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전문가 기고] A조 남아공: ‘혹시 나도 32강?’ 홍명보호가 방심하면 안 될 아프리카 다크호스
휴고 브로스 남아프리카공화국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휴고 브로스 남아프리카공화국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매 월드컵마다 각국 사정에 밝은 현지 기자의 원고를 모아 대회 전체 프리뷰를 진행합니다. ‘풋볼리스트’는 서형욱 대표(축구 해설위원)가 대한민국편 고정 필자로 참여해 온 인연을 통해 전체 원고를 한국어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생생한 정보를 전해 드립니다.

▲ 남아공 대회 플랜

휴고 브로스 감독 아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메이저 대회 진출조차 버거워하던 팀에서 국제 무대가 익숙한 팀으로 탈바꿈했다. 2023년과 2025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본선에 올랐고, 2026 북중미 월드컵에도 본선에 올랐다.

브로스 감독이 2021년 부임했을 때,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초의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영광을 뒤로하고 11년째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예선을 치러 월드컵 본선에 오른 건 2002 한일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예선도 쉽지는 않았다. 행정적 착오로 레소토전 2-0 승리가 0-3 몰수패로 바뀌었다. 해당 경기에 경고 누적 징계로 출전할 수 없던 테보호 모코에나를 기용한 게 문제가 됐고, 승점 3점이 삭감되며 최종전까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지 못했다. 그래도 남아공은 나이지리아를 승점 1점 차로 따돌리며 조 1위로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주전 골키퍼 론웬 윌리엄스는 남아공 ‘SABC 스포츠’를 통해 “좋은 순간도, 힘든 순간도 많았던 놀라운 여정이었다. 서로에게서 힘을 끌어냈다”라고 말했다.

멕시코, 한국, 체코와 한 조에 묶인 남아공이 역대 최초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브로스 감독은 “우리 팀에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이런 팀들과 맞붙는 건 우리에게 필요하다. 월드컵에서 많이 배울 것이고, 그 다음은 두고 봐야 한다.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그래왔듯 우리는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남아공 선수단은 주로 국내 리그 선수들로 구성돼있으며, 공격수 렐레보힐 모포켕과 오스윈 아폴리스가 핵심 전력이다. 전술적으로는 역습이 중점이 될 것이다.

▲ 감독: 휴고 브로스

전직 수비수이자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인 브로스 감독은 선수 생활 18년 동안 안더레흐트와 클뤼프브뤼허 단 두 클럽만을 거쳤다. 1988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벨기에, 그리스, 튀르키예 클럽들을 지휘했다. 첫 국가대표팀은 카메룬이었는데, 과도기에 있던 팀을 맡아 20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이끌었다. 4년 뒤에는 남아공의 제안을 수락해 이 나라의 축구를 완전히 바꿔놨다. 남아공은 텅 빈 경기장에서 뛰던 팀에서 매진 사례를 만드는 팀으로 거듭났다. 브로스 감독은 말했다. “사람들은 다시 ‘바파나 바파나(Bafana bafana, 줄루의 아이들)’를 사랑하게 됐고, 경기장을 찾아와 우리를 응원한다.”

테보호 모코에나(남아프리카공화국). 게티이미지코리아
테보호 모코에나(남아프리카공화국). 게티이미지코리아

▲ 핵심 선수: 테보호 모코에나

브로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만들어낸 팀에서 진정한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을 꼽기는 어렵다. 남아공은 팀워크에 방점을 찍은 집단이다. 그래도 팀의 중심축을 이루는 선수들은 있다. 골문을 지키는 론웬 윌리엄스와 수비수 쿨리소 무다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재 남아공의 핵심 접착제는 마멜로디선다운스의 미드필더 모코에나다. 모코에나는 수비와 공격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프리킥 전문가다. 정확한 패스, 강력한 중거리 슛,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예선 중에는 자신이 경고 누적 징계로 출전 정지 상태임을 모르고 레소토와 경기에 출전해 남아공의 본선 진출이 무산될 뻔한 스캔들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모코에나는 “SNS에서 비난받는 건 예상했는데, 쇼핑몰에서 두 번이나 욕을 먹고서야 비로소 실감했다. (…) 우리가 본선에 진출했을 때는 기쁘다기보다 홀가분했다. 몇 달 동안 정말 힘들었고, 집에서도 내 자신으로 살지 못했다”라며 당시 자신과 가족이 받은 고생을 털어놨다.

▲ 주목할 선수: 렐레보힐 모포켕

모포켕은 남아공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소속팀 올랜도파이러츠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국가대표 무대에서는 아직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은 그에게 일종의 쇼케이스를 제공할 것이다. 브로스 감독도 이번 월드컵에서 21세 모포켕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모포켕은 대표팀에 골, 도움, 개성 넘치는 플레이를 선사할 수 있고, 가장 큰 무대에서 이를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 언성 히어로: 라일 포스터

번리 소속 스트라이커인 포스터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 마땅히 받아야 할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기 있는 동료들처럼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아공 공격의 핵심, 포스터의 기여도는 절대적이다. 골이나 도움으로 직접 관여하지 못하는 경기에서도 포스터의 제공권 장악과 공 소유 능력은 남아공 공격 전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라일 포스터(남아프리카공화국). 게티이미지코리아
라일 포스터(남아프리카공화국). 게티이미지코리아

▲ 기억해야 할 선수

론웬 윌리엄스: 2014년 3월 브라질을 상대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0-5 참패. 부상 당한 남아공 전설 이투멜렝 쿤을 대신해 출전한 윌리엄스에게는 그야말로 혹독한 데뷔였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5실점은 많지만, 우리는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했다. 축구에서는 이런 일도 있는 거다.” 그로부터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윌리엄스는 남아공 대표팀의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해 주장 완장까지 찼다. 2023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카보베르데와 승부차기에서 4개의 페널티킥을 선방해 아프리카축구연맹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승부차기 키커와 맞서기 전, 윌리엄스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듯 혼잣말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언을 구하는 대상은 그의 형 마빈이었다. 마빈은 윌리엄스가 18세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가끔 형에게 나를 대신 이끌어달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형은 내 수호천사 같은 존재다.”

쿨리소 무다우: 무다우는 이번 월드컵에서 브로스 감독의 핵심 전략 카드다. 종횡무진 달리는 라이트백으로서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엄청난 에너지와 다재다능함을 자랑한다. 수비 진영에서 날카로운 태클을 꽂고, 상대 수비수들을 드리블로 능숙하게 헤집고, 오른쪽 측면을 거침없이 오르내린다. 무다우에게 ‘항해자’라는 별명이 붙은 건 당연한 일이다. 브로스 감독은 처음에 무다우의 수비 능력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지금은 그를 높이 평가한다. “이제 무다우는 공격력만 강한 라이트백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 그는 남아공 최고의 라이트백이자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풀백이다.” 올해 무다우는 ‘아이콘스 오브 아프리카 어워드’에서 올해의 뛰어난 축구 선수상을 수상했는데, ‘그가 현대 아프리카 축구 선수의 표상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강인함, 성실함, 경기 안팎에서 탁월함을 향한 헌신. 림포포 강에서 남아공 축구 정상까지 이어진 여정은 대륙 전역의 젊은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준다.’

오스윈 아폴리스: 아폴리스는 최상의 컨디션일 때 눈을 즐겁게 한다. 빠른 스피드에 낮은 무게중심, 수비 사이로 찌르는 패스 능력을 갖춘 데다 양쪽 윙과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함도 지녔다. 유소년 시절 케이프타운스퍼스의 이캄바 아카데미에서 성장했고, 슈퍼스포트유나이티드 소속으로도 뛰었다. 아폴리스가 두각을 나타낸 건 남아공 1부 리그의 폴로콰네시티에서였고, 작년부터는 올랜도파이러츠에 있다. 아폴리스는 소속팀과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 2022년 좌절한 나머지 축구를 그만두려 했다는 사실을 알면 실로 놀라운 이야기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은 남아공에서 존경받는 감독 콰넬 코포였다. “코포 감독은 내 선수 경력을 살렸다. 나는 더 이상 축구를 하고 싶지 않아 집에 박혀 있었는데, 코포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전화를 했다. 내 어머니께도 마찬가지였고, 어머니는 나를 설득해 다시 돌아오게 해줬다. 지금도 우리는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그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라 믿는다.” 아폴리스는 열성적인 게이머이기도 하며,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콜 오브 듀티’다.

▲ 예상 선발 라인업: 4-3-3

론웬 윌리엄스 – 쿨리소 무다우, 이메 오콘, 음베케젤리 음보카지, 오브리 모디바 – 탈란테 음바타, 스페펠로 시톨레, 테보호 코모에나 – 오스윈 아폴리스, 라일 포스터, 체팡 모레미

▲ 남아공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남아공의 다채로운 국기처럼 남아공 팬들은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생동감 넘치는 개성을 지녔다. 유명한 응원가 중 하나인 ‘쇼숄로자(Shosholaza, 빨리 움직여)’는 영국 식민 통치 시절 남아공 광부들에게서 유래한 곡이다. 다만 북중미까지 높은 여행 비용으로 인해 현지에서 남아공을 응원하는 팬의 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남아공 스포츠부는 민간 자금을 조달해 추첨된 팬 20명을 멕시코와 개막전에 보낼 계획이다.

글= 양가 시벰베(데일리 매버릭)

편집= 김희준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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