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스눕독 선정 축구 GOAT’ 엄지성의 월드컵 각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준비 돼 있다”
엄지성(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엄지성(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래퍼 스눕독 선정 역대 최고 축구선수(GOAT). 엄지성이 올해 초 하사받은 칭호다. 이처럼 재미있는 경험뿐 아니라 축구적으로도 지난 2년간 수많은 경험으로 성장했다.

엄지성은 월드컵 본선에서 아무리 짧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팀 승리에 기여하기 위해 늘 머리를 굴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대표 중 한 명인 엄지성은 지난 18일 미국으로 출국해 전지훈련 중이다. 출극 전 엄지성을 만나 각오를 들었다.

티나지 않는 나의 성장, 더욱 효율적인 선수가 됐다

엄지성은 광주FC에서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뒤 2024년 여름 잉글랜드 챔피언십(2)에 참가하는 스완지시티로 이적했다. 첫 시즌 적응기 없이 32도움을 올렸고, 이번 시즌은 22도움을 기록했다. 윙어로서 공격 포인트가 늘지 않았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딱히 발전했는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그대로니까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럼에도 실제로 성장한 능력은 판단력이다. 이 상황에서 드리블을 해야 할지, 패스를 해야 할지, 동료를 이용해 쉽게 플레이해야 할지, 그런 걸 터득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나보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궁리하면서 알게 됐다. 공을 빨리 처리하니까 부상이 줄었다. 늘 내 발목을 잡았던 게 부상이었는데 이젠 꾸준함이 생겼다.”

스완지가 중위권에 고정돼 승격과 강등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시즌 막판에는 여비를 아끼기 위해 버스로 편도 8시간 걸려 원정을 갔다. 라이벌 의식이 강한 더비 경기는 원정 서포터가 경기장 주위를 서성거리다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며 단체로 움직이는 걸 봤다. 한국에서보다 오히려 힘든 원정 환경, 그리고 격렬한 응원을 매주 겪으면서 월드컵에서 어떤 환경이 주어져도 당황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생겼다.

스눕독 선정 고트

그 중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은 경험은 구단주 스눕독의 구단 방문이다. 스완지는 요즘 유행하는 유명인 구단주 정책으로 래퍼 스눕독, 미국 방송인 마사 스튜어트, 축구 레전드 루카 모드리치 등에게 지분을 나눠줘 공동 구단주 직함을 부여했다. 스눕독이 직접 경기장을 찾은 홈 경기는 매진이 됐다. 경기 전후로 그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경기 끝나고 스눕 구단주님이 라커룸에 오셨다. 키가 거의 2m 되시더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았는데 그때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네가 그 10번이지? 잘 하더라라면서 유니폼에 GOAT라고 써 줬다. 랩 하듯 특유의 빠른 말투로 말이다. 우리 선수들이 다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걸었는데 나만 맞팔을 해 줬다. 아직도 잘 실감이 안난다. 내가 스눕독과 맞팔이라니.”

윙백? 수비가담은 원래 자신 있다

엄지성은 한국의 주전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아니다. 대신 투입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본업인 2선 공격자원뿐 아니라, 유사시 공격력 극대화를 위한 윙백으로도 쓰일 수 있다. 이미 평가전에서 윙백 자리를 잠깐이나마 경험했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소화한 적 없는 임무지만 엄지성은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면 어느 위치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스완지에서도 왼쪽 윙포워드 자리에서 경기하되 스리백 전술의 윙백 위치까지 내려가 수비하는 장면이 많다. 윙백이라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공격할 때는 와이드하게, 수비할 때는 낮은 위치에서. 그게 늘 해 온 역할이고 내 스타일이다.”

엄지성이 주로 참고하는 선수도 수비가담 능력이 좋은 미토마 가오루,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같은 윙어다. 특히 미토마는 일본 대표팀에서 윙백으로 깜짝 변신해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홍 감독이 가장 참고하는 사례로 꼽히는데, 엄지성은 원래 미토마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영상을 많이 보곤 했다. 미토마 특유의 드리블 스킬을 따라해 실전에서 성공한 적도 있다.

엄지성(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엄지성(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엄지성(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엄지성(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정성룡의 월드컵을 보며 축구에 입문했는데, 이젠 내가 직접 뛰다니

축구 선수들에게 월드컵은 가장 특별한 무대다. 엄지성은 초등학생이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기억한다. 당시 한국 골키퍼였던 정성룡에게서 큰 매력을 느꼈다. 공책에 그렸던 골키퍼 장갑의 디자인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축구선수 생활도 골키퍼로 시작해 나중에 필드 플레이어로 전향했다. 엄지성의 삶을 이끌어 준 것이 월드컵이었다.

엄지성은 단 5분 투입되더라도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궁리하고 있다. 소속팀에서는 보통 선발로 뛰기 때문에 조커 역할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선발과 교체요원은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교체요원은 호흡을 고르고 적응할 시간이 아예 없다. 좀 뛸만하다 싶으면 경기가 끝나버리기도 한다.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면, 언제 투입될지 모르니 미리 호흡을 터뜨려 놓아야 한다. 세계적인 무대엔 월드컵에서 조금이라도 출전하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면 이런 것까지 생각해 둬야 한다. 막바지에 들어간 선수는 공을 딱 한 번 만졌는데 그것때문에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체력적, 호흡적, 심리적으로 선발보다 오히려 더 압박이 크다. 그 가능성을 다 염두에 두고, 엄지성은 생애 첫 월드컵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빛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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