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애들이 막 뛰어다니다가 이겨’ 악천후로 2시간 휴식? 오히려 득 본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인근에 떨어진 낙뢰로 경기가 무려 2시간 중단됐다. 아슬아슬한 리드 중이던 프랑스에 분명한 변수였지만, 오히려 득은 본 건 프랑스였다.

23일(한국시간) 오전 6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I조 2차전을 치른 프랑스가 이라크를 3-0으로 꺾었다. 2승을 기록한 프랑스는 32강행을 확정했다. 이라크는 2패를 거뒀지만, 경우의 수로 아직 탈락을 면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의 축구는 철저한 실리를 바탕으로 한다. “지루하면 다른 걸 봐라!”라는 마인드셋으로 오직 ‘승리의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 보니 킬리안 음바페, 마이클 올리세, 우스만 뎀벨레 등 화려한 공격진을 두고도 다소 답답한 경기력을 펼칠 때가 많다. 어쨌거나 결과는 승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비판 거리가 될 수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 과정 역시 다르지 않았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샹 감독의 실리 축구는 간단히 말해 ‘수비는 전술로, 공격은 자유롭게’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실점 확률을 최소화하는 단단한 수비 전술을 우선 구축한 뒤 공격 전술은 철저히 공격수들의 창의성에 할애하는 식이다. 잘 풀리면 ‘아트사커’지만, 안 풀리면 ‘무전술 공격’이 된다. 월드클래스 공격수들의 발 맞지 않거나, 상대 수비 조직이 단단하면 경기가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라크전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이라크는 두줄 수비로 프랑스 공격을 일단 버티고자 했다. 음바페, 뎀벨레, 올리세가 유기적인 스위칭을 가져가면서 어떻게든 공격의 활로를 찾고자 했지만, 프랑스가 쥔 주도권에 비해 전반전 득점은 1개에 그쳤다. 여기에 전반 막판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점유율을 가져간 프랑스에 불리한 환경이 형성됐다. 물이 고이면 개인 돌파와 패스 연계에 제약이 생긴다. 단순한 공격을 지향하는 이라크에 유리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북중미 월드컵의 낙뢰 프로토콜. 게티이미지코리아
북중미 월드컵의 낙뢰 프로토콜.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오히려 폭우 영향은 프랑스에 득이 됐다. 전반 종료 후 ‘낙뢰 프로토콜’로 인해 경기는 2시간가량 중단됐다. 그라운드는 그대로 장대비에 오랜 시간 노출됐고 설령 경기가 다시 진행되더라도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 돼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은 미국 내에서도 손에 꼽는 배수 시설을 자랑한다. 중계 카메라가 잘 안 보일 정도의 기록적 폭우가 2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운동장 내 물이 고인 곳은커녕 푸른 잔디만 더 선명하게 빛났다. 양탄자 잔디에 충분한 물이 뿌려지면서 속도감 있는 패스를 주고받는 프랑스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져 버린 것이었다.

여기에 오랜 시간 흐름이 끊기면서 프랑스 공격진은 체력을 회복했고 반대로 이라크 수비진은 집중력을 잃었다. 전반 45분보다 더 빠른 속도감의 공격을 프랑스가 펼치기 시작했다. 음바페, 올리세, 뎀벨레의 드리블도 더욱 속도가 붙었다. 결국 좌우 정신없는 공격에 시달리던 이라크는 후반 9분 집중력이 풀려버린 골키퍼와 센터백의 어처구니없는 소통 오류로 추가 실점을 헌납했다.

후반 21분에는 올리세가 찔러준 땅볼 패스가 잔디를 타고 뎀벨레에게 향했다. 빠른 속도로 굴러온 공을 부드럽게 컨트롤한 뒤 반대편 골문을 노린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프랑스는 데지레 두에, 라얀 셰르키, 마흐네스 아클리우슈 등 교체 자원을 몰아서 투입하면서 공격진 전원을 교체했다. 땀을 흘린 뒤 장시간 대기로 근육 컨디션이 꼬였을 법한 주전조들의 관리까지 잊지 않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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