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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매 월드컵마다 각국 사정에 밝은 현지 기자의 원고를 모아 대회 전체 프리뷰를 진행합니다. ‘풋볼리스트’는 서형욱 대표(축구 해설위원)가 대한민국편 고정 필자로 참여해 온 인연을 통해 전체 원고를 한국어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생생한 정보를 전해 드립니다.
▲ 체코 대회 플랜
역사적으로 체코는 ‘언더도그(Underdog)’ 체질이었고,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만한 수단이 많지는 않다. 체코는 언제나 기술적인 선수가 부족해 피지컬, 활동량, 적극성, 세트피스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 아일랜드, 덴마크와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는 그 교보재와 같다. 체코는 두 경기 모두 치열한 접전 끝에 승부차기까지 해야 했다.
월드컵에서는 장거리 이동, 시차, 고도가 주요 변수다. 베이스캠프는 미국 댈러스에 있는데, 해발 약 2,000미터 멕시코 고지대에서 두 경기를 치러야 해 힘겨운 여정이 예상된다.
체코의 중심축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토마시 소우체크는 여전히 중원의 리더로 남아있다. 다만 주장직은 박탈당했다. 팬들이 예선 내내 부진했던 경기력을 비난하자 그와 선수들이 지브롤터전 6-0 대승 이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코축구협회는 “팬들은 불만족스러운 경기에 불만을 표시할 권리가 있다. 선수들의 반응은 정반대였어야 한다. 팬들에게 감사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라디슬라프 크레이치는 강한 태클이 특기인 울버햄턴원더러스 센터백으로, 주장 완장을 이어받아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모두 득점하며 팀을 이끌었다. 공격진에서는 파트리크 쉬크가 주 득점원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5-2026시즌 그의 몸 상태는 한결 좋아졌다.
선발 라인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를 비롯한 유럽 주요 리그 선수들과 체코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골키퍼 경쟁이 치열하다. PSV에인트호번의 마체이 코바르시는 네덜란드 리그 우승에 기여하며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 승부차기를 막아낸 골키퍼이며, 브라가의 루카시 호르니체크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루카시 프로보드와 파벨 슐츠는 창의적인 플레이로 변화를 이끌 선수들이다. 체코의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다.
▲ 감독: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유럽 예선에서는 페로 제도에 역사적인 패배를 당하는 굴욕도 있었고, 이반 하셰크 감독은 그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 다행히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이 부임한 뒤에는 많은 것이 나아졌다.
코우베크 감독은 74세로 이번 월드컵 역대 최고령 감독이 될 뻔했지만, 그보다 4살 많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퀴라소 사령탑으로 재선임됐다. 코우베크 감독은 늦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가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50대까지 보험 중개인으로 일하면서 체코 하부 리그에서 감독 생활을 하다가 1부 리그까지 올라왔다. 슬라비아프라하와 빅토리아플젠을 지도했고, 2015년에는 플젠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우승의 대가로 그는 자신의 팔에 작은 문신을 새겨 선수들과 약속을 지켰다.
코우베크 감독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치를 끌어내는 데 능하다. 최신 트렌드에 밝고 데이터도 곧잘 활용한다. 경기장 안에서 탁월한 성과와 함께 훌륭한 유머 감각으로 지루한 기자회견에 활기를 불어넣어 선수, 팬, 언론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 핵심 선수: 파트리크 쉬크
쉬크는 체코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슈퍼스타다. 바이엘04레버쿠젠의 스트라이커인 그는 우아한 움직임과 탁월한 마무리를 겸비했고, 혼자서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다. 부상으로 흐름이 끊기는 일은 있어도 그 실력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쉬크는 유로 2020에서 5골을 터뜨리며 이름을 알렸고, 그중 스코틀랜드전에 하프라인 부근에서 터뜨린 골은 유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골 중 하나로 꼽힌다. 쉬크는 체코 대표팀의 주 득점원이자 상대팀이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이며, 2025-202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6골을 넣어 내내 좋은 폼을 보여줬다.
▲ 주목할 선수: 파벨 슐츠
슐츠는 체코 신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플젠에서 스타로 부상한 뒤 지난해 올랭피크리옹에 합류해 프랑스 리그앙 첫 시즌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슐츠는 상대 라인과 라인 사이에서 예측 불가능한 기술적 플레이를 선보이며 득점, 기회 창출, 압박을 두루 소화한다. 리옹 팬들은 슐츠의 영리함과 결정력을 높게 평가한다. 체코와 프랑스 바깥에서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이번 월드컵은 그 위상을 바꿀 수도 있다.
▲ 언성 히어로: 토마시 홀레시
홀레시는 체코 밖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지만, 감독과 동료들에게는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 선수다. 전술 이해도가 높고 규율이 잘 잡혔으며,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소화할 수 있다. 슬라비아프라하 소속의 33세 베테랑 홀레시는 다른 선수들이 화려하게 빛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다. 공간을 커버하고, 세컨볼을 따내고, 팀이 압박당할 때에도 구조가 무너지지 않게 도움을 준다. 체코 팬들에게는 홀레시가 네덜란드와 16강에서 골을 넣고, 유명 선수들을 봉쇄했던 활약을 기억하고 있다. 홀레시는 모든 팀에 필요한 선수다.
▲ 기억해야 할 선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 어린 시절 꿈꿔온 PL 진출은 울버햄턴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되면서 일종의 악몽으로 변했다. 그래도 크레이치는 놀랄 만큼 빠르게 롭 에드워즈 울버햄턴 감독의 가장 소중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4년간 성장은 눈부셨다. 스파르타프라하에서 리그 우승을 두 차례 차지하고, 지로나 역사상 최고액 영입 선수가 됐으며, 지난여름 PL 임대까지 이뤘다. 한때 경고를 너무 많이 받았던 크레이치는 3월부터 국가대표 주장을 맡아 아일랜드, 덴마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잇달아 득점하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기에 스스로를 믿었다”라고 크레이치는 말했다. 그의 좌우명은 간단하다. “무언가를 해야 하거나 바꿔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망설이지 마라.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토마시 소우체크: 웨스트햄유나이티드가 강등되며 소우체크가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코우베크 감독의 핵심이다. 193cm의 에너지 넘치는 미드필더로서 작년에 네 번째 체코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인구 2만 3천 명의 소도시 하블리추프브로트에서 축구 코치인 아버지와 달리기 선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포츠 적장자’다. “어머니는 마라톤을 뛰셨다. 어렸을 때 가끔 함께 숲으로 나가기도 했고, 시즌 전 훈련 때도 같이 숲에서 달렸다. 체력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 소우체크는 작년에 자서전을 출간했는데,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고통받은 “2년간의 악몽” 속에 조기 은퇴를 고려했다고 고백했다. 다행히 의료적 도움으로 상태가 나아졌고, '헬리콥터' 골 세리머니도 그 경험에서 비롯됐다. “경기 사이사이에는 불면증 치료에 집중했는데, 그게 오히려 이중으로 나를 괴롭혔다. 거기서 헬리콥터 세리머니가 탄생했다. 살짝 회전하면서 날아오르는 느낌을 즐기는 거다. 팬들이 나를 헬리콥터라고 부를 때가 좋다. 그건 내가 극복한 것,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상징한다. 내가 싸울 수 있다는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다.”
아담 흘로제크: 월드컵에서 큰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진정한 재능이다. 흘로제크는 스파르타프라하에서 16세 1군 데뷔, 132경기 40골 36어시스트, 체코컵 우승 등 멋진 기록들을 쌓았고, 2022년 레버쿠젠 이적으로 독일 무대에 입성했다. 이적료 1,300만 유로(약 230억 원)에 합류한 흘로제크는 로테이션 역할에 불만을 품고 2년 뒤 1,700만 유로(약 300억 원)에 호펜하임으로 이적했다.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위협적인 다재다능한 선수다. 문신 마니아이기도 한데, 왼쪽 허벅지에는 거대한 사자 문신이 새겨져 있다. “사자 문신에는 개인적인 의미가 깊다, 그건 내게 힘을 준다. 내 별자리가 사자자리이고, 나는 사자와 스스로를 동일시한다. 사자는 투쟁하는 동물로 유명하고, 강한 아우라를 풍기며, 초원의 왕이다. 문신은 첫 번째 터치에서 다섯 시간 반이 걸렸고, 휴식 후 다시 다섯 시간 반이 더 걸려 완성됐다. 그래도 버텨낸 게 기쁘다. 정말 마음에 든다.”
▲ 예상 선발 라인업: 3-5-1-1
마체이 코바르시 – 토마시 홀레시, 로빈 흐라냐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 – 블라디미르 초우팔, 루카시 프로보드, 토마시 소우체크, 블라디미르 다리다, 야로슬라프 젤레니 – 파벨 슐츠 – 파트리크 쉬크
▲ 체코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체코 팬들이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멕시코 팬들처럼 대규모 원정 응원단을 꾸리기는 어려울 테다.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가 대단한 축하거리였던 체코에서 미국과 멕시코까지 원정을 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도 월드컵에 오는 팬이 조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체로 열정적이고 목소리가 크며, 맥주를 즐길 것이다. 다행히 폭력적이지는 않다. 체코 리그와 달리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폭력 사태가 매우 드물 것이다. 체코 팬들은 전통적으로 “체시 도 토호(Češi do toho, 체코 힘내라)!”와 같은 단순한 응원가를 부르며, 자학개그와 다크유머를 섞어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글= 데이비드 체르막(가디언)
편집= 김희준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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