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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사임을 발표하며 다가오는 월드컵 동안 대표팀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골든 타임’은 이미 지난 듯 보인다.
정 회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29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7월 19일에 폐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사임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기존 임기는 2029년까지였지만, 정 회장은 4선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정 회장이 사임서를 제출하는 즉시 축구협회장은 궐위 상태가 되며, 60일 이내에 차기 축구협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정 회장은 연이은 대표팀 감독 선임 실패로 축구팬들의 민심을 모조리 잃었다. 2023년 이미 축구계에서 한물간 지도자로 평가받아 3년 가까이 현장에 없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선수단 내홍 유출 등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경질됐다.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황선홍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무리하게 A대표팀 감독 대행으로 앉혔다가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고, 2024년 7월 당시 울산 HD 감독이던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앉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홍 감독 선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를 받아야 했고, 여기서 대표팀 선임 및 추가 비위 문제들을 더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를 받았다.
정 회장은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신청이 인용되며 무사히 4연임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특정감사 결과 통보 및 조치 요구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아들었다. 축구협회는 항소를 결정했지만, 정 회장은 축구계 안팎에서 강한 압박에 시달렸다. 그리고 정 회장은 축구협회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정 회장은 사의를 표하는 성명에서 “홍 감독이 이끄는 우리 국가대표팀은 그동안 열심히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왔다. 나는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걸로 믿는다. 대회 기간 대표팀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자신의 사임이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표팀에 대한 응원과 지지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살리기에는 때가 다소 늦었다. 대표팀에 대한 대다수 축구팬들의 열정과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한동안 매진 행진을 이어가던 대표팀 경기는 최근 텅 빈 좌석이 눈에 보일 정도로 판매가 부진했다.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전 22,206명, 11월 볼리비아전 33,852명, 가나전 33,256명 등 대표팀 관중은 서울월드컵경기장 기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3월 유럽에서 진행된 A매치 중계를 진행한 ‘TVN’과 ‘TV조선’의 경기 시청률은 코트디부아르전 도합 4.7%, 오스트리아전 도합 1.1%로 낮았다. 평일 오전 4시에 열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월드컵을 앞두고도 저조하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였다. 월드컵 개막 2주 전에 정 회장이 사임한다고 축구팬들의 열정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자그마한 희망은 있다. 정 회장 체제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만약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처럼 오래된 축구인들만 나와 서로 싸우는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지 못하더라도 정 회장 사임과 이후 과정에서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축구팬들이 다시금 대표팀 경기를 찾을 것이고, 축구협회 전반이 활력을 되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 정몽규 회장 사임 성명 전문 >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입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 국가대표팀은 그동안 열심히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왔으며, 저는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대표팀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축구협회를 맡아 운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협회를 맡아서 일해오는 동안 격려와 지원을 해주신 축구인, 후원사, 언론인, 정부 관계자 그리고 팬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오랜 기간 축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축구협회 임직원과 연맹, 시도협회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 번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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