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멕시코에 갔네~” 독립 역사보다 오래된 노래 흥얼대는 ‘체코 팬들’의 특별한 월드컵 기대감
네덜란드를 꺾고 8강에 오른 체코. 맹활약한 토마시 홀시(9번). 게티이미지코리아
네덜란드를 꺾고 8강에 오른 체코. 맹활약한 토마시 홀시(9번).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They All Went to Mexico’(다들 멕시코에 갔네)는 1983년 발표된 멕시코계 미국인 카를로스 산타나의 대표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43년 뒤인 현재 체코 거리에서 흥겹게 들리고 있다. 참고로 체코는 1993년 독립됐다.

체코가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했다. 지난 2006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월드컵 출전이 마지막이다. 당시 체코는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이후 20년 간 본선 진출 실패한 체코는 마침내 2026 북중미 월드컵으로 오래 만에 세계 무대 복귀했다. 지난 3월 열린 유럽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덴마크를 누르고 얻은 쾌거다. 체코는 개최국 멕시코와 더불어 대한민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 속했다.

20년 만에 월드컵 복귀, 격전지 멕시코. 체코 축구팬들에게 두 가지 키워드가 강한 인상이 됐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현재 체코 팬들은 국가 독립보다 오래된 노래인 ‘Všichni jsou už v Mexiku’(다들 멕시코에 갔네)를 흥겹네 부르며 월드컵을 앞두고 특별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위 노래는 본래 멕시코계 미국인 가수 산타나가 부른 대표곡이다. 1983년 미국에서 발매됐는데 이후 체코의 유명 컨트리 가수 미찰 투츠니가 1985년 체코어로 리메이크하면서 체코의 국민적인 컨트리 명곡으로 취급받고 있다. 투츠니의 노래는 당시 공산주의 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현 체코와 슬로바키아 각각 독립)에서 미국 음악을 번안한 것 자체로도 파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체코 축구와도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그 상징성을 더했다.

‘다들 멕시코에 갔네’가 체코어로 번안된 지 1년 뒤인 1986년, 체코슬로바키아는 1986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즉 본래 노래 가사인 “그는 바람둥이 개였지. 아마 멕시코로 가버렸을 거야”는 본선 진출에 실패한 체코인들이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하는 수많은 나라들을 부러워하는 의미에서 씁쓸한 기분을 표현해 왔다.

그런데 정확히 40년 뒤, 체코가 멕시코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게 되면서 위 노래는 반대로 기쁨의 상징이 됐다. 체코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멕시코시티에서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른다. 눈물을 삼키며 불렀던 자조섞인 컨트리 노래가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는 기쁨의 응원가로 재탄생한 것이다.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35세 체코 팬 즈비네크 비테크는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이 노래의 핵심은 ‘모두가 나보다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는 행복하게 멕시코에 있는데, 나는 체코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였다”라며 “더 재미있는 건 체코가 실제로 조별리그를 멕시코에서 치르게 됐다는 점이다. 만약 대부분 경기를 미국에서 했다면 아무도 이 노래에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체코 축구팬들에게도 특별한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비테크는 “몇 년째 축구가 체코 국민 스포츠인지, 아이스하키가 국민 스포츠인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이 많은 스포츠 팬들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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