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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황인범 없는 대표팀 중원은 상상하기 어렵다. 홍명보호 핵심 중의 핵심인 황인범은 그동안 잦은 부상으로 월드컵 직전 많은 A매치를 뛰지 못했다. 대표팀이 스리백 새 옷을 입고 난 뒤로는 특히 더 그랬다. 그럼에도 대표팀의 고민은 언제나 황인범 ‘대체’가 아닌 ‘파트너 찾기’였다.
황인범이 돌아왔다. 지난 달 초 소속팀에서 발목 부상을 입은 황인범은 일찌감치 시즌 아웃 판정을 받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심신이 편안한 국내에서 재활에 집중한 덕분인지 황인범은 당초 우려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서는 홍명보호에 최종 승선했다. 한 달 정도 공식전을 소화하지 못한 황인범의 급선무는 실전 감각 회복이었다. 그만큼 월드컵 직전 트리니다드토바고, 엘살바도르와 두 차례 평가전이 중요했다. 그리고 첫 경기인 트리니다드토바고전 모습을 보인 황인범은 모든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 버렸다.
홍명보호는 지난 31일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BYU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친선경기를 치러 5-0 대승을 거뒀다. 이날 황인범은 후반 20분경 교체 투입되면서 부상 복귀전을 소화했다. 돌아온 황인범의 몸 상태는 매우 가벼웠다. 후반 20분 황인범의 원터치 공간 패스가 이동경과 조규성의 합작품 쐐기골로 이어졌다. 그 밖에도 많은 활동량과 날카로운 킥을 수차례 선보였다. 여전히 홍명보호의 핵심임을 제대로 증명했다.
황인범의 건재함으로 월드컵에서도 황인범 중심의 중원 조합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됐다. 중원은 3-4-2-1 전형을 쓰는 홍명보호 전력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전형 자체의 불균형을 오히려 대형의 특징으로 활용해 수비에 치중할 수도 있고, 강한 전방 압박에 쓸 수도 있다. 이때 황인범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은 압박 가담은 물론 전형 밸런스를 잡기 위한 기동력과 활동량을 요한다. 역량을 모두 갖춘 황인범과 어떤 미드필더가 짝을 이뤄야 효율이 극대화될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답은 없다. ‘언더독’ 입장인 한국은 오히려 한 가지 조합을 고수하기보단 상대 특성에 따라 황인범 파트너를 바꿔 기용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가장 정석적이면서 균형 잡힌 건 전문 중앙 미드필더인 김진규, 백승호와 조합이다. 황인범, 김진규, 백승호 모두 2인 미드필더 조합이 익숙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후방 빌드업, 공수 가담 모두 균형있게 수행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경기 내 역할을 나눌 수도 있다. 중앙에서 패스 줄기를 만드는 김진규와 뛸 땐 황인범이 공수 공간을 자유로이 오가는 ‘박스 투 박스’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더 낮은 위치에서 뛰는 게 익숙한 백승호와 조합 시에는 황인범을 한 칸 높은 위치로 포진시켜 공격적인 영향력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이 힌트였다. 김진규와 백승호가 선발 조합으로 출전했는데 두 선수는 같은 포지션임에도 분명히 다른 역할을 수행했다. 백승호는 전개 시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빌드업을 맡았고 공격 시에는 전방 침투까지 폭넓은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김진규는 비교적 중앙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전환 및 공간 패스에 집중했다. 두 역할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황인범은 두 파트너 조합에 따라 자연스러운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수비력을 강화하는 식의 미드필더 조합도 가능하다. 이때는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수비수 자원을 황인범과 조합한다. 대표적으로 명단 내 유일한 체격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진섭이 있다. 평균 체격 정도인 황인범, 김진규, 백승호는 상대 미드필더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만, 경합 상황에서는 강인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센터백 능력까지 겸한 박진섭을 황인범 짝으로 배치해 부족한 경합 능력을 높이는 대안이 있다.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첫 경기로 190cm 이상 자원들이 즐비한 체코를 상대한다. 의도적으로 경합 상황을 유도할 걸로 예상되는 체코전에서 박진섭의 미드필더 기용으로 맞받아칠 수 있다. 다만 전형 자체가 수비적으로 내려앉을 위기도 있기에 선발 조합으로는 그리 추천하는 바는 아니다. 교체 옵션 정도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트리나다드토바고전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멀티 플레이어’ 이기혁도 황인범의 잠재적 파트너다. 기본적으로 왼발 센터백인 이기혁은 성장 과정에서 윙어, 중앙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풀백 등을 두루 소화한 경험이 있다. 특히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는 남다른 탈압박 및 킥 능력을 입증하면서 미드필더 활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실제 경기 중에도 포지션 상 센터백이었지 미드필더, 풀백 등 여러 위치를 오가는 변화무쌍함도 보였다.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의 효용성 자체를 극대화하는 조합도 있다. 황인범과 이재성 라인이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전반 김진규, 백승호 조합 때는 중원 압박 속도가 다소 떨어져 이따금 최후방 수비 라인까지 상대 접근을 허용하곤 했다. 그러나 후반전 홍 감독은 황인범과 이재성으로 중원을 구축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두 선수는 정신 나간 활동량으로 전방부터 상대를 강하게 누르며 공격 찬스를 연달아 만들었다. 전형의 불안정함을 유연하고 유기적인 전방 압박으로 역이용하는 3-4-2-1 전형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경기력이었다.
‘2선 공격수 이재성을 내려쓰는 건 재능 낭비 아니야?’라는 역질문이 나올 법도 한데 이재성은 이미 소속팀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경기를 뛴 적 있다. 이재성은 2022-2023시즌 보 스벤손 감독이 지휘하던 마인츠에서 7번을 달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재성은 4-1-4-1 혹은 3-4-2-1 전형에서 3선 미드필더로 리그 6경기를 뛰었다. 당시 골 맛을 보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3-5-2 전형의 메짤라를 수행했기에 기본적으로 '중앙 미드필더'는 이재성에게 그리 어색한 자리가 아니다. 이번 트리니다드토바고전 이재성의 황인범 파트너 기용이 ‘깜짝’ 아닌 ‘검증’이었다는 걸 시사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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