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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홍명보호의 26인 최종 명단 중 K리그 소속 선수는 단 6명뿐이다. 그중 공격 관련 포지션에서는 이동경이 유일하다. “K리그도 경쟁력이 있고 뒤쳐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포부처럼 월드컵 무대에서 빛날 수 있을까.
이동경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에 극적 승선했다. 홍 감독 부임 이래 꾸준히 대표팀 승선하던 이동경은 지난해 10월 A매치 이후 두 차례 연달아 부름을 못 받으면서 최종 명단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명단 발표 직전 5경기 3골로 무력시위를 펼치며 ‘월드컵 직전 최고 컨디션’이라는 승선 필요조건을 가까스로 충족했다.
홍 감독은 ‘레드오션’인 대표팀 2선 경쟁 중 직접 지도 경험이 있는 이동경을 택했다. 울산HD 소속 이동경은 2023시즌 후반기부터 2024시즌 전반기까지 당시 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홍 감독의 지휘 아래 16경기 10골 5도움을 올렸다. 사제지간으로 함께한 경기는 얼마 되지 않지만, 홍 감독 체제 울산에서 지금까지 소속 시기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홍명보호의 이동경 최종 발탁은 ‘깜짝’보다는 ‘예상’에 가깝다.
현재 대표팀 2선은 과포화 상태다. 손흥민, 이강인, 양현준, 엄지성, 배준호, 이재성 등 가용 자원의 경쟁력이 상당하다. 여기에 유일한 국내파 이동경이 합류했다. 이동경 활용에 익숙한 홍 감독은 어떤 방식으로 이동경을 기용할까. 우선 포지션은 당연히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가 유력하다. 울산 시절 홍 감독은 이동경을 4-2-3-1 전형의 중앙 혹은 오른쪽 측면에 활용했다. 현재 대표팀에선 3-4-2-1 전형을 쓰기에 위치상 비슷한 2선 오른쪽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A매치 때도 같은 위치를 소화했다.
단 전술적 역할은 반드시 차이를 둬야 한다.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 간 이동경을 ‘이강인의 경쟁자’ 정도로만 취급했다. 두 선수는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엄연히 다른 스타일의 선수다. 이강인이 박스 먼 위치부터 온더볼로 전개를 돕는 유형이라면, 이동경은 그보다 박스 근처에서 최소한의 터치로 마무리를 짓는 유형이다. 이동경은 이강인처럼 직접 공을 몰며 탈압박과 전진을 시도하는 것보다 골문 근처 움직임에 효과적인 선수라는 점을 밑바탕 둬야 한다. 한때 이동경도 이강인처럼 미드필더의 정체성이 강했으나 오랜 프로 생활을 통해 골을 노릴 때 더욱 무섭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홍 감독 아래서 발견한 재능이다.
위 역할을 수행할 때 이동경의 차별성은 뭘까. 우선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왼발 킥을 통한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단 조합을 탈 수 있다. 울산, 김천상무에서의 활약을 미뤄볼 때 이동경은 최전방에 버티고 있는 스트라이커와 함께할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울산 주민규, 야고, 말컹 그리고 김천 박상혁이 그 예다. 대표팀에서는 오현규, 조규성과 호흡을 기대할 만하다. 공격수의 포스트 플레이로 발생한 앞뒤 공간에서 이동경이 공을 잡을 때 파괴력은 배가 된다.
원톱 손흥민과 조합은? 그리 추천하는 조합은 아니다. 전문 9번에 비해 전후좌우 스위칭이 잦은 손흥민은 오히려 이동경과 동선이 겹칠 우려가 있다. 즉, 전략과 전술에 따라 홍 감독의 이동경 기용 여부가 크게 갈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후반전 조커’로도 강력한 카드다. 이때는 선수 간 호흡보다는 왼발 슈팅 한 방을 믿고 기용하는 게 초점이다. 최종 승선한 대표팀 2선 자원 중 중거리슛 능력으로 줄을 세우면 단연코 이동경은 앞 순번을 차지할 만하다. 지난 시즌 이동경이 K리그1 MVP를 차지하는 과정에서도 상대 팀이 박스 근처에서 이동경의 왼발 각도를 막기 위해 집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이동경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밀집 수비를 무시하고 골문을 확실히 노릴 수 있는 왼발을 갖췄다. 게다가 유럽 일선에서 뛰는 선수는 아니기에 이동경 왼발에 대한 상대 분석이 미비할 여지도 있다.
아예 ‘고지대 특수병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간 1,600m 고지대에서 두 경기를 뛰어야 한다. 고지대는 평지보다 기압이 낮아 킥의 속도, 거리가 모두 증가한다. 왼발 힘이 좋은 이동경에게 고지대 특수 환경을 고려한 맞춤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손흥민이 출전한 로스앤젤레스FC(LAFC)와 멕시코 톨루카의 경기에게 약 2,700m 고지대 환경을 적극 활용한 톨루카가 대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톨루카는 의도적으로 중거리슛 전략을 썼고 박스 밖 슈팅만 18회를 시도했다. 평소보다 몇 배는 강하고 변화무쌍하게 날아오는 슈팅에 LAFC 수비진은 허둥댔다. 홍명보호도 충분히 활용해 볼만한 전략이다.
이동경의 대표적 강점 중 하나는 슈팅력이다. 고지대 '버프'를 받은 이동경의 슈팅은 전략적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이동경이 즐기는 슈팅 스타일은 강한 회전을 먹인 감아차기다. 저기압으로 공기 저항이 낮은 고지대에서 이동경의 빨랫줄 슈팅이 더욱 파괴력을 발휘할 공산이 큰 이유다. 멕시코인들의 최애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에서는 최근 직구급 구속과 변화구 특성을 동시에 지닌 구종인 ‘투심 패스트볼’이 유행하고 있다. 이동경의 왼발 투심 패스트볼이 멕시코의 골망을 흔든다면? 그만큼 짜릿한 일도 없을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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