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특약] G조 이란: ‘미국과 전쟁 중’ 다사다난 정치사 극복할 아시아의 다크호스
메흐디 타레미(이란). 게티이미지코리아
메흐디 타레미(이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는 2014년부터 영국 권위지 '가디언'의 월드컵 네트워크(World Cup Experts' Network) 회원사입니다. '가디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국 현지 전문가와 협업해 완성한 심층 분석 기사를 양사 특약에 따라 풋볼리스트가 국내 독점 게재합니다.

▲ 이란 대회 플랜

이란은 2026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가장 먼저 확정한 국가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전 예선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순조롭게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본선 준비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이란과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은 이란의 월드컵 참가 여부 자체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조별리그 세 경기가 모두 미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외부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럼에도 이란은 3월 나이지리아, 코스타리카와 친선경기를 통해 월드컵에서의 구상을 일부 드러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3-6-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이를 ‘수비적인 플랜 B’라고 설명했는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경기를 염두에 둔 전술로 보인다. 반면 코스타리카전에서는 4-4-2를 가동했다. 상대에 따라 전술을 유연하게 바꿀 계획임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기본 전형은 예선 대부분에서 사용했던 4-2-3-1이다.

몇몇 선수들은 포메이션과 관계없이 선발 출전이 확실시된다. 알리레자 베이란반드는 세 대회 연속 이란의 주전 골키퍼로 나설 전망이다. 쇼자 칼릴자데는 사실상 유일하게 선발이 보장된 중앙 수비수이며, 사에이드 에자톨라히는 건강한 상태라면 중원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책임진다. 공격에서는 한 명의 공격수를 쓰든 두 명을 쓰든 주장 완장을 차는 메흐디 타레미가 중심이 된다. 반면 또 다른 스타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은 이번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원했던 아랍에미리트(UAE) 통치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된 뒤 이란 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표팀을 둘러싼 문제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대회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미국에서 멕시코로 옮기기까지 했지만 갈레노에이 감독은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최근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희생도 감수했습니다. 예선 과정에서 정말 열심히 뛰었고 많은 것을 희생했습니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것이 내 의무입니다. 이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고요. 기억에 남을 월드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이란).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이란). 게티이미지코리아

▲ 감독: 아미르 갈레노에이

갈레노에이 감독은 선수 시절 주로 테헤란의 명문 에스테그랄에서 활약한 작은 체구의 미드필더였다. 선수 시절 가장 유명한 장면은 테헤란 더비 도중 벌어진 몸싸움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는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감독으로서는 이란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성공을 거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공격적인 성격 탓에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물은 아니다. 이번이 두 번째 대표팀 감독 임기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처음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200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탈락 후 경질됐다. 그는 지금도 당시 일을 씁쓸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오랜 비판 여론에게 답을 돌려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핵심 선수: 메흐디 타레미

타레미는 결코 대중적인 인기 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란이 이번 월드컵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포르투, 인테르밀란, 올림피아코스에서 꾸준히 활약해 온 그의 발끝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유럽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그는 자신감과 영향력을 키웠다. 이제는 경기장 안뿐 아니라 대표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타레미는 수비 가담까지 마다하지 않는 부지런한 공격수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과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그런 상황에서 타레미는 언제든 골을 넣을 준비가 돼 있다. 혹은 아주 작은 접촉에도 넘어져 팀의 페널티킥을 얻어낼 준비가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주목할 선수: 메흐디 가예디

많은 이란 축구 팬들은 가예디가 일찍부터 대표팀의 차세대 스타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논란과 경기장 밖 문제들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 기대했던 수준의 꾸준함과 연속성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지만, 가예디는 이제 27세로 선수 경력의 전성기에 접어든 나이다. 현재 UAE 알나스르에서 뛰고 있고 번개 같은 스피드를 자랑하는 윙어다. 그리고 북중미 월드컵에서 갈레노에이 감독의 비밀병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화려한 드리블과 정확한 마무리 능력을 갖춘 그는 언제든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부상으로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져 있었지만, 지난 3월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복귀전에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 언성 히어로: 사만 고도스

고도스는 대표팀 데뷔 이후 거의 10년 동안 꾸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이란 클럽에서 뛰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특정 클럽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그 결과 언론의 주목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럼에도 좋은 인성과 프로다운 태도 덕분에 팀 내에서는 매우 호감도가 높은 선수로 평가받는다. 브렌트퍼드 출신인 그는 사실상 경기장 어느 위치에서도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스웨덴 말뫼에서 태어난 고도스는 2024년 9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떠나 UAE 칼바FC로 이적했다.

라민 레자이안(이란). 게티이미지코리아
라민 레자이안(이란). 게티이미지코리아

▲ 기억해야 할 선수

아미르 모하마드 라자기니아: 이란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20세 선수다. 라자기니아는 U16, U17, U20, U23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성장했고 최근 두 시즌 동안 이란 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끝에 성인 대표팀 승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북한과 경기에서 A매치에 정식 데뷔했으며,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올라갔을 때는 강력하고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 능력도 갖추고 있다. 최종 명단 발표를 며칠 앞두고 진행된 TV 인터뷰에서 이란의 과거 월드컵 기록과 관련된 퀴즈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장면은 곧바로 소셜미디어(SNS)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에산 하지사피: 하지사피는 지난 세 번의 월드컵에서 이란이 치른 9경기에 모두 출전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으면서 하지사피의 대표팀 커리어는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왼쪽 풀백 자리를 두고 다른 후보들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갈레노에이 감독은 월드컵을 불과 몇 달 앞두고 하지사피를 다시 호출했다. 그 결과 36세 하지사피는 이란 선수 최초로 월드컵 두 자릿수 출전 기록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사피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특정 이모지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경기장에서 매우 공격적이고, 누구와도 장난치지 않아요. 그건 경기가 주는 일종의 부담 때문이죠. 모두가 100% 집중하고 준비된 상태로 나와야 해요. ‘빨간 화난 얼굴’이 그려진 이모지로 저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경기에서만큼은 매우 진지하고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죠.”

호세인 카나니자데간: 카나니자데간은 체격적으로도 위압적인 센터백으로, 경기력뿐 아니라 거침없는 인터뷰로도 자주 화제를 모은다. 여러 논란 중 하나는 음성 메시지 유출 사건이었다. 해당 메시지에서 카나니자데간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여성에게 대표팀 버스 안에서 함께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거센 비판을 받으며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돌아보며 카나니자데간은 한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만약 마커스 래시퍼드가 내 쪽에서 뛰었다면, 내가 죽여버렸을 거야.”

이란 서포터석. 풋볼리스트
이란 서포터석. 풋볼리스트

▲ 예상 선발 라인업: 4-2-3-1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 라민 레자에이안, 쇼자 칼릴자데, 호세인 카나니자데간, 에산 하지사피 - 사에이드 에자톨라히, 아미르 모하마드 라자기니아 - 모하마드 모헤비, 사만 고도스, 메흐디 가예디 - 메흐디 타레미

▲ 이란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란 팬들은 크게 둘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한쪽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이다. 반면 다른 한쪽은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국가대표팀 역시 체제를 상징하는 존재라고 여기며 오히려 패배를 바라는 이들이다. 미국 입국 비자 문제를 고려하면, 이번 대회에서 이란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상당수는 이미 미국에 거주 중인 이란계 이민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가운데는 테헤란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FIFA는 이란 혁명 이전 국기인 '사자와 태양(Shir-o-Khorshid)' 깃발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혁명 이전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라비를 지지하는 구호가 경기장에서 들려오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란이 실점하거나 패배할 경우, 관중석 일부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환호하는 장면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글= 베흐남 자파르자데흐(가디언)

편집= 김진혁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