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장신 타령’ 밖에선 얼마든지 해도 되지만, 홍명보 감독은 사로잡히면 안 된다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체코).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체코는 장신 선수가 많다. 이 생각을 하루 한 번 하면 충분한데, 하루 종일 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미 체코전 라인업을 다 정했다고 말한 홍명보 감독의 팀에 지나치게 제공권을 의식한 카드가 많이 포함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한국은 12(한국시간)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1차전을 갖는다. 상대는 체코다. 베이스캠프와 경기장의 거리, 고지대 적응 등 환경 면에서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 경기를 잡아야 19일 멕시코, 오는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상대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체코는 이번 월드컵에서 손꼽히는 장신 팀이다. 평균 신장 185.7cm로 이번 대회 5위다. 전체 최장신팀 보스니아(187.2cm)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은 평균 181.9cm로 공동 28위다.

선수 한 명씩 따졌을 때도 최장신급 선수가 많다. 특히 체코 후보 공격수로서 후반 교체투입되곤 하는 토마시 호리는 키가 200cm, 공격수 중에서는 최장신이다. 그보다 큰 선수들이 3명 있지만 모두 골키퍼 혹은 센터백이고, 호리는 장신 순위에서 공동 4위에 해당한다. 190cm 넘는 선수가 즐비한 체코와 달리 한국 필드 플레이어 중 최장신 김민재, 조위제가 190cm일뿐 넘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체코의 키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한국의 장점을 잃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경기가 2018 러시아 월드컵 1차전이었던 스웨덴전이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트릭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가며 꽁꽁 숨긴 상대 대응 전략의 골자는 결국 장신 선수들의 투입이었다. 특히 최전방에 김신욱을 선발 출장시켜 세트피스 수비에 적극 가담시켰다.

당시 김신욱 외에 키를 의식한 선발 멤버는 없었지만, 경기 운영을 보면 얼마나 문전 헤더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지 알 수 있다. 4-3-3 대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기성용이 수시로 센터백 자리까지 후퇴했다. 장신이면서 볼 배급이 능한 기성용을 사실상 세 번째 센터백처럼 활용했다. 기성용이 내려가면서 구자철이 연쇄적으로 후퇴해 중원 후방을 맡았다. 게다가 상대 크로스를 저지하기 위해 윙어 손흥민, 황희찬도 수비 가담을 많이 했다. 이러다보니 공을 따낸 뒤 역습으로 나가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한 골 내준 뒤 교체카드도 김신욱 대신 장신 미드필더 정우영을 넣었을 정도로 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회였다. 김신욱이 이후 두 경기에서 아예 쓰이지 않았다는 건 그의 제공권으로 공격하겠다는 구상이 아니라 그의 제공권을 수비에 활용하겠다는 의도의 기용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명보 월드컵 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홍명보 월드컵 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김민재(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민재(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처럼 상대 장신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크면 한국의 장점을 잃을 수 있다. 문제는 단순한 키가 아니라 경기 운용 전략이다. 세트피스 수비를 위해 평소 붙박이 주전이 아닌 공격수 조규성, 멀티 수비자원 박진섭 등을 추가로 투입한다면 그 자체는 합리적이다. 다만 상대 장점을 희석시키기 위한 수만 생각하지 말고 한국 장점을 살리려는 수를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

체코 수비진은 빌드업 상황에서 전방압박에 취약하다. 또한 평균적인 기량은 나쁘지 않으나 안정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전에서 혼전이 자주 벌어지면 공을 놓치거나 한국 공격수의 다리를 걸어버릴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팀이다. 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기운영이 필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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