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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우리는 종종 휴식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그 옛날 대입 시험에서 ‘사당오락(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오래 붙드는 근성을 높이 사는 문화적 풍토 때문이다. 특히 결과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스포츠계에선 회복을 위한 휴식 외에는 용납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홍명보호는 2002 한일 월드컵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긴 합숙을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한 선발진을 기준으로 하면 꼭 한 달이 됐다. 대표팀은 고지대 적응을 위해 해발 1,460m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사전 캠프를 했고, 지난 6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입성해 월드컵 여정을 소화하고 있다.
장기 합숙의 열매는 달콤했다. 한국은 지난 12일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러 체코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체코는 훌륭한 제공권을 바탕으로 세트피스 공격에 올인했고, 후반 14분 롱 스로인을 통한 선제골을 뽑아내며 그 위력을 발휘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코 선수들은 눈에 띄게 지쳤고, 한국은 여전한 체력을 뽐내며 후반 22분 황인범, 후반 35분 오현규가 연달아 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장기 합숙을 통한 조직력 증대, 고지대 적응을 통한 체력 및 공 간수 우위, 경기장과 똑같은 훈련장 구비 등 여러 측면에서 체코보다 많은 준비를 한 게 티가 나는 경기였다.
한국 대표팀은 체코전 직후인 13일 회복 훈련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14일에는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15일부터는 다시 훈련에 돌입해 멕시코전을 대비하고 있다. 일반 직장인으로 치면 ‘주 6일제’를 하는 셈이다.
한국이 이번 대회를 위해 유례를 찾기 힘든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만큼 휴식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신체적 회복뿐 아니라 정신적 회복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부터 대표팀 정신 건강을 위해 멘털코치로 합류한 한덕현 정신의학과 교수는 “가장 어려운 요인 중 하나는 오랜 기간 합숙 훈련에 의한 지루함, 스트레스, 예민함이 있다”라며 “이번 월드컵은 그 어떤 대회보다도 길다.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 선수들이 집단 생활을 하기 때문에 상당히 괴롭다. 선수도 그렇고 선수를 돕는 스태프도 솔트레이크 전지훈련으로부터 한 달이 넘었기 때문에 그 예민함과 같은 걸 많이 얘기한다. 실제로 쉬는 날 스케줄을 짤 때 우리 심리 파트 의견을 많이 제시한다. 가급적 선수들에게 본인의 시간을 주려는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4일 선수들은 주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손흥민과 같이 멕시코 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는 경우에는 식사를 하러 간 타코집에도 사람이 몰려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가족이 따로 오지 않은 경우에는 몸에 남은 피로를 풀기 위해 숙소에 그대로 머물기도 했다.
휴식일에 선수들에게 개인 자유 시간을 줄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이 오랜 훈련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단체 관광 등의 행사 또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 번쯤 선수단이 단체로 휴식을 하면 유대감을 키우고고,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멕시코는 아무리 좋은 숙소를 잡아도 그 조건이 한국의 평균적인 숙소보다 좋다고 보기 힘들다. 휴게 공간이나 숙소 기본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있고, 수돗물이 석회수로 나오는 등 한국인들에게 익숙지 않은 문제도 있다. 멕시코는 스페인어를 주로 사용해 이강인과 백승호 정도를 제외하면 말이 통하지 않는 환경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선수들이 밖에 나가 휴식을 취하는 건 정신적 피로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 차원의 행사가 필요한 이유다.
홍명보호는 분명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힘쓰고 있다. 상기했듯 정신의학과 교수를 멘털 코치로 선임해 매일 선수들의 일대일 면담을 진행 중이고, 가족들을 솔트레이크 사전 캠프와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 인근 숙소에 초청해 선수들이 비교적 편안하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휴식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 경기와 경기 간격이 일주일로 매우 길다. 선수들의 신체 건강에 대한 우려는 줄어든 반면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는 늘었다. 정신적으로 지치면 운동 수행 능력도 줄어든다.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일대일 면담 등 심리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더욱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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