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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득점과 화려한 플레이로 승리의 공신이 된 선수들이 많지만, 어쩌면 이 두 선수가 없었더라면 승리로 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한범과 이태석의 헌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러 체코에 2-1로 역전승했다.
첫 경기 승리로 32강 진출 확률을 크게 높였다.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황인범, 이강인, 오현규 등 주축 공격진의 화려한 플레이로 기사회생했다. 후반 22분 이강인의 도움을 받은 황인범이 기술이 돋보이는 칩슛으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35분에는 골을 넣은 황인범이 도우미로 변신해 오현규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체코전 승리의 공신들로 위 선수들이 언급됐다. 1골 1도움을 기록한 황인범, 화려한 발기술을 선보인 이강인, 몸살을 극복한 오현규, 2m 수비수에도 밀리지 않은 김민재 등 두드러지는 활약상을 남긴 일부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화려함에 취해 헌신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이들만큼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진 못했지만, 맡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이한범과 이태석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헌신을 보였다.
먼저 이태석은 체코전 분수령이었던 상대 윙백 블라디미르 초우팔을 육탄방어까지 불사하며 막아냈다. 이날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이태석은 1차적으로 초우팔의 오버래핑 공격을 저지해야 하는 특명을 받았다. 오른쪽에 설영우가 높은 위치로 공격 가담하는 동안 이태석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초우팔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견제했다. 174cm 초우팔은 이태석과 비슷한 신장을 지녔지만, 몸싸움이 거칠기로 유명한 체코, 잉글랜드 리그에서 수년을 버텨온 베테랑이다. 경합 노하우에서 이태석보다 한 수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태석은 구력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몸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31분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이태석이 초우팔을 이겨냈다. 전반 35분에도 헤더 클리어링에 성공했다. 전반 43분에는 189cm 장신 공격수 루카스 프로보트와 제공권 다툼에서 먼저 머리에 맞추는 의지를 토해냈다. 경합 때마다 이태석은 공중에서 거센 충돌 후 튕겨져 나갈 정도로 고강도 경합을 이어갔다.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가슴과 머리를 붙잡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곧장 일어나 경기에 집중했다.
이태석의 집요한 견제로 초우팔은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별다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초우팔은 후반 14분 크레이츠 득점 상황에서 유도탄같은 롱스로잉 능력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래 장면이 오버래핑 후 측면 크로스는 이날 경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에 따르면 초우팔은 크로스 6회, 롱패스 4회를 시도했지만, 성공률은 모두 0%였다. 이태석의 몸 사리지 않는 견제가 크게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스리백 일원이던 이한범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190cm에 가까운 평균 신장을 지닌 체코 공격진을 상대로 이한범은 공중볼 경합 성공률 71%(5/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한국의 수비는 과감한 전진 수비와 전투적인 경합을 보여준 김민재에게 이목이 쏠렸지만, 이한범 역시 김민재 못지않게 몸을 던져가며 체코 공격진을 막아냈다. 특히 발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후반전 막바지 때 숨을 헐떡이면서도 끝까지 측면 공간을 커버하는 투지도 보였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건 공격적인 영향력이었다. 지난해 홍명보호의 스리백 테스트 시기, 이한범은 다소 아쉬운 패스 판단과 반응 속도로 경기력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본 대회에서 이한범은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습이다. 조급하고 위축됐던 플레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침착함과 대범함이 돋보였다. 전반 12분에는 이태석의 얼리크로스를 체코 장신 수비수들 사이에서 번쩍 뛰어올라 헤더로 위협적인 슈팅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빌드업 능력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날 한국은 고지대 적응을 하지 않은 체코의 체력 소모를 유도하기 위해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스리백부터 좌우 측면으로 넓게 포진했고 상대 압박을 유도한 뒤 생긴 공간으로 패스를 넣는 방식을 취했다. 이때 이한범도 파트리크 시크, 니코 슐츠 등의 압박을 역이용한 전진 패스로 숱한 공격 기여도를 보였다. 공격 지역 패스만 9차례 기록했다. 전반 추가시간 2분에는 상대 압박으로 생긴 뒷공간으로 절묘한 패스를 찔러넣어 상대 하프스페이스를 허물기도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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