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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매 월드컵마다 각국 사정에 밝은 현지 기자의 원고를 모아 대회 전체 프리뷰를 진행합니다. ‘풋볼리스트’는 서형욱 대표(축구 해설위원)가 대한민국편 고정 필자로 참여해 온 인연을 통해 전체 원고를 한국어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생생한 정보를 전해 드립니다.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회 플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의 본선 진출에 깜짝 놀랐다면 당연한 일이다. 앞선 두 차례 예선 동안 19경기에서 단 4승만을 거두는 팀이었다. 2024년 세르게이 바르바레즈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은 중요한 기로에 접어들었다. 이번 예선은 혼란스럽고, 감정적이며, 때로는 비이성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바르바레즈 감독의 팀은 어떻게든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극적인 플레이오프에서 웨일스와 이탈리아를 차례로 꺾으며 보스니아 역사상 두 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대표팀 주장 출신 바르바레즈 감독은 수년간 감독직을 기다려왔고, 그동안 다른 곳에서는 감독직을 맡지 않았다. 프로 포커 선수로 활동하며 은퇴 생활을 즐기다가 마침내 보스니아 축구 협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는 친한 친구들과 옛 동료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에미르 스파히치는 스포츠 디렉터가 되었고, 사샤 파파츠와 즐라탄 바이라모비치는 코칭 스태프에 합류했다.
바르바레즈 감독의 첫 해에 16명이 데뷔했는데 대부분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등 해외에서 성장한 선수들이었다. 이것이 새로운 보스니아 대표팀의 기반이 되었다. 바르바레즈 감독은 첫 8경기 무승(2무 6패)으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선수단의 정신력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버텼다.
보스니아는 바르바레즈 감독 체제에서 특별히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하지는 않으며, 전술도 자주 바뀐다. 주로 4-2-3-1과 4-4-2 포메이션을 오가지만, 경기가 감정적으로 흘러가면 포메이션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보스니아는 보통 감정적이다.
보스니아의 정체성은 공격적인 수비, 직선적인 축구, 그리고 빠른 역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케림 알라이베고비치, 에스미르 바이라크타레비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 아마르 데디치와 같은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 에딘 제코가 이끄는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캐나다, 스위스, 카타르와의 B조 경기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뛰어난 기량과 열정,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까다로운 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감독: 세르게이 바르바레즈
오랫동안 보수니아 축구계를 비판했으며, 2009년 감독직에 관심을 표명했음에도 여러 정치적 사정으로 기회를 놓쳤다. 무려 15년이 지나서야 감독 경력이 전무한 52세의 나이로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바르바레즈는 대표팀을 둘러싼 오랜 혼란 속에서 정직함, 선수들과의 정서적 유대감, 그리고 완전한 재정비를 약속하며 부임했다. 열정, 자긍심, 책임감에 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했다. 결국 젊은 선수단은 그 메시지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웨일스와 이탈리아를 상대로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그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이탈리아전 승리를 통해 그는 포커 선수로 전향하며 잊혀진 인물에서 보스니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으로 탈바꿈했다.
▲ 핵심 선수: 에딘 제코
제코는 여느 축구 선수와 차원이 다르다. 40세가 넘은 지금도 모든 것은 어쩐지 제코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보스니아 주장으로서 여전히 최고 선수이자 역대 최다 득점자이며, 한 세대의 기준점이 되는 선수다. 젊은 선수들은 그에 대해 경외심을 담아 이야기하곤 한다.
볼프스부르크나 맨체스터시티 시절처럼 압도적인 신체적 능력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공간 활용 능력, 타이밍 감각, 그리고 압박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보스니아가 가장 필요로 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제코는 최근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한 여기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없었다면 보스니아는 이번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 주목할 선수: 케림 알라이베고비치
알라이베고비치는 미랄렘 퍄니치 이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배출한 가장 천재적인 공격 재능 중 하나다. 레드불잘츠부르크에서 지난 1년을 보냈는데, 바이엘04레버쿠젠이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해 그를 다시 데려갔다. 또래 선수들이 흔히 보여주는 두려움이 그에게는 없다. 뛰어난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력 또한 돋보인다. 바르바레즈 감독은 두 번의 플레이오프 승부차기에서 18세의 알라이베고비치에게 페널티킥을 맡겼고, 그는 완벽한 침착함으로 응답했다. 라인 사이에서 우아한 플레이를 펼치고 공을 소유할 때 두려움이 없는 그는 보스니아 차세대 축구의 얼굴이다.
▲ 언성 히어로: 타리크 무하레모비치
보스니아가 배출한 센터백들은 대부분 수비를 우선시하고 공격은 등한시했다. 반면 무하레모비치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최초의 보스니아 센터백으로 보인다.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성장한 후 유벤투스와 사수올로를 거치며 이탈리아 축구 무대를 누빈 왼발잡이다. 바르바레즈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조용히 자리매김했다. 발칸반도 축구계에서는 센터백에 대해 끝없는 의심을 보내지만, 그는 압박 속에서도 딱히 목소리가 크거나 남과 싸우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대신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공을 몰고 전진하며, 보스니아에 오랫동안 부족했던 것, 바로 평정심을 불어넣는다.
▲ 기억해야 할 선수
세아드 콜라시나츠: 나이트클럽 문지기에서 빅클럽 선수까지. 보스니아 출신 부모는 전쟁을 피해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그를 낳았다. 그는 샬케04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뛰던 10대 시절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했다. 샬케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고, 2019년 런던에서 아스널 팀 동료 메수트 외질과 함께 강도를 당할 뻔 했는데 무장 강도들과 맞서 싸운 일화가 유명하다. 보스니아 대표팀에서 월드컵 경험이 있는 단 두 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2014년 월드컵 데뷔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단 3분 만에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에스미르 바이라크타레비치: 미국 위스콘신 애플턴에서 촬영된 가정용 캠코더 영상 속에서, 바이라크타레비치는 맞지도 않는 제코 마킹의 보스니아 유니폼을 입고 공을 차며 웃고 있었다. 미국 청소년 대표 출신인 그가 A대표로 보스니아를 택했을 때 화제를 모았던 영상이다. 그의 부모는 보스니아 현대사의 비극인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보스니아 가정에서 자랐고, 부모님과 보스니아어로 대화합니다. 사람들이 어디 출신이냐고 물으면 보스니아라고 답해요”라며 정체성을 소개한 바 있다. 국가대표 데뷔전은 한 편의 시였다. 2024년 네덜란드 상대로 교체 투입되자마자 제코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일대일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플레이하는 모습은 그를 바르바레즈 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로 만들었다. 이탈리아와 가진 예선 플레이오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킥을 성공시켜 본선 진출 확정 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하리스 타바코비치: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 소속으로 분데스리가 시즌 13골을 넣은 그는 5월 리그 막판 경기에서 중족골 골절 부상을 입었다. 출전이 무산될 줄 알았으나 그는 “월드컵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 31세인 그에게 마지막 월드컵일지도 모르니까. 스위스의 보스니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여러 번 이적하고 가는 곳마다 골을 넣었음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헤르타BSC에서 독일 2부 32경기 22골을 넣어 갑작스럽게 스타덤에 올랐으며 이를 바탕으로 묀헨글라드바흐 선수가 됐다. 그 와중 보스니아 대표팀에 발탁됐다. 데뷔 후 첫 A매치 골을 넣기까지 거의 2년이 걸렸지만, 첫골부터 5경기 4골을 기록했고, 특히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 보스니아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팬들의 응원은 발칸 반도에서도 유난히 열정적이다. 본토에서 오는 팬들도 있고,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위스,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수많은 교민 사회에서 오는 팬들도 있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시끄럽고 열광적인 덩어리로 뭉친다. 월드컵은 흔치 않은 대회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하기 위해 수도 사라예보에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응원 문화는 BH 파나티코스라는 열성 서포터 그룹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며 경기 내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보스니아 팬들은 마치 다시는 없을 것처럼 축구 경기의 모든 순간을 열렬히 응원한다.
글= 사사 이부룰리(스카우트 스포르트)
편집= 김정용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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