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은 기초부터, 항상 생각하고 토론하라… 천안 박진섭 감독의 ‘둘리볼’ 이식법 [K리그.1st]
박진섭 천안시티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진섭 천안시티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처음 접하니 조금 어렵다”, “0부터 하나하나 다 가르쳐 주신다”, “동계 때는 조별 과제도 있었다” 올 시즌 박진섭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천안시티FC 선수단의 증언이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 둘리볼을 이식하는 박 감독의 철학이다.

올 시즌 천안시티FC가 순항 중이다. 2023시즌 13위, 2024시즌 9위, 2025시즌 13위에 그친 천안은 올해는 13라운드 기준 10위에 위치 중이다. 지난 순위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승격 플레이오프권과 격차는 6점에 불과하다. 게다가 12경기 치르는 동안 패배는 단 3회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천안은 13라운드까지 1승 1무 11패를 당했다. 올 시즌 천안은 분명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올겨울 천안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광주FC, FC서울, 부산아이파크 등을 지휘하며 숱한 K리그 사령탑 경험을 쌓은 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천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K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전술가답게 박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천안에 이식하는 데 초점을 잡았다. 일반적인 접근법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술 스타일을 가졌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기초부터 착실히 다지고 있다. 현재까지도 천안의 둘리볼 이식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진섭 천안시티FC 감독. 천안시티FC 제공
박진섭 천안시티FC 감독. 천안시티FC 제공

박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2-2-4-2 전형, 상대 맞춤 전술 등이 천안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올 시즌 천안은 3-4-3 포메이션을 적극 활용 중이다. 공격 상황에서는 스리백 일원 중 한 명이 미드필더로 변신한다. 이때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라마스는 자연스레 한 칸 전진해 공격에 집중한다. 이때 라마스가 최전방에 배치된 공격진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면서 전형은 2-2-4-2 혹은 2-4-1-3식으로 경기 중 자유자재로 변화한다.

박 감독의 다른 강점인 상대 맞춤 대응도 천안의 선전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이렉트 승격을 노리는 수원삼성, 대구FC, 부산아이파크 등 K리그2 강호에 비해 현실적으로 천안은 한 수 아래에 위치한 팀이다. 그러나 상위 전력의 팀과 붙어도 대패하기는커녕 오히려 승점을 따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4라운드 서울이랜드전 무승부, 5라운드 전남드래곤즈전 승, 8라운드 대구FC전 승 등이 대표적이다. 11라운드 부산아이파크전(0-1), 13라운드 수원삼성전(2-3)에서도 끈질긴 경기력을 증명했다.

상대 전력, 경기 상황에 따라 박 감독의 유연한 전술 운용이 천안의 끈끈함을 만들었다. 7라운드 충북청주전에서는 185cm 스트라이커 이준호를 레프트윙으로 배치해 제공권 우위를 점했고 결국 동점 헤더골을 통해 패배를 피했다. 8라운드 대구전에서는 파이브백 운용으로 상대 공세를 이겨낸 뒤 후반 투입한 이준호, 사르자니를 통해 역전극을 만들었다. 직전인 13라운드 수원전에서는 전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철저한 지역 수비와 반대 측면으로 움직이는 상대 공격수를 대인 마크해 경기 막판까지 끈질긴 승부를 이어갔다. 종료 직전 골키퍼 실책으로 먹힌 결승 실점이 아쉬웠지만, 박 감독의 맞춤 전술이 대부분 시간대에서 통했다는 점을 부정할 순 없었다.

이처럼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박 감독의 전술을 경기장에서 구현하는 건 선수들의 몫이다. 천안 선수들은 하나 같이 박 감독의 전술을 “솔직히 어렵다”라고 표현하지만, 그만큼 박 감독이 성심성의껏 일목요연하게 지도한다고 입 모아 답한다.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 중인 구종욱은 “기본적으로 스리백을 하는데 상대에 맞춰 감독님이 포지션을 설정하신다. 조금씩 상황 상황마다 계속 변하는 것 같아서 선수들이 빠르게 인지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 전술은 처음 접해 보니까 아무래도 조금 어려움도 있다”라고 증언했다.

우정연(천안시티FC). 김진혁 기자
우정연(천안시티FC). 김진혁 기자

팀 막내인 우정연은 “최대한 잘 가르쳐 주시려고 노력하신다. 0부터 하나하나 다 가르쳐 주시는 느낌이다. 기본기부터 감독님의 노하우를 토대로 접근한다. 개개인으로 피드백을 다 해주신다. 형들한테도 부족한 부분을 따로 피드백하신다. 나한테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그렇게 하신다”라며 박 감독의 세심한 지도에 감탄했다.

박 감독은 동계 훈련 때는 ‘조별 과제’까지 준비했다. 선수단을 5개 조로 나눠 ‘상대 전형에 따른 대응법’, ‘한국 축구의 미래’, ‘좋은 지도자란?’ 등 다양한 주제의 토론 과제를 내줬다고 한다. 그리고 1주일 후 강당에 모여 과제 발표 및 토론을 진행하며 선수단의 자발적인 사고를 유도했다.

관련해 우정연은 “되게 신기하다. 복잡하고 제대로 짜인 전술을 처음 해보니까 머리도 많이 써야 하고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 영상도 많이 보고 팀별로 과제를 해결하는 등 전술적인 공부를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및 천안시티FC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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