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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4년 전 벤투호가 생각나는 진풍경이었다. 최종전 종료 후 카보베르데 선수들이 좁은 핸드폰 화면 앞으로 모여들었다.
27일(한국시간) 오전 9시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을 치른 카보베르데가 사우디아라비아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결과로 카보베르데는 3전 3무를 기록, 조 2위로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사우디는 2무 1패 4위로 탈락했다.
카보베르데가 사우디전 무승부를 끝으로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의 작은 섬 나라인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첫 출전한 국가다.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라는 쉽지 않은 조에서 전력 차를 극복하는 끈끈한 조직력으로 3경기 3무의 결과를 만들었다. 사우디와 최종전에서는 적극적인 공세까지 펼쳤지만, 다소 무딘 공격력으로 승리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도 보지냐를 비롯한 수비진의 활약으로 조별리그 두 번째 클린시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후 진풍경이 펼쳐졌다. 카보베르데는 32강 진출을 위해 사우디전 승점이 필요했다. 동시에 스페인과 최종전을 펼치는 우루과이의 승점 손실이 요구됐다.
동시간대 경기가 펼쳐졌는데 공교롭게 카보베르데의 경기가 먼저 끝났다. 32강 첫 번째 경우의 수인 사우디전 승점 확보를 성공한 카보베르데는 마지막 경우의 수인 우루과이 경기 결과에 초집중했다. 이에 종료 휘슬이 불린 뒤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힘겨운 몸을 이끌고 벤치 쪽으로 모여들었다. 무리 안에는 한 선수가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
우루과이 경기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종료 휘슬이 불린 시점 스페인과 우루과이는 후반 추가시간 막바지를 보내고 있었다. 알렉스 바에나의 득점으로 스페인이 1-0으로 앞서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들뜬 마음을 애써 붙잡고 심판의 휘슬이 불리기까지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이후 경기가 우루과이의 패배로 끝나자, 그제서야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방방 뛰며 32강 진출의 기쁨을 표출했다.
4년 전 대한민국의 서사가 떠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나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 결과에 따라 16강 당락이 결정됐다. 역시나 첫 번째 변수인 포르투갈전 승리를 확보한 한국은 나머지 변수인 우루과이의 승점 손실이 필요했다. 카보베르데처럼 당시에도 먼저 경기를 끝낸 한국 선수단이 오현규가 가져온 핸드폰을 보면서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얻은 한국은 16강 진출의 기쁨을 누구보다 누렸다.
그러나 4년 후 현실은 녹록하다.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 조에 속한 한국은 지리멸렬한 경기력으로 조별리그 1승 2패의 처참한 성적을 썼다. 특히 자력으로 32강 진출이 가능했던 남아공전에서는 최악의 모습으로 0-1 패배를 당했다. 조 3위까지 토너먼트 진출이 가능한 북중미 월드컵 룰 덕분에 한국은 일단 탈락을 모면한 채 타 조의 결과를 숨 참고 기다리고 있다. 각 조 3위 중 상위 성적 8팀이 진출할 수 있다.
우루과이의 패배가 32강 진출을 만든 카보베르데처럼 한국도 우루과이의 패배로 한목숨 건진 상태다. 한국은 이제 남은 4개 조에서 2개 경우의 수만 충족시키면 조 3위로 32강행 가능하다. 현재 각 조 3위 순위표상 7위로 간당간당 걸려 있는 상태다.
사진=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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