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축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7년 경험 김승빈의 월드컵 체코전 공략 TIP
김승빈(FC슬로바츠코 시절). 본인 제공
김승빈(FC슬로바츠코 시절). 본인 제공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이름만 들어봤고 모든 게 생소한 그 나라. 최근에서야 대한민국의 월드컵 맞상대로 조금은 친숙해진 그 나라. 7년 동안 직접 몸으로 구른 부천FC1995 김승빈에게 체코 축구를 물어봤다. 체코전을 앞둔 홍명보호에 좋은 조언이 되기를 바란다.

김승빈은 언남고 졸업 후 곧장 체코 무대로 향했다. 2019년 수도 프라하 연고의 두클라프라하 입단한 김승빈은 유스팀, B팀, A팀을 단계로 거치며 체코 축구 시스템 아래 성장했다. 2023년에는 체코 1부 구단인 FC슬로바츠코로 이적하며 체코 최상위 리그에서 73경기를 소화하는 경험도 쌓았다. 한국 축구선수 중 체코 경험이 김승빈만큼 풍부한 선수는 찾기 힘들다. 더구나 올여름 대한민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가 체코로 결정된 만큼 김승빈에게 체코 축구 특징을 묻기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 ‘피지컬, 피지컬, 피지컬’ 체코 축구의 전부? '절대 NO'

홍명보호와 맞대결을 앞두고 상대국 체코 전력 분석 글이 쏟아지고 있다. 논조는 대부분 ‘피지컬’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체코의 월드컵 26인 명단 중 190cm 이상 자원만 11명이 차지한다. 체격적인 강점이 두드러지는 체코는 선 굵은 역습과 강력한 세트피스 능력으로 유럽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며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체코 축구를 7년 경험한 김승빈도 최대 강점은 ‘피지컬’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피지컬이 강점인 체코에서 제일 축구를 잘하는 26명이 뽑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들이 피지컬을 뒷받침할 기술을 충분히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피지컬적이고 한 방이 있는 느낌이에요. 축구가 조금 굵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피지컬만 강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솔직히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면 공도 정말 잘 찰 거 아니에요. 잉글랜드, 독일에서도 뛰는 선수들이 있는데 피지컬로만 해외에 나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체코 선수들 상대해 보면 생각보다 기술과 감각이 좋아요, 비율로 따지면 ‘피지컬6 : 기술4’ 정도에요. 민첩한 데 파워가 있달까. 재빠른 느낌보다는 운동 능력이 확실히 좋아요. 기술은 있거나 없는 선수들도 있는데 국가대표니까 골고루 잘 분포돼 있을 거에요.”

“반면 한국은 ‘피지컬3 : 기술7’ 이런 느낌이죠. 한국 선수들도 요즘은 피지컬이 너무 좋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경기 당일 컨디션이 승패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 175cm는 단신 취급? '잡고 끌고 체코식 피지컬 활용'

김승빈은 본인을 10번 성향의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소개했다. 최근 대표팀의 추세처럼 피지컬보다 기술 역량이 강점인 김승빈은 정반대 성향인 거구의 체코 선수들 사이에서 무려 7년간 몸으로 부딪쳐 봤다. 김승빈에 말을 빌리면 175cm 정도는 단신 선수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체코는 홍명보호보다 확실한 체격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김승빈은 기술은 한국, 경기 템포는 비슷하지만, 피지컬만큼은 체코가 훨씬 좋다고 강조했다.

“확실히 까다로웠던 건 피지컬이에요. 솔직히 경기 템포는 비슷해요. 체코 국가대표팀에 190cm 이상 되는 선수들이 많다던데. 소속팀에도 항상 2~3명씩은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스트라이커들이 키가 크긴 했어요. 일단 대부분 선수들이 저보다 다 컸어요. 제 키가 175cm인데 제일 작은 편에 들어갈 정도였어요. 평균 180cm는 가뿐히 넘을 거에요. 평균적인 피지컬만 보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크긴 해요.”

“체코는 피지컬에서 나오는 수비적인 힘도 있어요. 한국은 수비적이라기보단 ‘공격6 : 수비4’ 정도라면 체코는 확실히 수비가 단단한 느낌이에요. 일단 선수들이 다부져요. 몸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수비 커버나 조직력도 괜찮아요. 경기 중 컨택도 굉장히 많아요. 어떻게든 잡고 끌고 뚫리면 힘을 써서라도 끊으려고 할 거에요. 유럽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도 덴마크를 잡고 월드컵 본선에 왔잖아요? 괜히 이긴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파벨 슐츠(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파벨 슐츠(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 체코전 경계 1호? 가장 무서운 건 흘로제크! 제일 잘하는 건 슐츠!

김승빈의 체코전 팁 신뢰도를 높일 만한 확실한 근거가 있다. 체코 최종 명단 26명 중 김승빈은 무려 17명의 선수와 소속팀 혹은 상대편으로 경기를 뛰어봤다. 사전에 준비한 리스트를 눈으로 훑으며 김승빈은 “얘도 알고, 얘도 알고”하며 기억에 남는 선수 이름을 짚었다. 그중 가장 인상깊은 선수들로 스트라이커 아담 흘로제크(호펜하임)와 공격형 미드필더 파벨 슐츠(올랭피크리옹)를 꼽았다.

흘로제크와 슐츠는 최근 체코 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2년생 장신 공격수인 흘로제크는 왼발 킥력, 속도, 피지컬을 두루 겸비한 체코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다. 최근 평가전에서도 파워가 돋보이는 득점포를 가동하며 절정의 컨디션을 입증했다. 슐츠는 앞서 김승빈이 경계한 체코의 대표적인 기술 겸비 자원이다. A매치 21경기 5골을 기록 중이며 체코의 2선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또 김승빈은 대회 직전 두 차례 평가전에서 각각 어시스트를 기록한 오른쪽 윙백 다비트 두체라와는 한솥밥을 먹은 적 있다고 밝혔다. 세 선수 모두 한국와 조별리그 경기에서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은 자원들이다.

아담 흘로제크(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담 흘로제크(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두체라는 같은 팀에서 뛰어봤어요. 두클라프라하 1군 팀 때 동료였어요. 1년 정도 2부리그에 있었다가 제가 자리 잡을 때쯤 두체라가 타 팀으로 이적을 갔어요. 그리고 슐츠도 빅토리아플젠 때 상대편으로 만나봤어요. 여기 있는 선수들 대체로 다 상대해 본 것 같아요. 제일 잘하는 건 그래도 슐츠인 것 같아요. 체코 리그에서 엄청 잘해서 프랑스 올랭피크리옹까지 갔잖아요.”

“아, 그리고 바이엘04레버쿠젠에 있었던 흘로제크가 제일 인상 깊었어요. 이번에 호펜하임으로 이적했죠? 흘로제크는 제가 연습경기 때 상대해 봤어요. 그때 흘로제크는 1부 스파르타프라하 소속 선수였고 전 2부 두클라프라하에 있었어요. 가끔 흘로제크랑 연습경기 때 붙었는데 저는 이 친구가 제일 인상 깊었어요.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피지컬에, 왼발 기술도 좋고 볼 터치도 좋았어요, 공도 잘 차는데 피지컬까지 좋은 스타일이어서 상대 해 본 선수 중 흘로제크가 제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요.”

손흥민. 서형권 기자
손흥민. 서형권 기자

▲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끝? 체코는 한국 축구를 잘 모른다

‘한국이 알고 있는 체코’보다 ‘체코가 알고 있는 한국’이 더 생소하다는 김승빈의 증언이다. 분석에 진심인 한국은 사실상 미지의 전력 취급을 받았던 체코의 사소한 정보까지 샅샅히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상 본 기사도 같은 맥락. 그러나 체코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을 제외하면 대체로 무지하다고 한다. 김승빈은 예시로 빅리그에서 뛰는 이재성을 들며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도 잘 모른다면서 의아해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빼고는 다 모를 거 에요. 체코 선수들 입장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대부분 ‘KIM’이니까 그중 제일 유명한 김민재만 알아요, 이강인, 손흥민 이런 선수들만 알고 다른 선수들은 잘 몰라요. 마인츠에서 뛰는 이재성 선수도 모르던 데요? 아마 황희찬 정도는 잘 알거에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뛰니까 황희찬 정도는 아마 잘 알 거에요. 마인츠도 빅리그인데, 정말 아는 선수만 알아요. 우리 입장에서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니 전부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얘네 입장은 다르니까 어쩌면 관심이 크게 없을 수도 있어요.”

파트리크 쉬크(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파트리크 쉬크(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 경기 전날 카지노 방문? 체코 분위기는 ‘FREE’ 그 자체

축구 외적인 체코 축구 특징도 물었다. 김승빈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프리해요.” 소속팀에서 원정 이동 중 겪었던 본인 경험과 대표팀을 다녀온 동료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걸 아우른 김승빈의 대답이었다. 최근 체코 대표팀은 평가전을 위해 들른 뉴욕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물론 시차 적응의 일환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김승빈의 썰을 듣고 나면 ‘그 정도로 프리한가?’라고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상상 이상으로 자유로워요. 경기 끝나고 단체로 버스에서 술을 마시기도 해요. 원정을 가는 버스 안에서는 카드를 치거나 아예 판을 깔아 놓고 게임을 하기도 해요. 앞자리에 감독님이 타 있어도 신경도 안 써요. 소리 지르고 노래도 부르고 하는 걸 보면 정말 한국과는 문화가 다르다고 느꼈어요. 국가대표팀은 더하지 않을까요? 제가 듣기론 경기 전날에 그 나라 카지노에 가서 놀았다더니 클럽에 갔다더니 그런 썰을 들었어요. 팀 동료들이 대표팀 선수들도 막 그렇게 논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아요. 축구와 사생활이 확실히 분리돼 있어요. 걸려도 별일 없을 것 같은... 그래도 카지노는 주변에 안 들키게 몰래 나갔겠죠?”

황희찬. 서형권 기자
황희찬. 서형권 기자

▲ 그래서 체코전 꿀팁은? ‘일대일 싸움과 침착함 유지’

“일대일 싸움에서만 이기면 체코전 승리 확률은 높을 것 같아요. 한국 축구는 패스 전개가 좋잖아요. 만약 개인 싸움에서 체코 선수 한 명만 제칠 수 있다면 상대가 쉽게 못 막을 느낌이에요. 저도 체코 경기를 챙겨 봤거든요. 한국 선수들이 개인 탈압박이나 패스 연계로 잘 풀어 나올 것 같아요. 아마 제쳐내도 체코 선수들은 금방 따라붙긴 할거에요. 워낙 자존심 있는 선수들이 많아요. 오히려 체코 선수들이 경기 중에 흥분한다면 한국 선수들이 쉽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일대일 싸움을 이긴다면 체코를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워낙 체코가 신장도 있고 스피드와 한 방을 지닌 선수들이 많아서 양 팀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어떻게 체코 공격을 대응할지 약간은 걱정되긴 해요.”

김승빈(부천FC1995). 김진혁 기자
김승빈(부천FC1995). 김진혁 기자

▲ 누가 통할 것 같아? '황희찬, 배준호 같은 돌격 대장st'

김승빈은 체코전 핵심병기로 황희찬, 배준호 같은 돌파력 좋은 공격수들을 꼽았다. 앞서 설명한 체코전 팁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대일 싸움에서 지면 쉽게 흥분하는 체코 선수들에게 단단함과 속도 그리고 저돌성을 갖춘 돌격대장 스타일은 쥐약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김승빈의 말처럼 두 선수가 체코전 맹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난 관전포인트다. 물론 정상 컨디션인 황희찬과 달리 배준호는 트리니다드토바고전 당한 경미한 부상으로 회복에 집중하고 있긴 하다. 마지막으로 김승빈은 오는 12일 체코전을 꼭 본방 사수할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당연히 일대일이 강한 선수죠. 황희찬, 배준호 선수 같은 돌파력이 좋은 공격수들이 효과를 볼 것 같아요. 손흥민 선수도 당연하고요. 상대보다 더 스피드 빠르게 크게 흔들 수 있는 선수들이 잘 통할 듯해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기 기량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좋잖아요, 체코의 흥분하는 분위기나 경험 같은 거에 휘둘리지 않고 매정하게 경기하면 될 것 같아요. 한국이 무조건 이겼으면 좋겠어요. 이기면 체코 친구들한테 연락할 거거든요(웃음).”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승빈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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