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볼피아나 원조 맛집’은 풍미가 다르다… ‘멕시코식 빌드업 중추’ 3선 미드필더 움직임 경계하라
에리크 리라(멕시코). 게티이미지코리아
에리크 리라(멕시코).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개막전부터 멕시코식 ‘라볼피아나’가 효과를 발휘했다. 공수 다분하게 움직이는 3선 미드필더 때문에 상대는 정신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12일(한국시간) 오전 4시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 개최국 멕시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격파했다.

라볼피아나. 전 멕시코 대표팀 감독 리카르도 라볼페의 이름에서 유래된 전술 키워드다. 4-3-3 대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뒤로 내려가 스리백을 형성한 뒤 좌우 윙백을 높게 끌어올리는 빌드업 방식을 뜻한다. 당연히 변칙 움직임을 가져가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위 전술의 핵심이다. 멕시코에서 유래된 만큼 현재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멕시코 대표팀에서도 사실상 주 전술로 활용되고 있다.

진부할 정도로 현대 축구에 통용된 전술이지만, 원조 맛집은 그 풍미가 남달랐다. 남아공전 4-3-3 전형을 가동한 멕시코는 3선 미드필더에 에리크 리라를 배치했다. 크루스아술 소속 리라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고루 소화할 수 있는 수비적인 멀티 자원이다. 170cm로 왜소한 체격을 갖췄지만, 정확한 왼발 빌드업과 투지 넘치는 활동량으로 멕시코 축구 색채를 한껏 품고 있는 자원이다.

이날 리라는 멕시코 빌드업의 중추였다. 남아공의 패배 요인 중 하나가 리라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한 탓일 정도다. 3선 단독 배치된 리라는 라볼피아나 전형대로 빌드업 시 두 센터백 사이 혹은 앞으로 이동했다. 남아공은 5-3-2 대형으로 전방 투톱을 통해 멕시코 빌드업을 견제했는데 이때 리라는 압박을 나온 두 공격수 사이 공간에서 절묘한 위치 선정을 가져가면서 손쉽게 전개를 주도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아기레 감독식 라볼피아나는 구수한 옛 맛을 지켰다기보다는 현대 입 맛에 맞게 변화한 케이스다. 리라는 고정적으로 후방에만 머물지 않고 공격 시에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보다 더 높은 위치로 뛰어 올라가 순간적으로 숫자를 늘리기까지 했다. 리라가 왕성한 활동량을 보유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전반 9분 리라가 순간적인 전방 압박으로 남아공 3선 미드필더의 공을 탈취했고 그대로 전개는 훌리안 퀴뇨네스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선취점을 뽑은 멕시코는 이후 상대 압박을 유도한 뒤 발생하는 공간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이때도 리라로 비롯된 3선 미드필더 움직임이 주효했다. 리라가 압박 가담한 남아공 공격진 배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패스길을 창출했다. 공을 받으면 곧장 전방으로 돌아선 뒤 측면 쪽으로 전환 패스를 연결해 상대 압박을 최대한 무력화시켰다. 후반 31분 리라에게 바톤을 이어받은 에드손 알바레스가 나머지 시간대까지 위 역할을 수행했다. 본디 주전 3선인 알바레스는 올 시즌 중 큰 부상을 입은 뒤로 출전 시간을 관리받고 있다.

홍명보 월드컵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홍명보 월드컵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물론 일련의 과정이 90분 내내 완벽했던 건 아니었다. 상대 압박을 후방에서 정면으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불안한 장면도 여럿 나왔다. 리라의 패스가 짧거나 속도가 느려 남아공 압박에 걸리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전반 39분 스톨레의 강한 압박으로 리라가 부정확한 측면 전환 패스를 날린 게 그 일례다.

2차전에서 멕시코를 상대하는 한국은 분명 상대 3선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리라 혹은 알바레스가 한국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는 후방 빌드업 및 전방 압박 시 3선 미드필더의 가담을 적극 활용한다. 다만 90분 내내 그들의 패스 퀄리티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는 않기 때문에 보다 짜임새 있는 압박으로 멕시코 3선의 2차 패스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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