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벨링엄, 사카, 에제, 로저스…’ 맛있는 재료 다 넣었는데, 목이 막히는 마법
주드 벨링엄(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주드 벨링엄(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요리사들이 맛있는 재료를 몽땅 넣으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잉글랜드가 국자를 잡으면 ‘맛대가리’가 없다.

24일(한국시간) 오전 5시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L조 2차전을 치른 잉글랜드와 가나가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1승 1무를 기록하면서 32강 진출 확정에 실패했다. 가나와 같은 성적이지만, 득실차 우위로 현재 조 1위를 지키고 있다. 가나는 2위다.

잉글랜드는 ‘만년’ 우승 후보다. 당연히 중의적인 의미다. 매 대회 ‘축구가 집으로 돌아온다’라며 설레발을 치는 잉글랜드는 항상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그들의 마지막 우승도 1960 잉글랜드 월드컵 때로 무려 66년 전이다. 즉 ‘축구 종가’ 자부심이 강한 잉글랜드인 대부분은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보지 못한 세대들이다. 그래도 매번 우승 후보로 불린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국가들보다도 스타들이 즐비하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2026 잉글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폭격 중인 ‘심장’ 해리 케인부터 주드 벨링엄, 데클란 라이스, 부카요 사카, 올리 왓킨스, 앤서니 고든 등 각 팀의 에이스들이 모조리 차출됐다. 그렇다고 수비가 약하냐. 리스 제임스, 마크 게히, 에즈리 콘사 등에다가 골문은 ‘애국자’ 픽포드가 지킨다. 잉글랜드 스쿼드 명단을 쭉 살펴보면 자연스레 ‘우승 후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잉글랜드가 그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요리 실력이 형편없다. 이번 대표팀 전에도 숱한 월드클래스 스타들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기량만 놓고 보면 ‘이번엔 우승하겠네’라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정말 이상할 정도로 이들을 섞어놓으면 대단히 맛이 없어진다. 그 지독하고도 유구한 전통이 ‘2026 잉글랜드’까지 이어질 위기다.

크로아티아전 확실한 체급 차이로 대승을 따낸 잉글랜드는 그보다 한 수 아래인 가나를 두 번째 상대로 맞이했다. 그러나 멋모르고 덤볐던 크로아티아와 달리 주제파악을 확실히 한 가나는 엉덩이를 쭉 뺀 극단적 수비 전략을 취했다. 팀 핵심인 토마스 파티까지 센터백 위치로 내리면서 파이브백을 구축했다. 주포인 앙투안 세메뇨와 이냐키 윌리엄스도 돌진보다는 수비 가담에 집중했다.

해리 케인(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해리 케인(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전술적인 방안이 돋보였다기보다는 무작정 박스 주변에 숫자를 채운 형태였다. 그런데 ‘우승 후보’ 잉글랜드는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밀집 수비 타파에는 좌우 전환, 포스트플레이, 세트피스 등 여러 초식이 있다. 모든 공격 방식의 기본은 유기적인 움직임이다. 동료와 동료가 자리를 바꿀 때 나오는 혼란 상황이 상대 밀집 수비의 균열을 야기하고 이 틈을 어떤 공격 방식으로 채우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기본기 같은 유기적 움직임부터 잘 보이지 않았다.

케인, 벨링엄, 고든, 노니 마두에케가 선발 공격진을 맡았다. 그러나 네 선수가 서로 호흡하면서 기회를 만들기 보다는 개인 한 명 한 명의 능력으로만 경기를 풀고자 했다. 고든과 마두에케는 공을 잡으면 무작정 측면 돌파하기 급급했다. 가운데 배치된 벨링엄은 ‘프리롤’이라는 역할에 갇혀 쓸데없이 내려온 뒤 공을 낮은 위치부터 받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보였다. 잉글랜드 공격 핵심인 케인은 가나 밀집 수비가 가만히 둘리 없었다.

부카요 사카(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부카요 사카(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결국 잉글랜드는 전반전 슈팅 6회를 시도했지만, 전부 골문 밖으로 빗나갔다. 투헬 감독은 후반전 명확한 전술적 해답을 내리기보다는 공격 숫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 부카요 사카, 에베레치 에제, 모건 로저스, 마커스 래시퍼드가 차례로 투입됐다. 오른발잡이 왼쪽 풀백인 제드 스펜스를 대신해 박스 침투에 능한 풀백 니코 오라일리까지 넣었다.

가나 밀집 수비만큼 밀집 공격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잉글랜드 공격진의 레벨을 고려했을 때 너무 단순한 접근 방식이었다. 상대 수비와 일대일 싸움에서 분명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의 화려한 공격진을 그저 숫자 채우기 용도로만 쓰니 작정하고 수비하는 가나 전력과 차이를 만들기 어려웠다. 결국 잉글랜드는 후반전 슈팅 13회를 때리고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혼전 상황에서 나온 오라일리와 케인의 두 차례 슈팅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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