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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격렬한 응원이 아니라 ‘인간 동상’이 되어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 유명해진 세계적 축구팬이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팬 미셸 쿠카 음볼라딩가, 예명 루뭄바 베아가 월드컵에 등장했다.
24일(한국시간) 멕시코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K조 2차전을 가진 콜롬비아가 DR콩고에 1-0 신승을 거뒀다.
DR콩고는 1무 1패인 가운데 최종전에서 최약체 우즈베키스탄을 만나게 됐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다른 구장 결과에 따라 최소 조 3위, 희박한 확률이지만 조 2위까지도 가능하다. 반면 우즈벡 입장에서도 DR콩고를 이겨내고 1승 2패를 만든다면 조 3위 확률이 생겼다.
유명인이 축구를 응원하는 경우는 많지만, 단지 축구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명해진 사람은 드물다. 루뭄바 베아는 이 관점에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팬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동상 퍼포먼스를 해 유명해졌다. 화려한 정장을 입고 경기장에 마련된 작은 받침대에 올라가 꼼짝도 하지 않으며 마치 동상인 척하는 응원 방식이다. 2013년부터 해 온 퍼포먼스가 12년 만에 빛을 봤고, DR콩고의 본선 진출과 맞물리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퍼포먼스는 DR콩고 수도 킨샤사에 있는 초대 총리 파트리스 루뭄바의 동상을 따라 하는 것이다. 루뭄바는 벨기에 식민지였던 DR콩고에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독립 이후에는 권력을 양보하고 총리직을 자처하면서 통합을 추구했으나, 급격한 탈식민의 부작용으로 벌어진 혼란을 수습하는데 실패한 뒤 적대세력에 의해 총살당했다. DR콩고 독립운동의 아버지로서 존경 받는 인물이다.
루뭄바 베아가 미국에 넘어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DR콩고 국민들은 자국에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경을 넘는 게 어려워졌다. 대표팀조차 월드컵 직전 전지훈련 및 평가전에 차질을 겪었을 정도다. 대표팀의 미국행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따라 이동하려던 루뭄바 베아의 여정은 제동이 걸렸다.
DR콩고 정부까지 나선 뒤에야 미국행 비자를 해결할 수 있었다. 격리 기간 때문에 포르투갈전 현장에는 가지 못했고, 이번 경기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축구팬을 넘어 DR콩고 축구의 상징이 됐고, 선수들도 그를 보며 동기부여를 얻을 정도다. 루뭄바 베아의 합류가 DR콩고의 행보, 나아가 월드컵을 둘러싼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만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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