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윙어 배치 대실패, ‘스페인 유로 우승 듀오’만 더 그리웠던 처참한 경기력
가비(스페인). 게티이미지코리아
가비(스페인).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루이스 데라푸엔테 감독의 변칙 기용이 대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팀 주축 공격진에 대한 의존도만 높게 느껴졌다.

16일(한국시간) 오전 1시 미국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H조 1차전을 치른 스페인이 카보베르데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FIFA 랭킹은 스페인이 2위, 카보베르데가 67위다.

스페인이 충격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공수 탄탄한 전력으로 우승 후보 평가를 듣던 스페인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카보베르데전을 졸전 속에 승점 1점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카보베르데는 역사상 처음 월드컵에 나선 국가다. 주전 골키퍼가 40세로 선수 폭도 넓지 않다. 그러나 지난 15일 첫 출전한 퀴라소를 7-1 대파한 독일과는 정반대되는 충격과 공포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선발 명단부터 스페인은 어느 정도 힘조절을 준 모양새다. 대회 전 근육 부상을 겪었던 라민 야말과 니코 윌리암스를 모두 벤치에 뒀다. 공격진에는 미켈 오야르사발, 페란 토레스 그리고 미드필더 가비가 출전했다. 데라푸엔테 감독은 가비를 왼쪽 윙어로 변칙 기용하는 수를 시도했다. 본래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도 이따금 측면 공격수로 배치돼 발군의 활동량으로 공간 창출하는 가비의 능력을 믿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데라푸엔테 감독의 책략은 대실패로 끝났다. 이날 스페인은 90분 내내 카보베르데의 밀집수비를 상대해야 했다. 상대는 4-5-1 전형으로 내려섰고 스페인은 7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며 무한 공세를 펼치는 양상이었다. 데라푸엔테 감독은 가비를 상대 수비 사이 공간으로 침투시켜 조직 붕괴를 노릴 심산이었지만, 카보베르데의 텐백의 예상보다 더 촘촘한 배치로 가비가 움직일 공간이 녹록지 않았다.

마르크 쿠쿠레야(스페인). 게티이미지코리아
마르크 쿠쿠레야(스페인). 게티이미지코리아

밀집수비를 깨기 위해선 폭을 벌릴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미 중앙 집중적인 가비를 기용한 데부터 플랜이 꼬여버렸다. 오른쪽 배치된 공격수 토레스나 풀백 마르코스 요렌테는 모두 측면 플레이가 익숙한 유형이 아니다. 솔로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하기 보다는 위치 선정과 연계로 박스 침투하는 데 적합하다. 결국 좌우 폭을 벌릴 움직임은 왼쪽 풀백 마르크 쿠쿠레야에게만 의존해야 했다.

측면 선택지가 쿠쿠레야로 제한되니, 덩달아 중앙에서도 답답한 전개가 유발됐다. 페드리, 로드리, 파비안 루이스 같이 볼 소유 능력이 탁월한 미드필더들이 상대 수비 앞 공간에서 공을 자주 잡으면서 패스 길을 엿봤다. 그러나 밀집수비를 흔들 전환 패스가 제한되다 보니 개인 기량으로 공을 지키다 무리한 전진 패스 혹은 슈팅이 나왔다. 그나마 유의미한 공격 전개는 왼쪽 뒷공간을 판 쿠쿠레야에게 패스가 전달될 때가 유일했다.

라민 야말(스페인). 게티이미지코리아
라민 야말(스페인). 게티이미지코리아

데라푸엔테 감독은 결국 해답을 찾지 못했고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부상 여파로 관리가 필요했던 야말과 윌리암스를 후반전 투입시켰다. 두 선수는 지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당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특급 측면 듀오다. 강팀 스페인은 주요 대회에서 수세를 택하는 팀들을 자주 상대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야말과 윌리암스가 세계 정상급 일대일 돌파 능력으로 밀집수비를 효과적으로 부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밀집수비에 대한 전술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걸 시인하는 꼴에 용병술이었다.

후반 25분경 야말 투입 기점으로 스페인의 공격이 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야말이 직접 공을 몰거나 전진 패스를 뿌리면서 카보베르데 수비진을 흔들었다. 이를 기점으로 토레스, 쿠쿠레야, 로드리 등이 기회를 잡았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경기 막바지 투입된 윌리암스는 터치 3회에 그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자원을 무리하게 기용하고도 결과를 얻지 못했다. 손해만 남기고 얻은 건 없는 한심한 수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