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우리나라 와봐”… 멕시코는 월드컵 한국팬 유치에 진심 [과달라하라 현장]

[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지난 4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수하물이 나오는 컨베이어에 둘러싸인 전광판에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과 관련한 광고가 연이어 나왔다. 멕시코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걸 실감케 했다.

그런데 이 광고판에 돌연 한국어가 나왔다. 한 멕시코 여성이 과자봉지와 감자칩을 들고 있고, 왼쪽 상단에는 ‘우리나라에 와봐, 축구가 내 전부라는 걸 알게 될 거야’라고 적혀있었다. 스페인어가 가득한 공간에 나타난 한글은 이색적이었다.

해당 광고는 멕시코의 유명 제과 회사 ‘사브리타스’가 월드컵을 맞아 멕시코와 협업한 결과물이다. 멕시코의 유명 가수이자 배우 벨린다가 모델로 나섰다. 원래는 같은 문구의 스페인어 대사로 이뤄진 것인데, 이를 영어, 한국어, 아랍어로 번역해 공항 전광판에 송출했다. 스페인어는 멕시코의 모국어이고, 영어와 아랍어가 가진 세계적 위상을 고려하면 이들 사이에 한국어가 들어간 건 명백히 한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멕시코가 한국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는 나라가 멕시코와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에서 경기하면서 필연적으로 한국 축구팬들도 월드컵을 보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를 마중물로 멕시코는 한국 관광객들을 더욱 유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주한 멕시코 대사관은 누에보레온주 홍보 행사를 진행하고,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맞붙는 주간에 한국 문화를 소재로 축제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인들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월드컵을 기회로 삼는 것도 멕시코 답다. 멕시코에서 축구는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스포츠다. 이번에 월드컵을 함께 개최하는 캐나다, 미국과 비교해도 멕시코의 열기가 가장 대단하다. 그들에게 축구는 축제이자 친교를 다지는 훌륭한 기회다.

이날 공항 전광판에는 상기한 광고 외에도 월드컵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기아 광고도 꾸준히 나왔다. 기아는 현대, LG 등과 함께 멕시코 몬테레이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기아는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몬테레이의 작은 도시 페스케리아를 ‘페스코리아’로 만들 정도로 많은 한국인을 멕시코로 불러들였다.

반대로 멕시코 여행사 ‘비아헤스 릴리’는 멕시코인들에게 한국 관광의 아름다움을 어필하는 광고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었다. 멕시코는 한류 돌풍이 거센 국가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BTS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렇듯 멕시코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올해 초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직접 BTS에게 멕시코 공연을 추가로 개최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기준 5일 오후) 결전지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입성한다. 한국은 12일 체코, 19일 멕시코와 과달라하라에서 경기한 뒤 몬테레이로 넘어가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맞대결을 벌인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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