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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월드컵 특수와 한류가 더해져 멕시코 편의점에서도 한국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홍명보호가 훈련하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 근처에는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상가가 하나 있다. 다소 외딴곳에 있지만 아이스크림 맛집을 비롯한 음식점들과 세탁소, 명품 의류점, 얼굴 마사지 가게 등 다양한 상점이 들어와있었다.
그곳엔 편의점도 있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는데, 멕시코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천장에 달려있어 월드컵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냉장고 오른쪽 위에 한글이 적힌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다 이곳이 멕시코라는 걸 깨달았다. 맥주, 무알콜 음료, 주스 등 냉장고마다 한글이 적혀있어 여기에 어떤 종류의 음료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스페인어를 곧장 한글로 바꾸다 보니 다소 특이한 간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낙농’이 그랬다. 유제품을 뜻하는 스페인어 ‘Lácteos’를 번역기로 돌린 결과 한국인도 요새는 잘 보지 못할 법한 단어인 낙농이 탄생한 듯했다.
‘단단한 탄산수’라는 유래조차 알기 힘든 간판도 있었다. 밑에 적힌 ‘Coolers’로 추측건대 탄산수나 소다수를 과일과 섞어 즐기는 음료인 쿨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단단한이라는 요상한 형용사가 추가된 걸로 보인다. 스페인어로 단단하다를 검색하면 ‘속이 차서 야무지다’라는 뜻도 담을 수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편의점 직원에게 원래도 한글 간판이 있었냐고 묻자 그는 월드컵을 위해 한 달 전부터 붙여놓은 간판이라고 답했다. 한국이 상가 근처 훈련장을 쓰는 게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다른 편의점에서도 한글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엔 월드컵 때문이 아니고 애초에 한국 식품 코너가 따로 마련돼있었다. ‘간식’이라고 적힌 선반에는 불닭볶음면이 한 칸 가득 들어있었고, 딸기에이드와 청포도에이드 등에는 태극기와 함께 ‘한국제품’이라고 적혀있었다. 맨 아랫칸에는 소주도 있었는데, 한 병에 91페소(약 9,000원)라는 훌륭한 가격을 자랑했다.
멕시코에서는 여러 이유로 한국의 인기가 높아졌다. 축구에 한정해서 보면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멕시코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패해 탈락 위기에 놓였을 때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잡으며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멕시코에서는 한국인들을 형제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형성됐다.
문화적으로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BTS(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주효했다. 멕시코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BTS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도시로 집계됐다. 월간 청취자는 70만 명에 달한다. 2023년 멕시코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자신의 공약에 BTS 공연 초청을 넣었고, 최근에는 BTS가 멕시코에서 월드투어 ‘아리랑’을 3일간 진행해 15만 명을 동원하는 성과를 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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