억 9,000만 유로(약 5,100억 원)를 쏟아내는 대대적인 투자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기도 했다.
아스널의 적극적인 투자 전략은 곧 성적으로 돌아왔다. 아스널은 지난 몇 시즌 간 선두를 유지하다가 후반기부터 체력 및 부상 문제로 자리를 뺏기는 패턴을 반복했다. 그러나 올 시즌 아스널은 11개 포지션마다 2~3명씩 운용할 수 있는 스쿼드 폭으로 후반기 고난의 시기를 무리 없이 헤쳐 나갔다.
여기에 아르테타 감독식 ‘사기급 코너킥 전술’도 큰 몫을 했다.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 윌리암 살리바 등 제공권이 좋은 센터백들과 데클란 라이스, 부카요 사카같은 킥 요원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아스널은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을 사실상 농구의 자유투 같이 유력한 득점 기회로 둔갑시켰다. 박스 안에서 벌이는 파울성 견제로 일각에서는 ‘축구의 미식축구화’라고 비판하곤 했지만, 엄연히 규정을 십분 활용한 변칙 전술에 가까웠다. 이처럼 여러 재미 요소를 낳은 아스널은 추격자 맨체스터시티를 따돌리고 4번째 도전 만에 당당히 리그 왕좌에 올랐다.
반면 또다른 북런던 형제 토트넘에 올 시즌은 여러 모로 잊고 싶은 시즌이 됐다. 미운 이웃 아스널의 우승도 이미 배가 아픈데 정작 토트넘은 강등권 경쟁을 벌여야 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유로파 우승을 마지막으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결별한 토트넘은 브렌트퍼드에서 시스템 축구로 호평받은 토마스 프랑크 감독을 선임하면서 새 시대를 준비했다. 시즌 초 맨체스터시티를 맞춤 전술로 제압하는 등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최악의 수가 될 진 몰랐다. 기대와 달리 프랑크 감독의 호성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프랑크식 맞춤 전술은 명확한 플랜 A 부재로 밑천을 드러냈다. 게다가 라커룸 대화 중 동기부여 주제로 아스널을 들고 아스널 엠블럼이 박힌 종이컵으로 물을 마시는 등 토트넘 팀 문화를 철저히 무시한 행보로 선수단의 신뢰까지 잃어버렸다. 이 시점 순위는 16위까지 밀려났다. 결국 프랑크 감독은 26라운드 뉴캐슬유나이티드전 패배를 마지막으로 경질됐다.
임시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고르 투도르 감독도 전임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도르 감독은 몸과 마음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토트넘에 “집중력 부족”, “축구 실력 문제” 등 공식 석상에서 너무 과한 채찍질을 했고 부임 후 리그 4경기 1무 3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낳으면서 퇴진했다. 순위는 강등권 바로 위인 17위까지 추락했고 이때부터 강등 위기가 드리웠다.
토트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괴팍한 전술가로 유명한 로베르토 데체르비 감독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간쓸개라도 다 내어줄 듯 파격적인 계약을 제안한 걸로 알려졌다. 데체르비 감독은 평소와 다른 온화한 리더십으로 토트넘의 잔류를 이끌었다. 데뷔전이던 32라운드 선덜랜드 원정에서 패배하면서 18위까지 잠시 추락했지만, 이후 6경기 3승 2무 1패를 거두며 17위 자리를 지켜냈다. 최종 라운드까지 잔류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토트넘은 에버턴을 1-0으로 꺾으며 같은 시간 리즈유나이티드를 꺾은 18위 웨스트햄유나이티드와 2점 차를 유지, 가까스로 생존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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