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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포르투갈이 세계 최고 세트피스 전담 코치를 영입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유일한 문제는 비밀 패턴을 고작 조별리그에서 이렇게 많이 꺼내버리면 나중에 쓸 게 남느냐는 것이다.
24일(한국시간) 미국의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K조 2차전을 치른 포르투갈이 우즈베키스탄에 5-0 대승을 거뒀다.
포르투갈은 1승 1무로 일단 조 선두에 올랐다. 1승을 거둔 콜롬비아, 1무승부를 거둔 콩고민주공화국이 뒤를 이었다. 2전 전패를 당한 우즈베키스탄이 조 최하위다.
우즈벡은 남은 경기에 따라 조 3위에 오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두 경기에서 골득실이 -7이기 때문에 각조 3위끼리 승점과 골득실을 비교하는 32강 순위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상 탈락 상태다.
포르투갈은 이날 세트피스에서 엄청난 효과를 봤다. 단순한 킥력과 제공권이 아니라 준비된 패턴에서 나온 득점들이었다. 전반 17분 누누 멘데스가 프리킥 추가골을 터뜨렸다. 문전 좋은 자리에서 프리킥 기회를 따냈는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당연하다는 듯 공 뒤로 몇 발짝 물러선 뒤 꼿꼿한 자세로 공을 노려보는 프리킥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기습적으로 멘데스가 왼발 프리킥을 꽂아 버렸다. 속임수였다.
후반 15분에도 준비한 패턴에서 골이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높게 올리지 않고 빠른 땅볼 패스를 문전에 붙였다. 돌아 나오며 이를 받으려 한 호날두의 슛은 혼전 가운데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압두보키드 네마토프 골키퍼의 허우적거리는 손을 맞고 들어가며 자책골이 됐다.
추가골 직전 슈팅 기회도 연기를 동반한 세트피스 패턴에서 비롯됐다. 호날두가 프리킥을 차는 척 하더니 그냥 지나쳐 앞으로 종종걸음 쳤는데, 페르난데스가 찍어 차 준 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노마크 득점 기회를 잡았다. 단 슛하는 순간 네마토프 골키퍼가 잘 튀어나와 골은 되지 않았고, 코너킥이었다.
포르투갈의 장발 코치, 오스틴 맥피의 세트피스 구상 및 조련 능력이 빛을 발했다. 27세에 선수 경력을 마치고 29세부터 코치로 일한 맥피는 처음부터 세트피스 전문가는 아니었다. 35세에 북아일랜드 대표팀 코치를 맡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세트피스 패턴을 짜고 조련하는데 전문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세계 최고 세트피스 전담 코치 중 한 명이다. 업무 특성상 한 팀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다보니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동시에 맡곤 했다. 북아일랜드와 미트윌란, 애스턴빌라와 스코틀랜드에서 동시에 일했다. 아버지의 간병을 위해 스코틀랜드 코치직을 사임하고 빌라 일만 하던 시기를 지나, 지난해 2월부터 포르투갈에 합류해 다시 ‘투잡’을 하며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 왔다.
그가 몸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구단 빌라는 2023-2024시즌 컵대회 포함 세트피스 골 25개를 터뜨리며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최근 열린 2025-202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코너킥 골이 터지자, 빌라 팬들이 맥피의 이름을 외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맥피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멕시코 대표팀 스카우트로 일하며 이미 북중미 지역을 경험했다. 선수로서 실력이 뛰어나지 못했던 대신 미국, 루마니아, 일본을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맥피는 선수들의 휴대전화로 세트피스 애니매이션과 모션 그래픽을 전송해 훈련까지 잘 숙지해 오라는 숙제를 준다. 훈련장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얼마나 지시가 정확한지, 그 호날두가 본인이 차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기꺼이 미끼 역할을 했다.
다만 포르투갈이 이번 대회에서 만나는 팀 중 최약체인 우즈벡을 상대로 준비한 패턴 중 3개나 미리 꺼내버린 점은 아쉬울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토너먼트에서도 매 경기 쓸 수 있는 세트피스 카드가 서너 개씩 계속 나와야 한다. 도라에몽 4차원 주머니처럼 아무리 꺼내도 없어지지 않는 세트피스 보따리가 필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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