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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체코전 승리는 약속을 철저히 이행해 거둔 결실이다.
체코는 키가 큰 팀으로 자주 소개됐다. 그럴 만했다. 평균 신장은 185.2cm로 월드컵에 참가하는 48개국 중 5위였다. 한국은 필드 플레이어 중 최장신이 김민재와 이한범으로 190cm인 데 반해 체코는 190cm 이상인 필드 플레이어만 8명이었다. 게다가 체코는 세트피스 공격에 특장점을 보이는 팀이었다. 그들의 신장을 무시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체코전에서 확인했듯 체코가 세트 플레이를 잘하는 장신 팀이라는 건 알고도 못 막는 것에 가까웠다. 후반 14분 블라디미르 초우팔의 롱 스로인에 이은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의 헤더는 알고도 못 막는 공식이었다. 후반 32분 미할 사딜레크가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을 토마시 소우체크가 헤더로 마무리한 건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됐다.
홍명보호는 알고도 못 막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체코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데 더욱 힘을 썼다. 체코는 유럽 예선 내내,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이 선임된 이후에도 수비 집중력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수비와 수비 사이 간격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대인 수비를 위시하다보니 뒷공간을 노출하는 경우도 잦았다.
홍 감독은 체코의 수비를 제대로 공략했다. 기본적으로 수비 진영에서 체코 수비를 향해 롱패스를 보냈다. 만약 체코 수비가 걷어내지 못한다면 그대로 배후 침투를 하면 되고, 체코 수비가 걷어낸다면 세컨볼 경합을 통해 공을 뺏어내고자 했다.
체코 진영으로 공을 보내는 또 다른 이유는 체코 공격수들의 장점을 무력화하기 위함이었다. 체코 장신 선수들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위력을 발휘하지만, 페널티박스 바깥에서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체코 진영으로 공을 보내면 체코 공격수들이 한국 페널티박스 가까이에서 공격을 전개할 기회가 줄어든다. 이날 한국은 의도적으로 수비라인을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설정했는데, 역시나 체코 공격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한국에 김민재가 있다는 것도 행운이었다. 김민재는 바이에른뮌헨에서 뛰며 이미 체코 주전 공격수인 파트리크 쉬크(바이어04레버쿠젠)를 자주 상대했다. 김민재는 쉬크를 상대로 큰 어려움 없이 수비를 펼쳤고, 쉬크는 경기 내내 침묵했다.
한국은 롱패스가 아니더라도 체코 수비 간격과 뒷공간을 제대로 활용했다. 특히 두 번의 득점 장면에서 한국의 노림수가 잘 드러났다. 후반 22분 이강인이 공을 잡았을 때 손흥민이 이강인 쪽으로 움직였고, 체코 센터백 로빈 흐라냐치가 손흥민을 마크하러 함께 이동했다. 그러자 오른쪽 윙백 블라디미르 초우팔과 흐라냐치 사이에 넓은 공간이 생겼고, 이강인은 정확히 그곳으로 공을 투입했다. 황인범은 이 공을 잡은 뒤 뒤따라온 흐라냐치와 뛰쳐나온 마테오 코바르시 골키퍼를 동작 하나로 모두 제친 뒤 정교한 감아차기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기 후 이강인은 “항상 코칭스태프 분들께서 분석해준 걸 바탕으로 플레이한다”라며 웃었다. 이강인이 로빙패스를 통해 체코 수비 배후를 타격한 게 약속된 플레이였다는 방증이다.
역전골 장면은 훈련에서 갈고 닦은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후반 35분 백승호는 체코 수비에 뒷공간이 생기자 보지도 않고 오른쪽 뒷공간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황인범이 적절한 타이밍에 쇄도한 뒤 공을 중앙으로 보냈고, 오현규가 이를 왼발로 돌려놓아 골망을 흔들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홍명보호는 체코전을 앞두고 영상 미팅을 자주 진행했다. 단순히 단체로 모여 미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포지션별로 코치를 배정해 태블릿 등을 활용한 세부 영상 미팅도 진행했다. 코치가 직접 영상을 찍기도 하고, 분석관에게 영상 제작을 요청하기도 하며 퀄리티 높은 영상 분석에 공을 들였다. 선수들은 체코전을 앞두고 상대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었고, 그 결과 선제 실점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쳐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날 결승골을 넣은 오현규는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경기 뛰는 내내 기억이 자세하게 안 나서 영상 보고 이렇게 골이 들어갔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오현규는 경기 전 38도 고열에 시달리는 등 컨디션이 온전치 않았는데, 그럼에도 훈련 때 준비한 패턴이 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득점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체코전 승리는 고지대 적응, 훈련장 상태 등 홍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관계자가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또한 홍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함께 체코전을 철저히 준비했고, 이를 통해 달콤한 월드컵 승리를 쟁취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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