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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대한민국은 기억하기 싫은 맛이다. 원수 같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우승 후보’ 잉글랜드를 질식시켰다.
24일(한국시간) 오전 5시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L조 2차전을 치른 잉글랜드와 가나가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1승 1무를 기록하면서 32강 진출 확정에 실패했다. 가나와 같은 성적이지만, 득실차 우위로 현재 조 1위를 지키고 있다. 가나는 2위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과 악연이 깊은 감독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이란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한국과 수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껄끄러운 사가를 남기며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의 1-0 승리가 확정되자, 한국 벤치로 ‘주먹감자’를 날린 적 있다. 그 밖에도 중동 축구의 아이콘과 같았던 ‘침대 축구’의 중심에 있는 지도자이기도 했다.
한국 축구에는 인성 문제 있는 감독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지도력을 폄하할 수 없는 감독이다. 승리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철저한 ‘성과 주의형’ 감독으로서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대표팀 축구에서 숱한 지휘 경험을 쌓았다. 이번 가나까지 8개 국가 사령탑으로 지냈다. 전성기 시절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코치, 레알마드리드 감독 등 유럽 일선 축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성과주의형 지도 스타일과 다르게 정작 월드컵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가장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았던 이란(2011~2019, 2022) 대표팀에서는 현재까지도 이란의 이미지인 ‘수비 축구’를 입힌 장본인이면서도 2014, 2018, 2022 월드컵을 3번 연속 조별리그 탈락시킨 감독이다. 그 중간 시기였던 콜롬비아, 이집트 지휘 시절에는 지역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아프리카 강호 가나를 이끌고 있다. 본선 직전 오토 아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후임자로 성과는 몰라도 경험은 풍부한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했다. 케이로스 감독의 전술 스타일은 철저한 실리 축구다. 단단한 수비 조직을 우선시하고 적은 기회의 역습을 성공시키는 최소 점수 차 승리에 통달한 사령탑이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가나에서도 케이로스 감독의 색깔이 조별리그 두 경기만에 두드러졌다.
과연 ‘질식 수비 장인’이 빗은 가나 축구는 잉글랜드 상대로도 단단한 모습이었다. 이날 가나는 주 포메이션인 4-3-3 전형을 가동했는데 수비 시 중앙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가 센터백 사이로 끼면서 파이브백 형태를 구축했다. 전체적인 라인도 하프라인 밑으로 형성했다. 순간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가 하다가도 호흡이 길어질 시 좌우 윙까지 한 칸 내리면서 두줄 수비 형태를 갖췄다.
결과적으로 가나의 접근은 통했다. 이미 1차전 승리를 거둔 가나는 조 내 가장 난적인 잉글랜드 상대로 최소 승점만 벌더라도 32강 진출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몇 차례 직선적인 역습으로 득점 기회가 있었던 걸 차치하고 가나는 철저하게 ‘무실점’ 전략을 취했다. 90분 동안 시도한 슈팅은 고작 2차례였고 점유율도 21%로 사실상 포기한 수준이었다. 반면 태클 22회, 클리어링 39회 등 무실점 의지가 돋보이는 수비 지표를 남겼다.
이처럼 케이로스 감독은 상대 입장에서 짜증 나는 전술 스타일을 갖췄다. 여기에 더욱 짜증을 유발하는 언행으로 상대를 자주 긁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하프타임에 잉글랜드 내 최고 다혈질인 주드 벨링엄과 언쟁을 나누면서 역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경기 운영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공격수를 빼고 이미 꽉 찬 박스에 거구 수비수들을 꾸역꾸역 집어 넣는 교체술을 보이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가나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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