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 갔어도 큰일 날 뻔’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캐나다 고강도 압박, 한국과 대단히 상성
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한때 조 2위로 32강에 가는 게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존재했다. 그러나 캐나다가 보인 경기력은 그 주장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를 곱씹게 했다.

29일(한국시간) 오전 4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을 치른 캐나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개최국 캐나다는 16강 진출했다.

제시 마시 감독이 이끌고 있는 캐나다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마시 감독 부임 전까지 캐나다 축구의 특징을 물으면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애당초 세계 축구계에서 그리 입지가 있는 팀도 아니었고 모두가 알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팀도 아니었다. 오히려 ‘캐나다도 축구를 해?’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마시 감독은 무색무취한 캐나다에 확실한 색깔을 입혔다.

과거 레드불 사단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는 마시 감독은 강력한 압박과 많은 활동량을 중시한다. 최전방부터 전방 압박을 수행하면서 상대 후방을 교란하고 높은 위치부터 위협적인 속공을 구사한다. 템포를 가리지 않는 압박과 유기적인 스위칭으로 체력과 공수 간격 문제를 겪기도 하지만, 상기한 단점을 장점으로 메워버리고자 하는 게 기본 바탕이다.

스테픈 유스타키오(캐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테픈 유스타키오(캐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남아공전에서 캐나다 축구의 강함이 확실히 드러났다. 여기에 마시 감독은 한 번의 패배가 탈락으로 직결되는 토너먼트 특성을 고려해 경기 시간별 압박 강도를 조절하는 유연함까지 보였다. 캐나다는 정규시간까지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90분 동안 주도권은 확실히 잡으면서 적어도 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4-4-2 전형을 가동한 캐나다는 압박의 중심이 될 코어 라인을 기동력과 적극성이 좋은 선수들로 채웠다. 투톱에는 조너선 데이비드와 함께 아프리카인 피가 흐르는 타니 올루와시를 배치해 적극적인 경합을 노렸다. 중원에는 스테픈 유스타키오와 나탕 살리바를 조합해 두 명의 박스 투 박스형 자원을 활용했다. 이들은 포지션을 넘나드는 강한 압박을 수행했다.

경기 초반 캐나다는 상대 골키퍼 위치까지 압박을 시도했다. 경기 초반 실점률이 높고 후방 빌드업 안정감이 떨어지는 남아공을 제대로 분석한 결과였다. 상대 박스 안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방해했다. 하이드레이션 기점에는 압박 위치를 중원으로 수정했다. 남아공이 후방에서 공을 잡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원활한 전진 패스를 찌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캐나다는 1차 패스를 끊고 역습으로 잇는 장면을 몇 차례 만들었다. 후반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을 펼쳤다.

캐나다의 효율적인 압박에 남아공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문인지 오히려 압박에 가담한 캐나다보다 종반부로 갈수록 남아공의 체력 저하가 더 두드러졌다. 결국 캐나다는 후반 추가시간 2분 오른쪽 측면 속공으로부터 발생한 세컨볼을 유스타키오가 중거리로 차 넣으면서 승리를 쟁취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펠로 마세코에게 실점하는 한국. 게티이미지코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펠로 마세코에게 실점하는 한국. 게티이미지코리아

캐나다의 32강 경기력만 보더라도 한국과 상성이 좋지 않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끈 한국은 유독 상대 압박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강한 압박이 최근 축구 트랜드로 주목됐지만, 시대 역행하듯 한국은 상대가 약간이라도 압박 강도를 높이면 쉽사리 당황하곤 했다. 지난 멕시코와 2차전, 남아공과 3차전 내용이 확실한 증거다. 반면 압박을 1도 수행하지 않은 체코를 상대한 1차전은 한국이 확실한 우위 속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A조 2위를 거뒀다면 32강에서 마시 감독의 캐나다를 상대할 수 있었다. 멕시코, 남아공보다 에너지 레벨이 높은 캐나다를 만났다면 어쩌면 한국의 경기력 차는 더욱 뚜렷했을지도 모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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