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와이어
ECS텔레콤, 국내 최초 파트너사 중 하나로 ‘줌’ 전 제품군 구축부터 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 제공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도니얼 말런의 얼굴에 전설적 스트라이커 호나우두를 합성하는 건 한때 짖궂은 농담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시점 말런의 득점 감각은 진짜로 호나우두를 연상시킨다. 그의 골이 AS로마를 살렸고, 이젠 네덜란드를 살리려 한다.
말런은 최근 반 시즌 동안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공격수다. 잉글랜드 애스턴빌라에서 후보로 밀려 있던 말런은 1월 이탈리아 명문 로마로 임대됐다. 데뷔전에서 토리노를 상대로 골을 터뜨렸다. 좋은 문전 위치 선정으로 수비 사이에서 패스를 받은 뒤 깔끔한 퍼스트 터치, 좋은 타이밍 슛까지 이어졌다.
자신감이 붙은 말런은 더 어려운 골을 넣기 시작했다. 칼리아리전에서는 수비와 어깨싸움을 하며 슛 하기 어려운 각도로 밀려나고 있었는데도 튀어나오는 골키퍼 위로 공을 찍어 차는 등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어진 나폴리전도 페널티킥 포함 연속 멀티골을 달성하면서 득점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차올랐다. 뒤이어 유벤투스, 상승세 코모(PK) 등 어려운 팀을 만날 때마다 골이 쏟아졌다.
피사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할 때 측면부터 중앙까지 수비를 다 깨부수고 들어가는가 하면, 스루패스를 받아 반박자도 아니고 0.75박자 빠른 타이밍에 슛을 날려 수비의 예상을 깨는 등 예측불허 마무리가 돋보였다.
이후 볼로냐전 1골, 파르마전 2골(1PK) 등 득점을 쌓아가던 말런은 리그 최종전에서 개인적으로나 팀을 위해서나 의미가 각별한 골을 추가했다. 로마가 치열한 4위 싸움 중이던 가운데 열린 경기였다. 말런의 페널티킥이 한 번 막혔지만, 파울로 디발라가 문전에 재차 투입해 준 공을 받아 골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로마가 2-0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4위를 획득,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따냈다.
말런은 득점 2위로 시즌을 마쳤다. 공격수들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한 시즌이었기 때문에 득점 선두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도 17골에 불과했다. 말런은 고작 18경기만 뛰고 득점 2위에 등극하는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했다. 전반기 애스턴빌라에서 넣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4골과 각종 컵대회 골을 합하면 22득점이다. 빅클럽 진출 후 최다득점 시즌이다. 네덜란드 1부 PSV에인트호번 시절 27골(2020-2021)을 득점한 기억은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독일 등 빅 리그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골이 확 줄어들었다. 특히 빌라에서는 1년 반 동안 도합 10득점에 그쳤던 선수가 로마에서 반년 만에 15골을 폭발시켰다.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로마 감독은 공격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이미 로마에 있던 기대주 아르템 도우비크, 에반 퍼거슨은 그와 잘 맞지 않았다. 공격진 교체를 위해 싼 값에 빌려 온 말런이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보여주면서 팀이 살아났다. 말런은 로마 완전이적을 닰어했다.
말런이 스트라이커로 각성했다는 건 월드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변수다. 네덜란드는 한동안 스트라이커 기근에 시달렸다. 1990년대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2000년대 뤼트 판니스텔로이, 2010년대 로빈 판페르시 이후 그만한 공격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간판 스트라이커는 멤피스 더파이였다. 분명 프로 무대에서보다 대표팀에서 더 활약해 준 ‘애국자형’ 선수인 건 맞고, 꾸준한 노력 끝에 네덜란드 A매치 최다득점인 55골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더파이 원톱은 한계가 있었다. 지난 12년간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이 단 한 번(유로 2024)에 불과했다.
게다가 더파이마저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 난조를 겪어, 이번 월드컵 선발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드컵 예선에서 무려 8골을 넣으며 대표팀 활약을 이어 왔지만 소속팀 코린치안스에서 최근 반년간 단 12경기 1득점에 불과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불편하다.
원래 더파이 부재시 최전방에 쓸 수 있는 선수는 브라이언 브로비, 코디 학포, 바우트 베호르스트 등이었다. 하나같이 좀 아쉬운 선수들이다. 브로비는 잠재성이 있지만 아직 설익었고, 학포는 측면 자원에 가깝고, 베호르스트는 조커용 장신 스트라이커지 주전용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말런이 새로운 주전 스트라이커로 등장하면서, 네덜란드의 전력은 화룡점정이 됐다. 전체적으로 젊고 에너지 있는 선수들을 기용해 강하게 전방압박하는 게 로날드 쿠만 감독의 전략이다. 많은 속공 기회가 주어진다면 스피드가 장점인 말런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이 제공된다.
네덜란드와 F조에 있는 일본, 스웨덴, 튀니지 입장에서는 조 최강팀이 대회 직전에 주전 스트라이커 교체라는 큰 변화를 맞으면서 기존 분석을 크게 뒤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안 그래도 팀간 전력 격차가 적고 이변의 가능성이 큰 조였는데, 말런이 최전방에서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조 판세 자체가 요동칠 수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보루시아도르트문트 X 캡처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